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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자원: 시간

일단 시간이 있어야 논다.

by 홍충희

여가를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여러 자원들이 필요하다.


그 중 가장 직관적이고 중요한 자원은 돈, 시간이다.

결국 돈이 있고 물리적인 시간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무언가를 할 수 있다.


먼저 당신에게 주어진 "여가" 시간을 분석해보자.


하루 = 수면+노동+여가 = 24시간


이 중 우리 마음을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영양제인 여가 시간. 여가 시간은 한자 뜻 그대로 '남는 시간'이다. 24시간에서 노동시간과 수면시간을 제외한 남는 시간이 여가 시간이다. 노동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만이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인 여가 시간.


그러면 우리에게 평균적으로 주어지는 여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사람마다 굉장히 상이하지만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맞벌이 가정을 기준으로 계산해보자.



일단 한국인 평균 수면 시간은 살펴보자.


대한수면연구학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인의 수면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나타났다. 대략 7시간 가량인데 이는 건강한 수면시간보다 조금 짧은 편이기는 하다.


특히 이 시간은 '평균'에 해당되기에 보통 한 두시간 주말에 낮잠을 자는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면 평일 수면시간은 더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6시간 30분이 실제로 존재하는 평균이라하더라도 전혀 권장할 만한 수면 시간은 아니므로 독자들이 건강과 기분 좋은 인생을 영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소 수면시간을 8시간으로 설정한다.




다음으로 노동 시간을 살펴보자.


노동 시간이란 단순히 직장에서만 일하는 시간을 뜻하지 않는다. 노동은 우리 가정의 생존과 생활을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 선택의 여지가 적은 의무적인 일들을 뜻한다. 따라서 직장 생활에 해당하는 임금 노동만이 노동시간이 아니라, 출퇴근 시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 밥하고 빨래하는 시간, 청소하는 시간, 육아하는 시간 등 가사 노동까지 폭넓게 포함하여 노동의 범주로 들어간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금 노동 시간부터 따져보면 통계청 분석 결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직장인은 하루 평균 82분, 1시간 22분을 출퇴근으로 소요한다고 한다. 더불어 평균적으로 직장에 체류하는 시간은 평균 9시간 18분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직장 체류 시간 안에 점심시간 등 기타 휴게시간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이 시간이 모든 사람에게나 온전한 여가 시간으로 간주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직장에서 사과머리한 채 치킨시켜놓고 넷플릭스 볼 순 없지 않은가.) 결국 출근을 위해 집에 나선 시간, 퇴근하여 집에 돌아온 시간이 중요하므로 이를 모두 계산하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직장인은 임금 노동을 위해 하루 평균 약 10시간 40분을 소모하게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집 청소, 빨래, 요리, 설거지, 육아 등 가사 노동이 남아있다. 2025년 많은 발전이 이루어지긴했으나 아직도 가사노동은 가부장제, 내지는 육아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가사노동 시간은 남녀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통계청 조사 결과, 맞벌이 부부 기준 여성은 3시간 7분, 남편은 54분, 남녀 도합 평균 2시 22분의 가사노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물론 이 수치는 모든 세대가 포함된 평균이고 부부의 직장 체류 시간이 같다고 상정할 수는 없으므로 감안이 필요하기는 하나 아직 가사일에 대해서 남성의 참여가 적은 것이 드러난다. 부부 사이에서 완벽한 가사 노동 분배가 일어나더라도, 결국 남녀가 두 사람이 합쳐서 약 4시간 분량의 가사일을 해내야하므로 단순 계산 상으로 한 사람 당 평균 2시간을 가사 노동으로 소모해야한다.


임금 노동 시간 10시간 40분, 가사노동 시간 2시간을 합치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평균적인 맞벌이 부부의 노동 시간은 12시간 40분이다.




이제 아주 쉬운 결론을 도출해보자. 평균적인 맞벌이 부부의 여가 시간은 수면시간 8시간과 12시간 40분, 총 20시간 40분을 제외한 약 3시간 20분 남짓이다.


다른 것 보다 이 결론은 지극히 "평균"에 불과하다. 모든 평균이 그러하듯 남들과 합쳐보니 그렇다는 것이지, 나의 삶 안에서는 의미가 없다. 정말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지는 나만이 계산할 수 있다.


누군가는 정말 행운으로 직장에서의 점심시간이 순수한 여가 시간인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유연근무제를 적용받는 사람, 교대근무를 하는 사람, 출퇴근이 더 짧거나 길거나, 딩크여서 가사 노동 시간이 훨씬 짧은 부부, 다둥이의 부모여서 가사 노동이 훨씬 긴 부부도 있고, 잠을 좋아해서 수면 시간이 길 수도 있다


여가를 선택하고 영위함에 있어 시간은 가장 소중하고 결정적인 자원이다.

행복한 인생을 위해, 가사노동시간, 출근~퇴근 도어투도어 시간 등을 제외한 당신에게 정말 순수하게 주어지는 여가 시간을 반드시 파악하길 권한다.




여기서 여가 시간의 최적화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바로 여가 시간이 굉장히 쪼개져서 덩어리 시간이 없는 경우이다.


예를들어 하루에 3시간이라는 여가 시간이 있는 A와 B가 있다고 가정하자.


A는 혼자 사는 회사원으로, 기상부터 퇴근까지는 너무나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지만 퇴근 후 요리, 빨래, 설거지, 가사노동을 몇번 치르고 나면 저녁시간 3시간이 온전히 여가 시간으로 보장되는 사람이다.


