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불안할까?

괜찮다는 말이 아닌 진짜 해결책이 필요할 때

by Iro


사실 진짜 죄를 지은 쪽은 내 감정의 중추, 편도체다. 모퉁이를 돌아서다 예기치 않게 누군가를 마주치고 놀라서 들고 있던 뜨거운 커피를 쏟는다거나 갑자기 들리는 큰 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등 감각 정보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변연계의 일부인 편도체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만 편도체가 지나치게 열심히 일을 하는 바람에 극단적인 불안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바로 공황장애다.

『내가 왜 이러나 싶을 땐 뇌과학』 188p


이유 없이 심심장이 두근거리고, 자려고 누우면 머릿속에 내일 할 일들이 줄지어 떠오릅니다. 일요일 오후 4시만 되면 가슴 한구석이 무거워지는 기분, 혹시 내 이야기 같으신가요?


아마도 대부분의 직장인은 이런 경경을 해 보셨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출근길 몸과 마음이 가라앉고, 회사에 거의 다 도착하면 들어가기 싫은 마음에 도망치고 싶어 집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문득문득 찾아오는 이 불안감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요?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오늘은 불안이란 정확히 무엇인지, 왜 생기는지 알아보고, 불안이 잠식하지 않는 일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뇌과학적으로 제시해 보겠습니다.





불안은 개인의 성격 문제일까?


'내일 고객사와 최종 미팅이 있는데, 실수하면 어쩌지?'

'이번 달 업무비 집행을 하는데 내가 제대로 계산한 게 맞나?'

'AI가 업무를 대체한다는데, 나는 몇 살까지 다닐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면, '난 왜 이렇게 걱정이 많은 걸까' 자책하곤 합니다. 별거 아닌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 자신이 나약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불안은 정말 마음이 여리고 걱정이 많 사람들에게만 오는 걸까요?


지난해 6월 글로벌 웰니스 기업에서 국내 직장인 1,000 명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놀랍게도 조사대상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우울감을 느낀다고 응답했습니다. 뒤이어 고립감(44%), 불안감(43%)을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한국 노동자의 점수는 조사 대상 8개국(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유럽, 뉴질랜드, 한국) 가운데 최하위로,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근접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불안은 단지 개인의 성격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경쟁사회에 속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였습니다.



불안장애 자가진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막연하게 불안하다고 느껴지는 이 감정, 정확히 어떤 것일까요?


DSM-5(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에 따르면 불안장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범불안장애는 조절할 수 없는 과도한 걱정이나 병적 불안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입니다. 근육의 긴장, 과민함, 벼랑 끝에 선 것 같은 느낌, 집중의 어려움, 불면 중 적어도 세 가지 이상의 증상이 이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나타날 때 진단 내릴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의 경우 대부분은 일시적이거나 경미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중상이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아래는 간단하게 자가검사를 해볼 수 있는 질문지입니다. 10점 이상이면 추가적인 평가나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길 권장합니다.


출처:국립정신건강센터-국가트라우마센터_https://www.nct.go.kr/distMental/rating/rating02_3.do


출처:국립정신건강센터-국가트라우마센터_https://www.nct.go.kr/distMental/rating/rating02_3.do




나는 왜 불안할까?


그렇다면 우리는 왜 불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요? 세계적인 뇌과학자 조세프 르두(Joseph LeDoux)는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우리 뇌의 편도체는 단지 몸의 방어 반응을 만들 뿐, 그 자체로 '공포'라는 감정을 생성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령, 산에서 뱀을 만났을 때 심장이 뛰고 몸이 얼어붙는 것은 편도체의 '자동 반응'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우리 뇌는 '공포'라고 느끼지 못합니다. 이 신호를 받은 외측 전전두엽 피질(lateral PFC)이 "아~~~ 난 이제 죽었어!"라며 공포, 불안이라는 주관적 해석을 붙일 때 비로소 감정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는 기존의 '편도체는 공포중추'라는 오래된 편견을 바로잡는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즉, 지금 당신이 느끼는 불안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를 해석하는 뇌의 작동방식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신체 반응 자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그 신호를 해석하는 방식은 바꿀 수 있습니다. 뇌는 반복을 통해 바꿀 수 있습니다.




