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없이 시간이 잘도 흐른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 첫 번째, 단발이었다가 길어버린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갈 때. 엄마가 보기에는 "뭘 얼마나 자랐다고 또 미용실을 간다냐"이지만, 머리카락은 단 일 센티미터만 길어도 느낌이 다르니까. 과연 내가 머리가 빨리 자라는 편인가 싶어 디자이너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돌아온 대답은 "그렇지는 않아요. 지난번 커트한 게 벌써 두 달 전이니까요."였다. 하! 그 새 벌써 두 달이 지났구나. 특별히 한 일도 없는데...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이라고 했던가.)
그리고 두 번째, 매 반기에 한 번씩 하도록 되어있는 정례사격 날이 다가올 때. 외근 경찰관(지역경찰, 수사부서 근무자)은 분기마다, 내근 경찰관은 반기마다 사격을 하도록 정해져 있고 나는 내근직이라 반기에 한 번. 엥? 상반기 사격을 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하반기 사격을 벌써? 의아한 생각이 들어 공문을 찾아보니 상반기 사격이 벌써 6월이었다. 지금은 9월 마지막 주.
너무해. 정말 이천십구년 이렇게 그냥 흘러가고 마는 거야? 시간아, 나한테 이로지 마로라... 올해는 정말 맘먹은 게 많았단 말이야. 아, 그런데 하나는 해냈구나!
제가 쓴 책이 드디어 출간됩니다!
<혼자를 지키는 삶>이라는 제목으로요.
10월 7일, 그러니까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인터넷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어요. (인터넷 서점에서는 예약판매를 시작했네요.)
사실은 "제가 쓴 책"이라고 하는 건 적절하지 않겠구나 싶어요. 저의 다른 글을 읽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저는 곁에서 "안타깝고 소소하게 불운한 사건들"이 일어났기 때문에 경찰관이 되기로 마음먹었지요. 경찰관이 되어 겪은 일들도 제 마음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어요. 이미 일어나버린 일, 제가 어찌할 도리 없던 일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요. 제 이야기를 듣고 제가 쓴 글을 읽기 위해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던 행운도, 저의 의지로 얻은 것이 아니죠.
그래서 <혼자를 지키는 삶>은 온전히 "제가 쓴 책"이라기보단 "여러 사람의 도움에 힘입어 만들어진 책"이라고 하는 편이 더 옳을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제가 쓴 글을 읽어주신 덕에 어떤 책이 만들어졌는지, 부디 <혼자를 지키는 삶>을 읽고 확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책에는 이 시리즈에 포스팅하지 않은 깊은 이야기들도 포함되어 있어요.) 책을 읽고 난 다음 경찰관과 경찰관이 하는 일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다정한 눈길로 바라봐 주시게 된다면, 저에게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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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많이 읽어주시고, 주변에도 많이 추천해주세요! 책이 많이 팔리면, 제가 생각하는 게 있거든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