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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종류

세상에는 어떤 취미들이 있을까?

by 홍충희

취미는 직장에서 부족해지기 쉬운 마음 영양 세 가지(자율성, 유능성, 관계성)를 보충할 수 있는 최고의 영양제이자 당신에게 '몰입'을 선사할 수 있는 고도의 활동이다.


최고의 영양제인만큼 사회적 통념상 취미로 인정받는 간단한 휴식활동들은 취미로서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취미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었다. 까다롭기 그지없는 취미의 조건을 한 번 더 복습해보자. 취미라고 불릴 수 있는 활동은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취미로 불릴 수 있을까?


취미의 조건

1. 생업과 무관한 자발적 행위

2.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행위

3.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갖출 수 있는 행위

4. 비도덕적이거나 불법적이지 않은 행위


각 조건은 취미에서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1번 조건, 생업과 관계된 행위는 특히 자발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 아무래도 생사여탈권과 관련된 분야는 자발성이 온전히 발휘되기가 썩 쉽지 않다. 내가 원치않더라도 타협해야하는 부분도 존재하며 무엇보다도 먹고 사는 문제와 관계되면 취미를 쉬어야 할 때 쉬기가 어렵다.


2번 조건은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는, 취미의 가장 기본적 조건일 것이다. 내가 즐겁지 않은 행위를 굳굳이 마음 건강을 위해 한다는 건 엄청난 모순이다.


3번 조건은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에서의 취미에서는 있으면 좋은, 일종의 추가 조건에 가깝다. 그러나 여가 포트폴리오에서 노리는 취미의 역할(유능성과 몰입의 경험 제공)을 생각했을 때는 3번 조건이 정말 필수적이다. 인간은 발전감을 느끼지 못하는 분야에서 고도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4번 조건은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전문성과 즐거움이 어느정도 있긴해도, 도박이나 과도한 장난, 범죄류가 절대 취미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취미를 분류해보자.


세상엔 어떤 취미가 있을까?


취미는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므로 정확히 모든 취미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분류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어떻게 분류하든 세상에 어떤 취미는 딱 어떤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류 기준이 있지만 가장 직관적으로 활동의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활동의 형태는 결국 '무엇을 하는가'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비록 목적성이 조금은 다를 지언정 겉보기에 하는 모습이 비슷한 것들끼리 묶어 분류하고자 하는 것이다.


-신체 활동

-창작 활동

-지적 탐구 활동

-감각적 활동

-교류 활동
-수집 활동

-놀이 활동


활동의 설명과 예시를 한 번 살펴보며 대략적으로나마 당신에게 맞는 취미 분야가 있는지 한번 둘러보시라.



lucy-dunne-tGKai07ex6U-unsplash.jpg photo by Lucy Dunne, Unsplash

신체 활동은 신체를 단련하고 육체를 훈련하는 과정에서 강해지고 더욱 효율적으로 변하는 신체 능력들을 즐기는 취미이다. 신체를 담금질 하고 제어 능력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향상심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라 볼 수 있다. 특히 건강한 육체와 정신은 분절되어있지 않다는 점에서 현대인들에게 많이 추천되는 취미 활동이다.


웨이트 트레이닝(보디빌딩, 파워리프팅, 크로스핏 등) 요가, 필라테스, 자전거, 무용(방송 댄스, 발레, 한국무용 등) 수영, 달리기, 클라이밍, 격투기(복싱, 킥복싱, 주짓수 등), 구기(축구, 농구, 배구, 테니스, 탁구, 스쿼시 등) 아웃도어 (등산, 트래킹, 오리엔티어링) 겨울 스포츠(스키, 스노보드, 스케이팅 등), 카레이싱, 요트 세일링, 스쿠버다이빙 등

courtney-cook-QRVSQH7OeX4-unsplash.jpg photo by Courtney Cook, Unsplash

창작 활동은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여 유형의 물건, 또는 무형의 서비스나 가치를 창조해내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는 취미이다. 창조는 인간으로 하여금 높은 차원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행위이며, 그런 행위를 아주 직접적으로 영위하게 한다는 점에서 좋은 취미이다. 창작은 결과물이 남기는 하고 그 결과물이 중요하지만, 사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결과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보통 창작 활동은 그 과정을 즐기고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림(수채화,유화, 펜화, 수묵화, 한국화, 이모티콘 제작 등), 작곡, 악기연주 (피아노, 바이올린, 플룻, 첼로, 단소, 대금 등) 뜨개질, 가죽공예, 목공예, 도예, 글쓰기(시, 소설, 에세이, 블로그, 인스타그램 포스팅 등), 사진촬영, 요리, 베이킹, 메이크업, 패션

surface-V_JGp9lnojw-unsplash.jpg photo by Surface, Unsplash

지적 탐구 활동은 여러 가지 지식이나 학습하는 과정에서 향상되는 지적 능력, 언어 능력, 수리적 능력 등을 즐기는 취미이다. 인간의 본연의 탐구심과 호기심을 만족시키고 유능성을 선사하는 활동이다. 특히 공부하는 분야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생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독특한 취미로 많은 '자기계발' 분야가 추천하는 취미이기도 하다. 창작활동과 마찬가지로 결과물보다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 요구되는 취미 분야이다.


