뇌는 태도와 행동의 불일치를 못 견딘다

스스로를 위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뇌

by Iro
뇌가 아무리 세상을 현실과 비슷하게 인식하려 노력해도 결국 경험한 정보와 실제 세상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 이 차이를 지적하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생각을 바꾸려 하기보다 내가 맞다면서 고집 피우는 행동을 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이러한 상황을 인지부조화 라고 한다.
『뇌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중에서


여러분은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행동을 강요받을 때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별일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시나요? 아니면 신념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확고한 태도를 유지하시나요? 저는 아직 두 가지 모두 쉽지 않다고 느낍니다.

흥미롭게도 뇌과학은 우리 뇌가 '스스로를 위해 거짓말을 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오늘은 나의 신념이 정말 내가 원하던 것이었는지, 아니면 의식하지 못한 채 바뀌게 된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태도와 행동의 불일치를 불편해한다.


레온 페스팅거는 1959년 한 실험에서 학생들에게 화장실 청소와 같이 부정적이고 하기 싫은 일을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실험이 끝난 후 다음 참가자에게 '흥미로운 일'이라고 거짓말을 하도록 시키면서, 한 그룹에게는 1달러를, 다른 그룹에게는 20 달러를 지급했습니다. 그리고 각 그룹의 실제 마음 상태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20달러를 받은 그룹이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1달러를 받은 그룹이 일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충분한 보상을 받은(20달러) 그룹은 정당한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해도 괜찮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부족한 보상(1달러)을 받은 그룹은 '이걸 받고 내가 왜 거짓말을 했을까?'라는 불편함(인지부조화)을 느끼고 그 간극을 줄일기 위해 실제 태도를 변경했습니다.


이와 같은 일은 한국 전쟁 당시 포로수용소에서도 일어났습니다. 고문이나 식량 박탈에도 미군들의 신념을 바꾸지 않자 중공군은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공산주의 만세” 같은 걸 쓰게 한 게 아니라, “미국도 완벽하진 않다”, “어느 나라나 문제는 있다”처럼 누구나 동의할 만한, 아주 사소한 문장을 말하거나 쓰게 했습니다. 그 대가로는 아주 작은 '담배 한 개비' 정도만 주었습니다.


이에 미군들은 '별거 아닌데 쓸 수 있지'라며 에세이를 썼습니다. 그러나 보상이 너무 작기 때문에 “그냥 강요당한 것”으로 돌리기 어려워 실제 태도를 바꾸는 것으로 인지부조화를 해소하려 했습니다.




누군가의 태도를 바꾸게 하고 싶다면, 부족한 보상을 줘라!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을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강요나 협박에 의해 겉으로는 변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때 큰 보상은 오히려 역효과를 냅니다. '나는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거야'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신념을 바꾸고 싶다면 작은 보상을 주세요. '이 정도의 보상은 별거 아닌데?'라며 부담 없이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그러나 뇌에서는 '바꿀만한 대가가 아닌데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부조화를 느끼게 되고 결국 진짜 신념을 바꾸게 됩니다.


행동을 바꾸거나, 현실을 왜곡하거나.

우리는 모두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살아갑니다. 누군가에게는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 일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느냐에 상관없이, 인간은 자율성이 침해되었을 때 심리적인 고통으로 받아들입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틀렸다는 걸 알게 되면, 우리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내가 맞아"라고 고집을 피우기도 하고, 겉으로는 수긍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아니야"라고 외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을 심리학 용어로 인지부조화라고 말합니다.


인지부조화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네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행동을 바꾸거나, 신념을 바꾸거나, 새로운 신념을 추가하거나, 아예 회피하는 것입니다. 하나씩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행동 바꾸기

신념에 맞지 않는 행동을 그만두고 새로운 행동으로 조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환경 보호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하면서도 일회용품을 자주 쓰던 사람이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2. 신념, 태도 바꾸기

이미 한 행동을 바꾸기 어렵기에 그에 맞게 신념을 바꾸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학생들의 사례에서 1달러 그룹이 "사실 임무가 재미있긴 했어."라며 자신의 평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 그 예입니다.


3. 새로운 신념 추가하기

기존의 신념이나 행동을 바꾸는 대신 새로운 신념을 추가하여 그 간극을 메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충동구매를 하고 나서 "이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투자니까 괜찮아."라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4. 회피하기

부조화를 일으킨 모순된 정보를 일부러 무시하거나 피하는 것입니다. 이솝우화에서 여우가 포도를 따 먹으려 했지만 실패하고 "어차피 신 포도야."라며 포기한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내 신념이 진짜 나의 것인지 의심하라!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 많이들 공감하실 겁니다. 돈보다는 명예, 명예보다는 행복이 중요하다는 것이 진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게 정말 내 진심이었을까요?

실제로는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돈으로 할 수 없는 것보다 많습니다. 돈이 있으면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때 더 나은 치료를 받게 해 줄 수 있고, 따뜻한 보금자리도 만들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 말은 급격한 자본주의 물결 속에 살던 90년대 대한민국 사람들이, 필요 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이며 만들어낸 합리화는 아니었을까요?


여우가 먹지 못하는 포도를 보며 '저 포도는 분명히 실 거야'라며 자신을 합리화했든, 나도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겠습니다.



뇌과학은 '내가 믿고 있는 신념이 진짜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인가.'라고 묻고 있습니다. 내가 확고하다고 믿었던 신념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혹은 나 스스로 바꾸지 못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합리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겠습니다.


신념을 바꿀 것인지, 행동을 바꿀 것인지, 선택은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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