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양심에 따른 도덕적 상대주의
몇 년 전, 지인과 술자리에서 도덕에 대해 딥하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오랜 시간 도덕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 왔었다. 이 글에서 말하는 '양심'은 사전적 의미뿐만 아니라 헌법에서 말하는 양심을 포함하는 뜻임을 미리 밝힌다.
우리는 보통 도덕을 말할 때 선(善)을 떠올린다. 그러나 곧바로 드는 의문은 '과연 선의 기준은 무엇인가?'이다. 더욱이 윤리적으로 옳아 보이는 일이 반드시 도덕적으로 옳다는 보장은 없고, 반대로 도덕적이라고 여겨지는 행동이 비윤리적일 수도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도덕이 결코 절대적 진리가 아니며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짙어진다.
내게 있어 도덕이란, 절대적 당위 규범이라기보다는 사회나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추상적 개념으로 보인다. 즉, 반드시 지켜야 하는 진리나 의무가 아니라,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는 것에 가까운 유동적인 규범인 셈이다.
도덕이 추상적이고 절대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는 누군가에게 도덕의 기준이 되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대적인 특성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절대적 진리와 같은 도덕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흔히 도덕과 윤리를 혼동하지만, 엄밀히 보면 둘은 다를 수 있다. 윤리는 사회나 외부 규범이 결정한 옳고 그름의 틀이며, 도덕은 좀 더 개인 내부의 '양심'과 결부되는 경우가 많다.
공동체의 관습이나 풍습에 따라 도덕적 가치가 달라지는 사례는 많다. 예를 들어 식인 풍습을 가진 부족에게 우리의 도덕윤리인 살인을 금하라는 것을 그대로 들이댈 수 있을까? 또한 과거 우리나라에서 개를 식용으로 삼았던 문화가 요즘에는 비도덕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도덕이 시대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크게 좌우됨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도덕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나는 개인의 양심을 도덕의 기준으로 삼는다. 내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한도가 곧 내 도덕의 틀이며, 양심의 수준이 내 도덕의 한계를 결정한다.
만약 양심이 아닌 외부에서 통제나 규제를 느낀다면, 그것은 이미 법이나 윤리의 영역일 가능성이 높다. 도덕적이라고 불리는 어떤 행동이 실제로 내 양심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제도나 관습의 강요에 따라 움직이는 행동이다.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역사나 각 나라의 교육, 문화적 배경을 살펴보면 유사한 도덕규범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살인, 도둑질, 거짓말 등은 여러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금기로 여긴다. 그러나 그러한 공통 규범조차 구체적인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달라지고, 각 문화권마다 세부 기준 역시 다르다. 다시 말해서 보편적으로 비슷한 도덕적 가치가 있더라도 그것의 범위와 적용은 광범위하고 불분명하며, 이는 도덕이 절대적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도덕이 개인의 내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본다. 상황과 사람에 따라 도덕의 기준은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 그 최종적인 척도는 '개인의 양심'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개인의 양심에 따른 도덕적 상대주의’를 고수한다. 이는 도덕이 완전히 주관적이거나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라, 도덕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기에는 어려우며 개인의 내면에서 우러나온 양심이야말로 도덕의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