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노래 : 나무가 들려준 이야기(3)

3. 작은 다람쥐의 하루 (A Little Squirrel's Day)


이 작은 음악가들에게서 배운다

기교가 아닌 진실을, 이론이 아닌 마음을

매일 아침 들려주는 순수한 소리

인간보다 더 완벽한 음악을



BG-M00253, 254 숲에서 만난 인연 (Forest Encounters)

https://youtu.be/ctFJYtf211s



에세이


새벽 5시 32분. 첫 번째 다람쥐가 깨어난다. 음악가의 귀는 미세한 움직임까지 포착한다. 나무 구멍 속에서 일어나면서 나는 '스르르' 소리. 마치 작은 브러시가 스네어 드럼을 살살 문지르는 것 같다. 그리고 '찍찍' 하는 첫 번째 울음소리. 음정을 분석해보니 대략 E5음, 0.3초 동안 지속되는 순간적인 피치카토다.


다람쥐의 하루는 음악으로 가득하다. 인간의 귀에는 단순한 동물의 소음으로 들릴 뿐이지만, 작곡가인 나에게는 정교한 미니어처 교향곡이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시작되어 해질 무렵까지 이어지는, 누구도 작곡하지 않은 가장 자연스러운 음악.


아침 인사는 항상 같은 패턴이다. '찍찍-찍' (E5-E5-G5), 0.2초 간격으로 세 번. 마치 모차르트의 소나타에서 주제를 제시하는 것처럼 또렷하고 정확하다. 다른 다람쥐들이 하나둘 대답한다. 첫 번째는 '찍-찍찍' (F5-D5-F5), 두 번째는 '찍찍-찍찍' (G5-G5-A5-A5). 각자 다른 음정과 리듬으로 응답하지만,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마치 즉흥연주하는 재즈 뮤지션들 같다.


아침 식사 시간의 소리는 더욱 흥미롭다. 도토리를 찾는 소리부터가 음악이다. '토도독, 토도독' 작은 발톱이 나무껍질을 긁는 소리는 마치 기타의 핑거피킹 같다. 도토리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 섞인 '찍!' 소리는 짧고 날카로운 스포르찬도(sforzando)다. 음정은 보통 F#5에서 G5 사이, 흥분 정도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진다.


도토리를 깨먹는 소리가 가장 정교하다. 작은 이빨로 껍질을 깨는 '딱-딱-딱' 소리는 완벽한 16분음표 리듬이다. 120BPM 정도의 일정한 템포를 유지한다. 그 사이사이에 들리는 '가드득가드득' 씹는 소리는 마치 마라카스를 아주 작게 흔드는 것 같다. 때로는 너무 딱딱한 도토리를 만나면 '딱!' 하고 더 큰 소리가 난다. 이때는 forte 정도의 음량이다.


가장 놀라운 것은 다람쥐들의 이동 소리다. 땅 위를 뛸 때는 '통통통통' 네 박자 리듬이다. 앞발 두 개, 뒷발 두 개가 만드는 완벽한 2+2 패턴. 그 간격이 정확히 8분음표 길이다. 마치 드럼의 기본 패턴 같다. 흥미로운 것은 급할 때와 여유로울 때 템포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위험을 감지했을 때는 140BPM까지 빨라지고, 한가로울 때는 80BPM까지 느려진다.


나무를 타고 오르는 소리는 완전히 다른 장르다. '스드득스드득스드득' 연속되는 레가토. 발톱이 나무껍질에 박히고 빠지기를 반복하면서 만드는 소리는 마치 첼로의 아르코 주법 같다. 나무의 종류에 따라 음색이 달라진다. 소나무의 거친 껍질에서는 좀 더 거친 소리가, 자작나무의 매끈한 껍질에서는 좀 더 부드러운 소리가 난다.


