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아주 천천히
"동생은 어디 갔냐?"
지난 추석, 긴 명절 연휴 기간 동안 본가 부모님의 집을 정리했다. 도배도 새로 하고, 가구도 바꾸고, 오랫동안 묵혀 있던 잡동사니들을 버렸다. 동생은 일이 있어 먼저 올라갔는데, 아버지가 몇 번을 물으신다.
"동생은 어디 갔냐?"
"네, 일이 있어서 먼저 올라 갔어요. 일요일에 다시 온데요."
"동생은 어디 갔냐?"
".... 네, 일이 있어서 집에 먼저 갔어요."
"집이 어디라 그랬지?"
탈장 수술 후 선망증상이 생기셨다. 어머니는 "예전과 다르더라도 그러려니 해." 하시며 애써 담담해 하셨다.
80 후반 이신데도 아침마다 잠자리에서 20~30분을 스트레칭 하시고, 여전히 반듯한 자세, 맑은 정신으로 웃으며 대화를 나누셨던 아버지. 본가에 내려갈 때 마다 손을 잡고 안아주시는 아버지.
아버지 곁에 더 가까이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귀하다.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미루고 싶은 이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