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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나몽 Nov 22. 2015

서툰 사랑아

사랑은 타이밍. 그래서 떠나간 너에게



마음속 깊은 곳 어느 자리에 있던 빗장을 툭 건드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들어오고 나갔던 수 많은 감정으로 두통을 일으키던  

그때

너는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었다


수년이 지난 오늘 밤, 그때를 떠올리게 한 한통의 메일.

가만히 떠오르는 너를 생각해 본다


몇 년 전의 우리.

 

너를 생각하면 내 잔잔한 마음에 물결이 쳤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앞만 보는 네가 나는 부담스러웠고, 

넘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너는 내가 너무 간절했었다


비밀연애. 


딱히 특별한 연애사는 아니었지만, 

우리의 시작은 평범하진 않았다.


너는 너무 순수했고, 나는 계속 불안했다

어떤 날은 무리들에게 섞여 눈빛을 주고받았고, 

어떤 날은 만취한 상태로 달려와 슬픈 눈을 보였지.

 

아련하다
한 치 앞도 못 보던 그때는 왜 그렇게 불안했을까.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일요일.
만나지 않은 날을 손꼽기가 더 쉬웠던 그때

우린 그저 좋았지.

 

같이 있어도 보고 싶고, 보고 싶어서 같이 있고
손잡고 오분, 십분. 그렇게 예쁘게 웃으며 내 눈을 보는 게 좋아서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헐떡대며 새벽마다 집 앞으로 뛰어온 네 모습이 

이젠 그립지 않다.


향수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너에게 나는 향수 냄새가 좋았다
그때 그 향기가 모르는 사람에게서 난다 하더라도 

그 향기는 지금도 좋다


아슬아슬했던 그때,

비 맞은 강아지 마냥 슬픔에 젖은 눈으로 너는 나에게 말했었다.
'나를 좀 사랑해 주면 안돼요'

감추지 못하는 마음을 꾹꾹 누르며 애절하게 말하던 니 목소리와 눈빛에

나는 너무 설렜고, 

아팠다.


그저 손잡고 길을 걷고 싶어 했고, 

같이 찍은 사진들을 공유하고 싶어 했고,

너는 세상에 나를 드러내고 싶어 했다.


결코 짧지 않았던 그때 우리의 시간들.

그땐 언제나 뒷걸음질 쳤었고, 결국 너에게 사랑한단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못했었다.


그러나 너는 기다린다고 했었고, 나는 그걸 믿었었다

그래서 너는 힘들었고, 나는 너를 놓지 못했다.  


그러다

너는 이미 다른 곳을 보고 있더라. 너는 오히려 홀가분해 보이더라.
너는 끝끝내 내 입에서 끝내자는 말을 뱉게 했고,

홀가분한 목소리로 날 잡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더라


누군가 사랑은 타이밍이라 했던가.

네가 떠난 후 나는 너를 사랑했었다

이별 앞에서도 네가 그리웠었다.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와 만나는 널 보며 난, 

네가 아팠던 만큼 많이 아팠었다

너에게 실망했고, 괴로웠고, 잡지 못해 힘들었다


걱정마라. 그런 너를 원망하지 않는다.


지금도 간간이 네 소식이 전해져 온다.

미안했던 감정이 더 컸던 그때, 너를 만났던 시절이 이제 나는 그립지 않다.

그 시절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네가 더  성숙해졌을 때,

그땐 그때의 나를 이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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