독서, 외국어 학습(회화, 문법 등), 지식 탐구(역사, 과학, 공학, 인문학, 사회학 등), 프로그래밍(코딩, 모딩 등), 재테크(주식, 부동산, 경매, 채권, 원자재, 금, 가상화폐 등) 등의 예시가 있다.

mario-ame-7qWRR9am7uE-unsplash.jpg photo by Mario Ame , Unsplash

감각적 활동은 인간의 오감인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미각을 섬세하고 세심히 만족시키는 행위이다. '취향'을 가다듬고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원초적인 감각적 만족을 한 차원 높은 경지로 끌어내는 취미 활동이다. 감각적 활동에서는 오로지 유쾌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들에서도 자신만의 감각과 미학을 섬세하게 가다듬고 개발시키는 과정을 즐기는 활동이다.


음악 감상, 영화 감상, 미술 감상, 미식(맛집 탐방, 파인 다이닝, 노포 탐방 등), 향수, 테이스팅(커피, 맥주, 와인, 위스키, 차 등)

oleg-ivanov-XkwWp8Twxxo-unsplash.jpg photo by Oleg Ivanov, Unsplash

교류 활동은 그 자체가 직접적인 취미 활동이기도하지만 어떤 특정 취미나 주제를 두고 타인과 여러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즐기는 활동이다. 쉽게 추측할 수 있겠지만, 인간의 3대 마음 영양 중 관계성의 만족에 큰 역할을 하는 활동이다. 다만 교류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류의 주제와 상호작용의 종류이다. 취미로서의 교류 활동은 역시나 생업과 무관한 주제, 따뜻한 상호작용이 주된 목적이어야한다. 커리어와 날카로운 비평은 나쁜 것이 아니긴 하나 취미로서의 교류활동으로 권장할 만한 것은 아니다.


동호회, 클럽(팬, 독서 등), 멘토링

karen-vardazaryan-JBrfoV-BZts-unsplash.jpg photo by Karen Vardazaryan, Unsplash

수집 활동은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저장 욕구를 자극하는 활동으로 특정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고, 가지고 싶은 물건을 구하고 갖추는 과정, 그리고 전시 및 향유하는 것을 즐기는 일련의 활동이다. 사실 많은 취미들이 수집욕을 자극한다. 정확히 수집을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하는 수집 취미도 있지만, 어떤 취미를 시작하면 소위 '장비병'이라는 부수적인 수집 취미가 생기기도 한다. 사회에서는 조금 비아냥의 대상이 되기도하지만 '장비병'을 하나의 수집 취미로서 받아들여보면 어떨까?


우표, 화폐, 동전, 인형, 피규어, 키우기(식물, 곤충 등), 운동화, 의류, 예술품 등

thomas-buchholz-0n7_eiAQZwA-unsplash.jpg photo by Thomas Buchholz, Unsplash

놀이 활동은 정해진 규칙 안에서 타인, 혹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는 활동들을 뜻한다. 소위 호모 루덴스라는 개념이 있을 정도로 인간에게 놀이는 본능적인 유희를 안겨주는 활동들이다.


게임(온라인, 콘솔 등), 보드게임 (체스, 바둑, 장기 및 기타 보드게임), 방 탈출


주의할 것은 위 취미의 분류는 완벽하진 않는 점이다. 보통 1개의 취미가 복합적으로 활동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캠핑'은 주로 낯선 곳에서 생존해내는 일종의 신체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캠핑'이 생존에만 포커스가 있지는 않다. 캠핑을 통해 창작, 신체, 지적 탐구, 감각, 교류, 수집, 놀이 등의 성격도 충분히 띌 수 있다. 누군가는 쉘터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창작, 누군가는 캠핑 장비를 사모으는 수집, 누군가는 부쉬 크래프트의 생존 지식을 탐구하는 재미 등 영위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분류는 완벽하게 모든 취미를 분류하는 도구로서 사용하기 보다는 대략적인 가이드 라인으로서 사용하길 바란다.




어떤가? 끌리는 활동은 아니더라도 끌리는 분류 정도는 추려보았는가?


누군가는 그저 취미의 나열을 보기만 하더라도 '아 이런 분야를 즐겨보면 재밌겠다!' 라고 생각하겠지만 취미가 이제껏 없던 사람은 엄두가 나지 않고, 쉽사리 고르기 어려울 것이다.


취미를 영위하는 데는 사실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필요하다.


시간과 돈, 접근성, 재능과 노력,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까지.


이번 글에서 취미를 고르지 못했더라도 괜찮다. 취미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찾기 시작하는 당신이라면 이미 절반의 성공을 이루었다.


앞으로 여가 자원인 금전과 시간을 분석해보고, 나의 재능, 적성에 따라 취미를 고르고, 어떤 취미를 시작할 때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지 입문 가이드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차근히 여가 포트폴리오를 따라 저녁의 행복을 위한 여정을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무언가를 시작하고자 하는 마음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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