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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ji Aug 20. 2022

나의 코워커를 소개합니다

나의 캐나다 생활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사람들

일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나는 우리 매장 사람들이 참 좋다. 새삼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란 걸 자꾸자꾸 느낀다.

같이 일하는 나의 코워커들은 다들 너무 스윗하고 착하다. 사실 일하면서 '나쁜' 사람이 어디 있겠냐 마는, 나의 동료들은 나에게 작은 일에도 칭찬을 잔뜩 해준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의 이야기에 종종 출연할 나의 소중한 동료들을 소개해본다.


Eden(이든)

이든은 에티오피아에서 오래전 캐나다로 이주해 왔다고 한다. 캐나다에 와서 스타벅스에서 일한 지도 십 년이 되었다고, 에티오피아의 가족들도 오랜 기간 보지 못했다고 했다. 항상 빽빽이 땋아진 머리와 머리 두건을 쓰고 있었는데 나이는 잘 가늠이 되지 않았지만 눈이 잘 보이지 않아 항상 음료를 만드는 바에 있거나 커스터머 서포트 역할을 맡았다.

이든은 잔소리가 많았는데, 항상 내가 뭘 하고 나면 "You are so smart!", "Doing really well!", "Better than I think!" 하며 칭찬을 해주곤 했다. 이든의 칭찬을 받고 나면 괜스레 일을 더 잘 해낸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Courtney(콜니)

콜니는 발랄하고 정말 하이틴 여주인공 같은 느낌이다. 콜니의 머리색은 흰색에 가까운 금발인데, 뿌리 쪽은 은빛이 난다. 가끔씩 손님들이 콜니의 머리색이 자연적인 색이냐며 신기해하기도 했다. 핀터레스트나 어느 잡지에 모델로 나올 법한 분위기를 가진 콜니는 말도 굉장히 친절하고 예쁘게 했다. 주문을 받거나 음료를 만들 때도 손님들에게 꼭 한마디를 더 걸며 사람들을 웃음 짓게 만들었던,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쳤던 콜니.


Carrie(캐리)

캐리는 홍콩계 캐네디안이다. 캐나다에 오기 전까지 나는 중국어가 무조건 차이니즈인 줄 알았다. 그런데 캐나다에서는 중국의 표준어인 북경어를 만다린이라고 부르고, 홍콩과 중국 광둥 지역에서 사용하는 광둥어는 칸토니즈라고 부른다. 캐리는 그중 후자를 사용하는 홍콩인이었다. 물론 태어나고 자란 곳이 캐나다이긴 하지만.

캐리를 처음 봤을 때는 스타일이 너무 한국스러워서 한국인인 줄 알았다. 작고 마른 것 같아 보이지만 보디빌더가 꿈인, 팔에 반전 근육이 가득했던 캐리.


Julie(줄리)

줄리는 몇 번 언급했지만 우리 스타벅스의 매니저이다. 나는 줄리의 환한 미소와 목소리가 정말 좋았다.

줄리의 남편도 스타벅스 매니저인데, 스타벅스 캐나다는 같은 디스트릭트 안에서 사내 연애가 금지돼있다.(놀랍지 않은가? 세상 자유로울 것 같은 북미 스타벅스에서 사내연애 금지령이라니!)

그래서(?) 그런지 줄리의 남편은 다른 디스트릭트 스타벅스 소속이었다. 줄리는 틸리라는 귀여운 웰시코기를 키우고 있는데, 실제로 틸리를 만난 날 그 거대함에 놀라고 말았다.

매니저였지만 동료 같고,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하게 사람들을 잘 이끌던 줄리는 나에게 이상적인 매니저였다.


Ted(테드)

테드는 내가 처음에 이력서를 내러 스타벅스에 찾아왔을 때 "한국분이시죠?"하고 말을 걸어주셨던 바로 그분이다! 테드는 내가 트레이닝 다음 날 처음으로 혼자 틸에서 주문을 받게 되었을 때 옆에서 엄청나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 영어로 아무리 소통을 해도 말끔하지 않은 부분을 친절히 가르쳐주셨던, 마음의 안정감을 주셨던 분. 테드는 한 달 후면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 놀랍게도 나와 같은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처음에 내 이력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세상 참 좁다는 얘기를 했다.


Christina(크리스티나)

크리스티나는 정말 프렌들리 하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를 정말 좋아하는 동료였다. 이때가 2015년이었는데, 크리스티나가 나에게 한국 드라마 보는 게 있냐고 해서 '그녀는 예뻤다'를 본다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는 완결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려고 대기하고 있다고 했다. 나보다도 한국 드라마 고수라서 이것저것 말하는데 내가 오히려 모를 지경이었다. 크리스티나는 같이 일하면 마음이 편안한 동료 중 한 명이었다.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매력을 가졌던 크리스티나.


Lily(릴리)

릴리는 성격이 엄청나게 유쾌하다. 처음 본 날 나는 백오피스에서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씩씩거리며 들어오더니 노래가 WHAT THE HELL이라며 오디오 플레이리스트를 바꾸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릴리는 리액션이 정말 '외국인의 정석'같은 느낌이다. 말할 때 넣는 추임새나 제스처가 굉장히 커서 그런 느낌이 들었나? 같이 있으면 항상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해주곤 해서 재밌었다.


