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어부의 아들이었거나 혹은 횟집 아들이 분명한 사람을 알고 있다. 나에게 대체불가능한 사람, 최애씨. 그의 중식, 석식 스케줄은 일주일에 세네 번인데 저녁 미팅은 대부분 술과 함께하고 안주는 배부르지 않은회를 즐긴다.
물론 나도 회를 좋아한다. 회 초밥에 눈 돌아가는 위大한 사람으로서 접시로 탑 쌓는 것을 좋아했더랬다.
그런 와이프를 감당하고자 그는 초대리를 사 왔고 숟가락 초밥을 알려주었다. 횟집 사장님이 알려준 거라며 어찌나 뿌듯해하던지 큰 업적을 이룬 것만 같았다.
초대리 비우는 건 일도 아니다.
그렇게 먹었어도 질리지 않는 회 러버는 또 주문을 한다.
"오빠는 다음에 어부나 어부 아들로 태어나야겠어. 배에서 잡아서 바로 회 떠먹으면 달자나."
"나도 그 생각했어."상상만으로도 좋아하는 예비 어부다.
우리 집 구성원은 취향이 확실하다. 최애씨는 회, 오팔이는 피자, 오복이는 없고, 나는 다 잘 먹지만 닭발이나 곱창 쪽이다. 까다로운 남자,오복이는 뭐 하나 손대는곳이 없어서 엄마에게 항상 따로 주문을 하신다. 우아한 혹은 이츠를 이용하는데 귀엽게도 꼬마 오팔이도 선호하는 가게가 있다. 야식을 최대한 자제한 후로는 배달 음식을 지양하고는 있지만 그게 쉽게 되는가. 수산물 시장도 가까이 있지만 주로 주말에 방문한다. 대게철이거나 회 한 점 못 드시는 장모님 해삼을 사야 할 때 말이다.
고기, 치즈 가득한 피자. 이렇게 장사하면 무조건 적자다.
오팔이를 위해 여러 번 피자를 만들어 봤지만 생각보다 팔리지 않았다. 전문가의 손길은 역시, 따라가기에는 무리인가 보다. 아무리 엄마의 사랑을 팍팍 추가해도 냉정한 입에 지고 만다.
띵동, 기사님이 도착하시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님 상봉하듯 문을 열고, 감사한 마음으로 세팅을 시작한다. 그러고는 최애씨와 포토그래퍼로 변신한다. 사장 마인드를 장착하고 메뉴판에 실릴 정도로 먹음직스럽게 몇 장을 여러 각도에서 찍으며 진심을 다한다. 왜냐, 리뷰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리뷰의 90프로는 회와 피자로 도배되어 있는데, 어느 날 비슷한 음식 사진들을 보면서 오팔이는 궁금해한다.
"엄마, 사진이 왜 다 똑같아요? 꼭 음식만 찍어야 돼요?"
"그러게, 엄마는 왜 그런 생각을 안 해봤을까? 음식 사진만 찍어놨네?"
그날의 대화 후, 배달 어플 리뷰에는예쁜 입 모양 모음집으로 변화되고 있다.
엄마 뒤에 매달려 사진을 꼼꼼히 확인하던 오팔이는 요리킥을꼭 써야 한다고 선생님이 받아쓰기 문장 불러주듯 말한다.
"엄마, 치즈 꼭 추가하라고 써주세요."
음식에 진심인 조그마한 입이 어미눈에는 예쁘기만 하다.
너의 입이 좋다. 너희 얼굴의 다른 부분들도 전부 좋다. 오물거리는 저 입술을 계속 보고 싶다. 오래 기억하고 싶다.
다음 차례는 최애씨 입이다. 아빠 닮아 아이들도 이쁘다는 그의 입술, 과연 남편 입도 사랑스러운지 클로즈업에 진심을 다해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