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이 힘들었다.
내가 가진 모순들이 내가 꿈꾸고 그리던 나와 달라서 그것이 날 힘들게 했다. 인간이 어찌 완벽할 수 있겠냐마는 나는 그러고 싶었다. 선하고 도덕적이고 정의롭고 싶었다. 그러고 싶은 나는 정작 어떤 선택의 상황이 오면 악하고 부도덕적이며 정의롭지 못한 길을 선택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겉과 속이 다른 나.
말과 행동이 다른 나.
편할수록 쉽게 대하는 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짙어진다. 나는 모순 덩어리다.
아무 생각 없이 살면 좀 좋을까? 그런데 안 된다. 나는 그런 인간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분별한다. 나의 세상은 분별심으로 가득 차 있다. 내 기준으로 세상을 본다. 내 기준으로 분별하고 세상에 수많은 경계를 세운다. 그 경계의 선은 넘어선 안 될 금기의 영역이다. 넘으면 조건반사적으로 공격한다. 왜? 넌 틀렸으니까!
그런 나는 일원론적 관점을, 도덕경과 반야심경을 읽는 걸 좋아한다.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말한다. 그리고 나는 그름과 다름을 분별한다. 그것조차 보편적 기준이 아닌 내 기준으로 분별한다. 지옥과도 같은 분별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발버둥 칠 뿐이다.
정상만 보고 올라오던 한 인간이 현실에 안주하고 만족했을 때, 그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자 비로소 나 자신의 모순이 보인다. 편해지자 불편했던 내가 불거진다. 빛만 바라볼 땐 몰랐던 내 등 뒤의 그림자가 보인다. 그림자는 벗어날 수 없다. 벗어나려면 새까만 어둠 속에서만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데 오늘은 좀 편하다. 다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누구나 모순을 가지고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경계 나누기 놀이에 집착하고 있다가 자가당착에 빠져 방황하는 내가 특이한 것이다. 내 부모님도, 내 반려자도, 내 친구들도, 인간은 모두 다 모순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자기 합리화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아니다. 어쩌면 내가 보는 그들의 모순은 내 기준에서의 분별일 것이다. 그들도 그들 나름의 분별로 자신과 타인의 모순을 인지하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정도는 다를 수 있겠지만 인생살이 다 비슷할 것이다. 나는 다를 것이라는, 나만 이렇다는 무지와 편견이 문제라면 문제였을 수도 있다.
나는 생각이 많다. 생각은 감정을 낳는다. 내 부정적 사고가 만든 부정적 감정은 불안을 야기한다. 타인의 감정을 배려할 여력이 없어진다. 내 불안에 빠져 타인을 생각하지 못한다. 요약하자면 내 생각만 한다는 뜻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자신을 모르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냐고 생각하는, 남과 비교해서 위로 삼는 나는, 역시 부도덕하다.
아아, 나는 모순적이라서 좋다. 중2병 걸린 듯한 결론에 혼자 실실 실소하는 나는 미쳐가는 중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