Nisa(니사)

니사는 착한데 뭔가 어려운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손님에게 커피를 주는데 니사 손과 부딪혀서 내 손에 커피가 조금 흘렀다. 그랬더니 니사가 "Areyouokay? areyouokay? areyouokay?"라며 엄청 빠르게 괜찮냐는 말을 네 번씩 반복해서 말하는데 너무 웃기고 귀여웠다. 또, 스타벅스에서 파트너들끼리 누구 뒤를 지나갈 때 안전을 위해 'Behind you(너 뒤에 있어)'라고 말하는데 이 때도 "비하인 쥬 비하인 쥬 비하인 쥬 비하인 쥬"하며 지나가서 귀여운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니사는 내가 가장 친해진 파트너 중 한 명이었다. 자신의 집에 나를 초대해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내가 밴쿠버를 떠나는 날 공항에 나를 보러 와주었던 고마운 친구다. 몇 년 후 내가 밴쿠버를 여행차 들렀을 때도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던 게 기억이 난다.


Julia(줄리아)

줄리아도 처음에 다가가기 어려운 직원 2였다. 굉장히 활기차고 장난을 잘 치는 성격인데 오히려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어려웠다. 크림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를 키우고 있던 줄리아는 키우는 고양이만큼이나 고양이 같은 사람이었다. 대놓고 친절하진 않지만 알고 보면 잘 챙겨주고, 일을 정말 잘해서 뭐든 빨리빨리 척척 잘 도와주곤 했다. 나보다 어렸지만 항상 나를 어린 아이처럼 대하곤 했던 줄리아.


Stephanie(스테파니)

스테파니는 우리 매장 모든 사람들 중 가장 스윗한 사람이다. 똑똑하고 일도 굉장히 잘하면서 사람들을 정말 잘 챙겼기 때문이다. 활발한 성격과는 다르게 짝사랑하는 손님이 오면 엄청나게 부끄러워하던 스테파니.

매장에는 원래 친구 거나 또래라서 더 친해진 파트너들이 있었는데, 그중 스테파니와 줄리아가 유독 친했다. 나도 둘이 밥 먹는데 한 번 따라가서 같이 논 적이 있는데, 둘 다 유쾌하고 이제 막 스무 살이 넘은 대학생들이라 대화하는 걸 듣는 게 너무 재밌었다.


Mikaila(미케일라) & Gia(기아)

미케일라는 거의 미카라고 불렀는데 미카와 기아도 실제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사이였다. 둘 다 K-POP을 좋아하고, 케이팝 댄스 영상을 올리며 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했다. 2015년, BTS가 이렇게까지 뜰 줄 몰랐던 그 당시 이들은 BTS 콘서트에 가기 위해 밴쿠버에서 LA까지 날아갔다. 나에게 BTS에 대해 말할 때마다 내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말이다.

둘 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그랬는지, 이 둘과도 대화가 굉장히 잘 통했다. 나중에 내가 한국에 돌아가고 나서 미카가 가족여행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미카와 미카 엄마를 데리고 유명해지기 전의 익선동에 데려가 구경시켜준 기억이 난다.


Kristin(크리스틴)

크리스틴은 내가 첫 출근하고 3일간 나의 트레이닝을 담당해준 나의 스승님이다! 어린 나이지만 굉장히 성숙한 외모를 가지고 있던 크리스틴은 인스타그램에서 볼 법한 인플루언서 같았다. 실제로도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꽤나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친구들과 노는 걸 보면 한없이 어리고 철없는 모습이었지만, 매장에서 일할 때만큼은 굉장히 프로페셔널했던 크리스틴!


Monica(모니카)

모니카는 정말 러블리하다. 한 날은 창고에서 코워커들끼리 얘기를 하는데 모니카가 "나는 크리스마스에 일하는 게 좋아~"라고 해서 모두가 엥? 하며 의문스러워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은 행복하고~ 거리는 밝잖아~"라고 대답하는데 그 긍정적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운 동료였다!


Greg(그렉)

그렉은 나에게 오픈 트레이닝을 해주었던 바로 그 동료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처음 봤을 때는 말이 없고 표정도 굳어있어서 낯을 많이 가리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첫 만남 때 이름을 물어봤는데 엄청 긴 자신의 풀네임을 말해줘서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고 멍 때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그냥 그렉이라고 부르면 된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나름의 장난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렉의 풀네임은 Kostrzewa Grzegorz 였기 때문..




쓰다 보니 정말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많았구나 싶다. 자주 본 적이 없어서 소개에 쓰지 않은 동료들까지 하면 거의 스무 명에 가깝다. 

이후에 얼마 안 있다 나간 파트너들도, 새로 들어온 파트너도 많다. 사람들이 바뀌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동료도 있었고, 오래 함께하고 싶은 동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어쨌든 이 모든 사람들 덕분에 나의 캐나다의 삶이 한층 재밌어졌고,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고마운 동료들.

지금은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나중에 캐나다에 놀러 가서 또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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