점프하는 소리는 순간의 예술이다. 도약 준비 단계의 '살짝' (거의 무음에 가까운 pianissimo),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순간의 완전한 침묵, 그리고 착지할 때의 '톡!' (짧고 명확한 staccato). 이 세 단계가 1초 안에 완성되는 완벽한 미니어처 음악이다. 점프의 거리에 따라 착지 소리의 음량이 달라진다. 가까운 거리는 pp(피아니시모), 먼 거리는 mf(메조포르테) 정도다.


다람쥐들 간의 대화는 가장 복잡한 음악이다. 위험을 알릴 때는 '찍찍찍찍찍!' 빠른 32분음표로 경고음을 낸다. 대략 C6음 정도의 높은 음역에서, 거의 트릴에 가까운 속도로. 이때 다른 다람쥐들도 즉시 같은 패턴으로 응답한다. 마치 경보 시스템 같다.


반대로 평화로울 때의 대화는 느긋하다. '찍...찍...찍...' 온음표나 2분음표 길이로 길게 늘어뜨리며 운다. 이때의 음정은 좀 더 낮고 부드럽다. D5에서 F5 사이를 오가며, 마치 플루트의 서정적인 선율 같다.

사랑의 계절이 되면 다람쥐들의 음악이 완전히 달라진다. 수컷의 구애 울음소리는 '찍찌리리리~' 하며 글리산도가 들어간다. E5에서 시작해서 A5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F5로 내려오는 멜로디. 암컷의 반응은 더 짧고 간결하다. '찍찍' (G5-F5) 정도의 단순한 응답. 하지만 관심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음색이 미묘하게 다르다.


새끼들의 소리는 또 다른 세계다. 갓 태어난 새끼들은 '삐잇삐잇' 하며 매우 높은 음역(C6 이상)에서 운다. 마치 피콜로 같다. 그 소리는 성인 다람쥐보다 훨씬 불안정하다. 음정이 계속 흔들리고, 리듬도 일정하지 않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더 감동적이다.


어미가 새끼를 부를 때는 특별한 소리를 낸다. '찍찍찍찍-찍찍' 짧은 음들을 빠르게 연주한 후, 마지막에 긴 음을 넣는 패턴이다. 이때 새끼들은 즉시 반응한다. '삐잇삐잇삐잇!' 더 높고 더 빠른 리듬으로 대답한다. 이 모자간의 대화는 마치 모차르트의 이중주 같다.


계절에 따라 다람쥐들의 소리도 변한다. 봄에는 전체적으로 경쾌하고 밝다.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축하하는 것처럼 모든 소리가 장조 느낌이다. 여름에는 풍성하고 활기차다. 먹을 것이 풍부해서인지 소리에도 여유가 느껴진다.


가을은 가장 바쁘다. 겨울 준비를 위해 도토리를 모으느라 하루 종일 '토도독토도독'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이때의 리듬은 매우 빠르고 강박적이다. 마치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처럼 긴박하다. 도토리를 숨기는 소리도 특별하다. '파삭파삭' 낙엽을 파헤치는 소리, '털털' 흙을 털어내는 소리, 그리고 마지막에 '휘리릭' 꼬리로 낙엽을 덮는 소리.


겨울에는 모든 소리가 조용해진다. 추위 때문에 활동량이 줄어들어서 소리도 덜 난다. 하지만 그 희소성 때문에 더 소중하게 들린다. 눈 위를 걷는 '보송보송' 소리, 얼어붙은 나무를 타는 '딱딱딱' 소리. 모든 것이 겨울 버전이다.


비 오는 날의 다람쥐 소리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빗소리에 묻히지 않으려고 평소보다 더 크게 운다. '찍찍!' 소리의 음량이 mf에서 f로 올라간다. 물웅덩이를 피해 뛸 때는 '푸드득푸드득' 평소와 다른 리듬을 만든다. 젖은 나무를 타는 소리도 독특하다. '미끄덕미끄덕' 평소의 '스드득'과는 다른 질감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다람쥐들의 감정 표현이다. 기쁠 때는 '찍찍찍!' 상행하는 멜로디 라인이다. C5-E5-G5 같은 장3화음 진행. 화날 때는 '찍찍찍찍!' 하행하는 패턴이다. G5-F5-D5-C5 같은 하강 진행. 무서울 때는 떨리는 목소리로 '찌찌찌찌찌' 연속되는 32분음표. 슬플 때는 '찍...찍...찍...' 긴 쉼표를 두고 천천히.


