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전문가 느낌이 물씬 난다. 사실, 최애씨는 힘드니까 그냥 두라고 했다. 늦은 저녁 귀가 하셔서 모두가 자는 밤에 망치질로 흥을 돋우려고 하지 말라는 것인가 싶었지만 알고 있다. 나의 낑낑대는 모습과 여기저기 자랑스럽다고 보여줄 상처가 예상되어서 일 것이다. 혹은 두 번 일할 것을 걱정하는 것일 수도. 그래도 나에게는 큐알코드 동영상이 있었다. 쉽고, 빠르고, 튼튼한 5분 순삭 영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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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팔이의 등원 미션이 끝나고- 내 마음이 바쁘면 아이들은 찰떡같이 알아채고 느긋함이 배가 된다 - 집에 돌아오자마자 팔을 걷어붙이고 아무렇지 않게 말라있는 넓은 이마의 땀을 - 얼굴에 땀이 나지도 않지만 - 미리미리 닦아본다. 왜인지 모르게 설렘이 있다. 손에 망치를 쥐어서인가. 아직은 탕탕 망치질의 순서가 아님에도 말이다. 뒤통수, 옆통수가 '너 편두통이야' 소식을 전하며 지끈거린다. 감기가 찾아올라나. 대자연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아 그런가. 머리에게 잠시 얌전히 있으라고 펜잘 한 알을 선물한다. 아파도, 졸려도, 하기 싫어도, 뭐가 됐든 만들어야 했다.
내일, 손님이 온다.
안락한 나의 집, 정리되지 않은 집에 아무 때나 방문해도 괜찮은 누군가들은 존재한다.
친정 부모님, 동생들 그리고 외국에서 만나 편히 지내던 -벌써 15년 인연이다 - 동생과 친구들. 그들이 바로 그 '누군가'이다. - 베프라 불리는 친구들이 있지만 그들은 이 카테고리에 포함되지 않는다 -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일 것만 같은 그들에게는 거리낌 없이 언제든 웰컴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 집은 청결은 하지만 정리와는 거리가 좀 있다. 정리의 기준이 높을수록 그 거리는 우주를 뚫고 나가야 할 것이다. 최애씨를 제외하고 세 명은 나름의 정리 방식이 있다. 오복이의 책 정리는 기가 막히고, 오팔이가 지나간 자리는 온갖 리사이클된 그녀의 작품들로 가득하다. 최애씨는 바닥에 쇼룸처럼 펼쳐놓은 오팔이의 작품(쓰레기)들을 제발 버리라고 말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냥 두었다. 그의 친구 딸내미의 인형에 대한 구매욕을 듣고 난 이후인 것이 분명하다. -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태어난다는 티니핑 말이다 -
가끔 최애씨가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서서 뭔가 변화되었다고 느끼면 묻는 고정 멘트가 있다.
"엄마 오셨다 가셨어?"라고 우렁 장모의 출석을 체크한다.
날 잡고 청소하는 나와는 전혀 반대되는 우렁님의 손은 쉼이란 것을 모른다. 그로 인해 대단한 경력을 지닌 야무진 장모님의 손길은 눈치가 별로 없는 최애씨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다른 것을 감지하고는 한다.
스스로 내 단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인가. 오해하지 마시라. 느리지만 꼼꼼하고 최대한의 아웃풋을 장담하며 기한은 기가 막히게 잘 지킨다. 정리의 정석은 가볍게 무시하지만 우리 셋은 크리에이티브하다. 최애씨가 이 말을 들으면 본인 이마를 치며 도리도리 고개를 수차례 저을 것 같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정리 인덱스가 있다.
그래도 모두가 아는 보통의 정돈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시아빠 오실 때 (일이 년에 한 번), 이사 가기 전 집 보러 올 때, 이사 전 물건 정리할 때, 손님 오기 전, 아니면 갑자기 정리하고 싶은 날 - 더 있을까. 더 있을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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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끝내겠다는 계획대로 너무나 완벽히 5단 선반을 완성했다.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제품 검수자처럼 선반을 둘러보고 망치로 툭툭 건드리며 체크한다. 큼직한 주방 용품이나 그 외의 눈에서 잠시 사라지면 감사할 물건들을 하나씩 올리니 금세 빈자리가 없다. 선반을 어려움 없이 뚝딱 완성했고, 덕분에 집 안의 공간이 생겼고, 그냥 두라던 최애씨에게 자랑할 생각을 하니 온몸에 뿌듯함이 그득히 채워졌다.
매년 만나지만, 옛날이야기는 항상 즐거웠고, 동생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 같지만 최애씨의 눈에는 애정이 가득했다. 시댁이나 친정에 남편의 흉은 보지 못해도 그들에게는 무조건 내 편을 들으라며, 최애씨 혼내달라고 평소에 못하던 말들을 즐겁게 풀어내었고 덕분에 있던 두통도 겁먹고 잠시 대피한 것만 같았다.
1차를 마치고 한 시간 자고 나온 최애씨가 거실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워 막간 스트레칭을 한다.
"나 이렇게 하고 산다. 건강하자, 얘들아." 누워도 들어갈 생각이 없는 배를 보이며 건강하자니. 벌떡 몸을 일으켜 2차를 시작하기 위해 자리 잡는 최애씨다.
새벽 한 시. 택시를 태워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제2의 최애씨의 -취하면 기억을 못 한다 - 따뜻한 손을 꼭 잡고 단지 한 바퀴를 걷는다.
"오빠, 보통의 집으로 변화시키려니 시간이 좀 걸리네. 그래도 나 잘했지?"
"응, 손님을 가끔 초대해야겠어."
"알겠어, 선반 두 개 정도 더 만들어야겠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저녁, 2주 동안 골프 여행 중이신 시아빠와 최애씨의 영상통화를 들었다.
"아빠, 언제 와요? 인천공항으로 오세요? 바로 내려가지 말고 우리 집에 계시다 가세요."
아이들과 자려고 누운 내 귀에 정확한 딕션을 구사하는 래퍼처럼 최애씨의 말이 따박따박 귀에 박힌다.
곧이어, 기다렸다는 듯 도망가 있던 두통은 더 강해져 다시 반갑다고 찾아왔고, 내 양손의 펜잘 두 알로 방어 준비 태세를 갖춰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