반면 B는 오전 파트 타임 근무자로 기상 후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오전 근무를 한다. 오전 근무를 끝내고 집에 도착하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귀가하기 전 1시간 정도 여가 시간이 난다. 아이가 귀가하고 육아 및 가사노동을 하다보면 배우자의 출근이 다가온다. 배우자의 저녁을 챙겨주고 나면 배우자가 대신 아이를 맡아 육아를 잠깐 담당해주고 그 동안 1시간 동안의 여가 시간이 확보된다. 이후 잠 투정을 부리는 아이와 씨름 끝에 아이가 잠에 들고나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B에게 자유로운 1시간 여가 시간이 확보가 된다.


똑같은 A와 B 중 여가시간의 최적화가 필요한 사람은 누굴까?


당연히 B다.


아마 B에게

"당신은 하루 3시간의 자유시간이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면

"저한테 무슨 3시간 씩이나 있어요?!" 하고 놀랄 가능성이 매우 크다. B는 아마 자신에게 거의 여가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가 시간이 심하게 파편화되어 무언가 제대로 즐겨본 적 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가 시간은 덩어리로 확보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휴식이 되었든 취미가 되었든 준비, 이동 등의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여가에 헬스장에서 딱 50분 동안 운동하더라도 챙겨서 준비하는 시간 10분, 헬스장으로 향하는 시간 10분, 샤워하는 시간 20분 등 웨이트 트레이닝 50분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1시간 30분의 여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같은 3시간의 여유가 있더라도 '헬스장에서 운동하기' 라는 취미를 A는 가질 수 있으나 B는 언감생심 꿈꾸기 어렵게 된다. 여가시간이 잘게 쪼개져있는 B에게는 여가시간을 최적화 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가 시간 최적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짧은 시간만 쓰는 휴식이나 취미 선택

2. 기상 시간에 변화를 주기


다시 B의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1시간 씩 3번의 여가가 주어진다면 평균적으로 40분, 정말 넉넉잡으면 50분 가량의 활동 3가지를 할 수 있다고 봐야한다. 그러므로 B는 준비과정도 비교적 짧고 정리 과정도 짧으며 50분 내외로 빠르게 집중하고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는 취미나 휴식을 선택하면 된다. 맨몸운동, 러닝, 글쓰기, 십자수, 뜨개질, 그림, 독서, 각종 테이스팅 등은 그나마 집에서 빠르게 갖추어 하기 쉬운 취미 활동에 속한다.


그러나 1번 방법만으로 떼우는 것은 정말 추천하지 않는다. 1시간의 짧은 시간으로 몰입을 위한 최소한의 실력을 쌓고 즐겨나가기엔 취미 종목의 제한이 극심해진다. 결국 무언가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시간 투자가 꽤나 필요하다.


최소 2시간. 2시간 정도의 온전한 덩어리 시간은 행복한 여가의 영위를 위해 필요하다. 따라서 여가시간이 과하게 파편화 되어있는 경우 2번의 방법을 권한다.


바로 기상 시간의 변화이다.


보통 사람들의 여가시간은 퇴근~취침 사이인 경우가 절대다수이다. 문제는 육아 등 다양한 개별 사정에 의해 퇴근~취침 사이에 과하게 가사노동시간이 몰려있는 라이프스타일이 꽤나 많다는 것이다.


만약 퇴근~취침 사이에 가사노동시간이 몰려있어 저녁 여가 시간이 2시간 이하라면 차라리 여가 시간을 기상~출근 사이로 바꾸는 것을 추천한다. 소위 미라클 모닝이라 부르는 라이프스타일이다. 물론 이 글에서 아침 시간이 저녁 시간보다 나은 점에 대해 역설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자는 것이다. 굳이 퇴근 후 보상심리와 피로가 쌓인 시점에서 에너지 소모가 큰 취미를 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기상 직후 어떠한 피로도 쌓인 것이 없는 시점에서 취미를 즐긴다면 그것 나름대로도 분명한 장점이 존재한다.


굳이 미라클 모닝으로 여가시간 최적화를 할 필요는 없다. 결국 당신의 3시간이 1/1/1로 쪼개지는 것보다는 2/1인 것이 훨씬 낫고, 그렇게 최적화하기 가장 쉬운 것이 출근 전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미라클 모닝을 한 가지 방법으로 제안하는 것 뿐이다. 여가시간의 최적화는 개인이 이루어낼 수 있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배우자와 육아의 분담을 조금 바꿔서 최적화 할 수도 있고, 조금 더 가사 노동의 밀도를 높여서 효율적으로 끝내는 등 여가 시간의 양적 개선을 이룩하여 크게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지 않고도 2시간의 덩어리 시간을 낼 수 있다면 그것이 더욱 우선되어야 할 방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덩어리 시간을 내고자 하는 적극적인 마음이다.


오늘 당신이 할 일은 자신의 여가 시간을 냉정히 내려다보고 최적화하는 작업이다.




어쩌면 당신의 하루를 계산해 본 결과가, 너무나도 초라하고 보잘것없어서 절망하거나, 크게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몇 줌 안되는 찰나의 시간은 24시간을 통틀어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오롯이 '나의 행복'을 위해 존재할 수 있는, 당신의 유일한 성역이다.


그러니 가족을 위해, 커리어를 위해 당신의 성역을 오롯이 희생하지 마시라. 긴 호흡으로, 여가시간 속에서 직장인, 혹은 엄마, 아빠가 아니라 무언가를 영위하는 당신이 존재해야 행복한 직장과 가정이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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