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퀴벌레가 되면..

사랑해요

by 차향노트

"내가 바퀴벌레가 되면 어떻게 할거야?"


아마도 딸과 친구들이 어떤 답이 돌아올 지 챌린지 하고 있는 듯 하다.


"약 뿌려서 빨리 죽이고 환생해서 새로운 삶을 살게 해 줘야지.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박한 나의 답변에 딸 무리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2년 간 휴학을 했다. 하고싶은 일이 많은 딸이다. 요즘은 모델학원에 다녀보고(!) 있다. '희망직업'이라기 보다는 '해보고 싶은 경험'인 듯 하다. 마치고는 포토샵을 배울 계획이란다. 요즘 AI 툴들이 많지만 배워두면 디테일이 강해질 수 있어 그 계획을 응원하고 있다.


"그 분은 회사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을까?"


시간이 맞으면 30분 거리의 학원에 데려다 준다. 예전보다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 딸은 생각보다 훌쩍 커있다. 진지하게 듣는 모습에 말이 조심스러워진다. 회사 장기근속자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나에게 돌아온 딸의 질문이었다. 놀랐다. 나는 그런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다. 그러게 말이다. 우리 직원들은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 그렇게 장기근속 하고 있는걸까?


"딸 목소리 많이 듣고 싶은데 아빠가 말이 많네.."


말 없이 내민 손을 잡아주는 딸이 사랑스럽고 고맙다. '아빠는 딸바보'라는 말은 진리다. 얼마전 '자취해보고 싶다'며 독립한 아들처럼 딸도 머지않아 내 품을 떠나겠지. 세상 사는 흐름인데 어느 것은 좀 버텨보고 싶다. 아이들의 독립이 그런 듯 하다.



"내가 바퀴벌레가 되면 어떻게 할거야?"


수 년 전 받았던 그 질문을 다시 받으면 나는 어떻게 답하게 될까?


...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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