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적 게으름에 관한 공부

by 잿빛달

인지적 게으름 관련 영상을 보고 궁금해서 더 찾아본 후 정리해서 적어본다.


'인지적 게으름'이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나 지식의 범위 안에서 대충 판단해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보를 보다 쉽게 처리하기 위해 확증 편향(내 생각과 맞는 정보만 취하는 성향)을 활용한다. 게다가 증거를 제시해도 사실을 거부하거나, 오히려 기존 신념을 더욱 강화하는 '역화 효과', 내 신념과 반대되는 정보를 무시하고 불편함을 합리화로 덮어 버리는 '인지 부조화'까지 겹치면,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는 이경규 님의 말이 절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지 부조화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술과 담배를 자주 하던 친구나 동료들이 한동안 끊었다가 다시 시작할 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예를 들면 "장수마을 할아버지, 할머니도 술담배를 하면서도 오래 사셨다."라거나 "유전이 더 중요하며 안 걸릴 사람은 끝까지 안 걸린다." 같은 이야기들이다. 일반화하기 어려운 특정 사례를 끄집어내어, 결국 술담배를 끊지 못하는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인지적 게으름, 확증 편향, 역화 효과, 인지 부조화 같은 사례는 주변에 수도 없이 널려 있다. 그렇다면 이런 오류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우리의 인식 자체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 '완전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의견이나 정보는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어떤 대학이나 기관이 발표한 논문이나 실험 결과도 완전 중립일 수는 없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려면 마치 법정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지키듯,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 놓지 않아야 한다. 피의자가 유죄라고 미리 단정 지으면 그것이 확증 편향으로 이어져 판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내가 믿는 신념과 반대되는 가설도 세워 반증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옳다는 증거를 찾는 데 쏟는 시간만큼, 우리가 틀렸다는 증거를 찾는 데도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상대의 확증 편향을 지적하는 사람이 오히려 심각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을 수도 있다. 앞서 말했듯, 교수나 학자도 이런 오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므로 특정 인물이나 기관이 생산한 정보를 수용하거나 평가할 때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지적 편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그들의 정보에 무작정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흔히 '진실의 반대말은 신념'이라고 한다. 믿음이란 때로 사실에 기반하기도 하지만, '믿고 싶어서' 혹은 '믿을 필요가 있어서' 믿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무언가로 치환해 맹목적 신앙에 가까워지기 쉽다. 이런 부류는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를 찾으려 하기 때문에 설득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목적성이 있거나 동기가 깔린 믿음 또한 마찬가지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기사나 블로그, 유튜브 등을 잔뜩 찾아보고 내용을 이어 붙였지만, 덕분에 나 역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남을 비난하거나 지적하기 전에, 나 자신도 그러한 편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조금 더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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