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외면했던 현실

힘 내자. 50 대.

by 차향노트

10년 만인가.

첫 직장 은행에서 퇴직한 친구가 만남을 주선했다.

종종 연락을 주고 받던 또다른 친구와

근 다섯 시간을 저녁으로 함께 했다.


퇴직이 본인의 의지와 무관했나 보다.

물러난 지 이틀 만에 자연인 분위기다.


"너 이제 뭐할거냐?"

"나 아무 것도 안할거야. 시골에서 자급자족하며 살거야."


"너 농사 지을 줄 알아?"

"나 농사 싫어해.."


"그런데 무슨 자급자족이냐..ㅋㅋ"


통신장비를 다루는 또 다른 친구.

시대변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곁가지로 밀려났단다.

이젠 고객과 대화 자체가 어렵다고.


몇 년 전 느낌이 왔을 때 따라잡아야 했는데

배 고플만 하면 들어온 공사 주문 덕분에

그냥 생각없이 있다가 이렇게 되었다고.


"버스가 지나가 버렸어. 그 때 잡았어야 했는데.."


누구에게나 오는 퇴직.

누구에게나 오는 50대.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들.


"채워야 할 시간이 30년은 남았어. 정신들 차리자."


남은 치킨을 챙겨보내고 돌아오는 길.

젖어있는 도로처럼 마음이 축축하고 무겁다.

곁을 지나가는 버스 소리가 유난히 시끄럽다.


"버스는 다시 와. 애들아..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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