뇌를 안심시키는 3가지 처방전


첫째, 외측 전전두엽 피질(lateral PFC)의 주관적 해석을 바꾸는 것입니다. 미팅 전 불안할 때도, 질책을 받는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고객사와 미팅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렇게 해보세요. 상사의 질책을 나에 대한 비난이 아닌 팀의 성과를 위한 피드백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Before: 오늘 회의에서 실수하면 어쩌지? 지난번 결과물에서 문제가 터지면 어쩌지?

After: 회의에서 지적받는 것은 일에 관한 지적이지 내 자아에 대한 지적이 아니다. 어느 누가 이 일을 했든 이런 지적은 나올 수밖에 없다. 저 고객사는 원래 깐깐하고 거친 업체라 저런 방식으로 표현한다.


둘째, 공포 기억 위에 새로운 기억을 덧씌우는 것입니다. 뇌과학에서는 이를 '소거 학습(Extinction Learning)'이라고 부릅니다. 예를들어 뱀 공포가 있는 사람에게 뱀을 안전한 방법으로 반복 경험하게 해주는 겁니다. '뱀이 나타나면 위험해'라는 기억에, '이 뱀은 안전해'라는 새로운 기억을 덧붙이는 것이죠. 이때 복내측전전두피질(vmPFC)이라는 뇌의 조절장치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 될 때 vmPFC가 이를 억제해 불필요한 불안을 줄여줍니다. 회의에서 질책을 받는 상황을 예를들어 볼까요? 이럴때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미팅 전 최악의 상황을 그려보고 가는 거죠. 그러면 실제 회의에서는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 경험이 뇌에 새로운 안전 기억으로 쌓입니다. 물론 한 번으로 바뀌는 것은 어렵습니다. 매 미팅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안전 기억이 강화되어 점점 편안해지는 걸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셋째, 예측 불가능한 영역을 줄이는 것입니다. 르두와 파인(2016)에 따르면, 뇌는 불확실한 미래의 위협에 특히 강하게 반응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불확실성 자체를 줄이는 것이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방법이 가능하겠죠. 내일 있을 회의의 예상 질문 목록을 만들어 본다거나, 보고서의 항목에 오류는 없는지 확인해 본다거나, 고객사의 입장에서 지적할만한 내용을 정리해 보는 겁니다. 시험을 앞두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족한 과목이 있는지, 오답을 정답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없는지 확인해 보는겁니다. 또, 면접을 앞두고 있다면 자기소개서를 보며 예상 질문에 대해 답변을 작성해 외워보세요. 이런 활동은 뇌에 '나는 준비됐다'는 안전 신호를 보내 불안감을 낮추는데 도움을 줍니다.





회사에서 직급이 높아질수록 예전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역할이 부여됩니다. 위에서는 실적의 압박을, 아래서는 조직의 불만들을 이야기합니다. 내 역량은 아직 부족한 것 같은데 기대치는 높아져만 갑니다. 도망가고 싶지만 빠져나갈 곳은 없습니다. 이럴 때는 누구라도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변화가 시작됩니다. 업무 피드백을 나 자신에 대한 평가와 분리하여 받아들이고, 예견되는 최악의 상황을 미리 연습해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보는 겁니다. 예측 불가능한 영역은 내 의지로 어찌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예측 가능한 영역에 집중함으로써 불안을 낮추는 연습을 해나가면 됩니다.


불안을 낮추는 것은 연습을 통해 누구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기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할 뿐입니다. 불안이 엄습해 올 때마다 그 생각에 매몰되는 대신 단 한 가지 방법이라도 시도해 보세요. 연습은 내일의 나에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나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줄 것입니다.





- LeDoux, J. E. (2015). Anxious: Using the Brain to Understand and Treat Fear and Anxiety. Viking Press.

-LeDoux, J. E., & Pine, D. S. (2016). Using Neuroscience to Help Understand Fear and Anxiety: A Two-System Framework.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73(11), 1083–1093.

-Phelps, E. A., Delgado, M. R., Nearing, K. I., & LeDoux, J. E. (2004). Extinction Learning in Humans: Role of the Amygdala and vmPFC. Neuron, 43(6), 897–905.

- Kim, Y., Park, J.-I., Park, T.-W., Chung, S., & Yang, J.-C. (2017). Stress coping strategies and cognitive characteristics of somatic symptom perception in patients with generalized anxiety disorder. Anxiety and Mood, 13(2), 100-107.

- 카야 노르뎅옌, 『내가 왜 이러나 싶을 땐 뇌과학 』, 일센치페이퍼,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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