밤에는 다람쥐들도 대부분 잠든다. 하지만 가끔 잠꼬대 같은 소리를 낸다. '찌잇...찌잇...' 아주 작은 소리로, 마치 꿈속에서 무언가를 쫓고 있는 것 같다. 이 소리는 거의 pp(피아니시모)에 가까워서 아주 가까이에서만 들을 수 있다.


나는 이 작은 음악가들을 관찰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들의 소리에는 인위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이 필요에 의해, 감정에 의해, 본능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더 진실하고 더 아름답다.


당신을 잃고 나서 이 작은 생명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깨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그들의 성실함, 위험 앞에서도 서로를 지키려는 그들의 사랑,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지혜. 모든 것이 감동적이다.


때로는 그들도 나를 의식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내가 있어도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심지어 가끔은 내 근처에서 도토리를 깨먹기도 한다. '딱딱딱' 소리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된다.


어떤 날은 특별히 용감한 다람쥐가 내 손 근처까지 온다. 그때 들리는 조심스러운 '토도독토도독' 소리, 잠깐 멈춰서는 '흠...' 하는 듯한 침묵, 그리고 다시 다가오는 '토도독' 소리. 이 모든 것이 그들만의 언어다.

나는 그들의 일일 연주회를 들으며 내 음악에 대해 생각한다. 인간의 음악은 때로 너무 복잡하고, 너무 인위적이다. 이 작은 음악가들처럼 단순하고 진실된 소리를 낼 수는 없을까. 기교나 이론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짜 소리를.


오늘도 다람쥐들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새벽 5시 30분, 어김없이 들려오는 '찍찍찍' 소리. 나는 이 작은 교향악단의 충실한 관객이다. 그들의 음악은 끝나지 않는다. 내일도, 모레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계속 들을 것이다. 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생명의 노래를.




시 (詩)


새벽 5시 32분, 첫 번째 '찍찍' 소리

E5음으로 시작되는 하루의 서곡

나무 구멍에서 들려오는 생명의 멜로디

작은 음악가가 깨어난다


'토도독토도독' 기타의 핑거피킹처럼

작은 발톱이 나무껍질을 긁어낸다

도토리를 찾는 아침 수행

120BPM의 정확한 템포로


'딱딱딱' 16분음표 리듬으로

도토리 껍질을 깨어낸다

'가드득가드득' 마라카스를 흔드는 것처럼

작은 이빨이 아침 식사를 연주한다


'통통통통' 네 박자 리듬으로

땅 위를 뛰어다닌다

앞발 두 개, 뒷발 두 개

완벽한 2+2 패턴의 드럼 연주


나무를 타고 오르는 '스드득스드득'

첼로의 아르코 주법처럼 부드럽게

점프할 때의 '살짝-침묵-톡!'

1초 안에 완성되는 미니어처 음악


위험할 때는 '찍찍찍찍찍!' 32분음표

C6음의 높은 경보 시스템

평화할 때는 '찍...찍...찍...' 온음표

D5에서 F5를 오가는 플루트 선율


봄에는 장조로, 가을에는 빠르게

계절마다 달라지는 작은 교향곡

겨울에는 조용히, 비 오는 날에는 크게

날씨에 맞춘 완벽한 음량 조절


이 작은 음악가들에게서 배운다

기교가 아닌 진실을, 이론이 아닌 마음을

매일 아침 들려주는 순수한 소리

인간보다 더 완벽한 음악을


오늘도 그들의 하루가 시작된다

나는 이 미니어처 오케스트라의 관객

끝나지 않는 자연의 연주회

영원히 계속될 생명의 노래





'By' 공감아티스트 오지훈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