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 이야기 2. 오렌지 자스민

성실하다는 것. (부제: 축! 브런치 작가 데뷔 한 달)

by 다락방지기

브런치 스토리에 언젠가 글을 쓰게 될 너에게


안녕? 난 한 달 전에 브런치 스토리 작가로 데뷔한 다락방지기라고 해.

신인이지. 신인. 주목받는 루키였으면 네가 좀 더 관심있게 글을 읽을텐데 어쩌면 빛의 속도로 스크롤을 내려버릴지도 모르겠구나. 아는 언니가 사람들 앞에서 강연할 때 ‘제가 너무 떨려서요.’이런 류의 말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신인의 특권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이 말의 문장 버전을 써버렸다!



오늘 자 이야기는, 지난 한 달 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며 생각한 것, 배운 것, 느낀 것 뭐 이런 것들을 기록하고 싶어. 데뷔 한 달 자체 세러모니랄까?



내 첫 브런치 북이 어떻게 나왔는지 말해볼게.


아는 친구가 우연히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걸 알고 몰래(?) 친구의 글을 읽다가 여기라면 나도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오랫동안 생각만 하다가 최근에야 테라스 정원을 가꾸며 말하고 싶었던 것을 밀린 방학 숙제 하듯 몇 달에 걸쳐 썼어.


브런치에 글을 올려야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것이지만 정작 ‘브런치 스토리’라는 플랫폼 대해서는 크게 연구하지 않았더라고. 그저 워드프로세서를 켜서 글을 쓰는 데만 관심이 있었지. 그마저도 잘 써질 때는 제법 길게 쓰고 안 써질 때는 몇 일, 몇 주 동안 손을 놓고 그런 식이었어. 브런치 북이 어떻게 발행되는건지, 연재는 어떻게 하는지, 심지어 작가 등록도 그냥 회원가입하듯이 개인정보만 넣으면 되는건 줄.


쓰다말다 해도 포기하지 않고 강태공같은 마음으로 했더니 글이 완성이되긴 하더라. 사실 끝까지 못 쓸 것 같다는 생각도 가끔 했는데 목차를 15개 써놓고 시작했더니 그게 또 목표가 되더라고.

이윽고 다 써놓은 글을 브런치에서 발행하려고 하는데 여기서부터 스텝이 꼬였어.


1. 작가등록 승인이 나야 글을 발행할 수 있고 승인과정에 활동계획 등에 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

2. 내가 워드로 줄줄 써놓은 글은 가독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점.

3. 그래도 정원에 대한 글인데, 보여줄 마땅한 사진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


이 세 가지를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이 급조해서 브런치 북을 발행했어.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여유있게 연재를 하다가 마지막에 브런치 북으로 갈무리를 했으면 좋았을텐데 한 달 전의 나는 마음만 급해 ‘브런치 스토리’로서의 완성도를 다소간 포기한 것 같아 아쉬워.




첫 술에 배부르겠어?

재미있는 건 말야,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발행하고 무슨 장벽 하나 넘은 것 같다는 거야.

그건 아주 오랫동안 내 앞에 서 있던 장벽인데 너무 크고 단단해서 늘 피해 다녔거든. 뭐냐하면, 나는 말이지 오랫동안 ‘나의 생각과, 의견과,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도 될까?’라는 질문을 늘 마음에 품고 있었어. 나를 검열하는 이 질문이 크고 단단한 장벽이었지. 글을 써서 브런치에 발행할 때도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어.


막상 글을 발행하고나니 괜한 걱정이었을 뿐 세상은 별 일 없이 굴러가고, 가족과 지인들도 약간의 흥미를 보였을 뿐 달라진 건 없었어. 장벽 꼭대기만 바라보며 너무 높다고 좌절했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내 바로 앞에 문이 있더라고. 잠겨있지도 않고 그냥 손잡이 돌려서 나오면 되는 거였어.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진심으로 긍정하게 되었지.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 만난 작가들의 글은 정말이지 다양했어. 그들 저마다의 삶을 친절하게 보여주는 글은 세상이 얼마나 넓고 흥미로운 곳인지를 증명하는 것 같아. 게다가 ‘글’이라는 속성 탓인지 그들 내면의 깊은 감정, 다듬어진 명료한 지식을 담고 있었지.


그렇게 탐험하듯 재미나게 글을 읽다보면 ‘성실’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몇 년 째 글을 써 온 작가들, 수 백 꼭지의 글들, 연재를 매일 매일하는 작가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거든. 대단한 사람들이 많구나 싶으면서 이런 인력풀(?)에서 같이 글을 쓰고 나눈다는 게 좋은 이웃을 잔뜩 둔 것 같아.


그런가하면 여기도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곳이라 주거니 받거니 구독과 라이킷 수에 초연하기가 힘들겠더라. 내가 좋아서 시작한 글쓰기이지만 일단 발행해서 누군가 읽기를 원한다면 나만 재미있는 글을 쓰는 걸로는 부족하니까. 시작이 반이고 나머지 반은 이제부터 글쓰기 공부를 좀 해서 채워야겠어.




아, 우리 집 테라스 오늘 자 이야기도 덧붙일게. 하나하나 새어보니 테라스 정원에 28종의 식물들이 있더라구. 작년 우리 반 애들보다도 많아. 예쁜 애(알지? 백합이라고),든든한 애(유일한 사철나무 은청 가문비), 보기보다 야망있는 애(딸기), 매번 애태우는 애(수국), 사주 잘 타고난 애(메리골드) 등등.


그 중에서도 한결같이 꾸준한 애가 있어. 좀 자그마해서 화려한 식물들 곁에서는 눈에 잘 띄지도 않아. 성장이 빠른 것도 아니야. 일 년 중 팔 할은 그냥 그 곳에 생존해 있다는 사실만 알릴 뿐. 그러다 어느 날 아침에 보면 하얗고 앙증맞은 꽃이 피어있어. 너무 작아서 꽃봉오리도 안 보였는데 정말 하루 아침에 일어난 일만 같아. 꽃이 피어있는 겨우 하루 이틀이 무척이나 아름답고 향이 고급져(?). 내가 관심갖던 말던 얘는 그저 꾸준히 자기갈 길 가는거야. 얼마 전에 하얀 꽃이 피었다 지고 이제 열매를 키우고 있는 중이야.


브런치 작가 데뷔 한 달 세러모니로 나는 그 애처럼 되고 싶다고 다짐하겠어!

오렌지 자스민. 너를 떠올리며 브런치 스토리에 오늘도 글 올리겠음.

너의 글도 미리 응원할께.


25. 7.15.

다락방지기 씀.

KakaoTalk_20250713_221554248.jpg 24년 7월 7일. 포트분에 있던 오렌지 자스민을 분갈이해주고 몇 달 후 하얀 꽃이 가득 피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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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6월 27일. 7월 2일. 더위 탓에 안 그래도 개화일수가 짧은 꽃이 금방 져버렸네요. 작년보다 키가 훌쩍 큰 게 보이죠? 하루이틀 꽃이 피었을 때 한창 백합에 빠져있어서 오렌지 자스민은 변변한 사진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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