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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량공대언니 Nov 20. 2017

18. 10개국 이상 국적의 크루들과 일한다는 것

나도 이제 승무원이다. 


'Welcome on Board'


이민가방 두 개를 끌고 2008년 12월 싱가폴에서 첫 승선을 했어. 

언니가 곧 근무하게 될 부서의 슈퍼바이저가 격하진 않았지만 'Welcome on Board' 라며 반갑게 신입들을 맞이 해줬고 서류제출, 방배정 등 군입 입소식과 비스무리한 절차를 마친 후 언니가 근무하게 될 데스크로 향했어. 


언니가 근무했던 부서는 Guest Relation Office 였는데, 호텔의 프런트 데스크와 같은 업무를 담당했어.

백 오피스 업무 담당과 데스크 업무 담당 모두 포함해서 총 15명~20명가량의 멤버가 한 팀으로 구성되었고 

인도, 중국, 일본, 필리핀, 루마니아, 아일랜드, 브라질, 홍콩, 미국, 캐나다, 영국, 이태리  등 최소 10개국 이상 국적의 Crew들이 있었어.

 

Legend of the Seas,  첫 크루즈때 만났던 나의 첫번째 팀


10개국 국적 이상의 크루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


다리 길이가 너무 비정상 적으로 길고 엉덩이는 정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딱 그런 애플 힙의 표본을 가진 이기적인 몸매의 브라질 언니가 룸메였고,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고 취미 삼아 5개 국어를 통달했다는 불가리아 언니는 내 기숙사 옆방에 살았지.


우리 팀은 아니지만, 건너편 데스크 '여행담당 팀' 에는 또 기가 막힌 오빠가 있었어.

미드에서 막 뛰쳐나온 듯한 몸매에, 키는 187cm, 온몸에 근육 장착을 하고 코도 오뚝하고 눈도 큰데 얼굴은 작은, 완전 부담백배로 잘생긴 내 이상형 미쿡 오빠도 있었어. 주여! 할렐루야!

미국 사람 친구

이런 꼴을 보려고 하나님을 나를 25번 불합격시키고 여기에 앉히신 거라 무릎을 탁 쳤다 내가.

(이때만 해도 난 이런 남자랑 결혼할 줄…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 거야… 남편아 미안해, 사랑해 ^^)


첫 입사 후 나의 멘토와 같은 Senior 역할을 담당했던 하이안이라는 언니는!!

정말이지 말로만 듣던, 잘 씻지 않는 중국인이었어.

머리 이틀째 안 감아서 떡진채로, 심지어 쌩얼로 데스크에 출근한 적도 있었어.

겨드랑이 제모도 정말 안 하더라. 물론 모든 중국인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하필이면 내가 처음 만난 중국인 동료가 딱 우리가 알고 있는 안 씻고, 안 밀고.. 그런 중국인이었지.. 그랬지.

왼쪽 중국인 하이안, 오른쪽 일본인 카오루


영국인은 모두 젠틀맨일 것이라는 환상을 깨트려준 까칠하고 불평불만 많았던 영국 동료도 있었고,

이태리 남자들은 모두 눈빛과 목소리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는 환상 또한 깨트려준,

다크서클이 항상 턱까지 내려온 미성의 이태리 남자도 한 팀이었지. 


영화에서만 보던, 먼 나라 이웃나라 책에서만 보던 이야기들을,

이렇게 함께 한 솥밥을 먹으면서 직접 전해 듣게 되다니!! 감히 상상조차 못 하였던 일들이 내 눈 앞에서 펼쳐진다는 생각에 첫 승선하는 날부터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고 신났었어. 

 

외국여행, 해외인턴, 배낭여행 등 외국 경험이 전혀 없었던 언니에겐

10개국 이상의 크루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돈 주고도 쉽게 경험 못할 값진 일이었거든. 

크루즈는, 나의 첫 직장이 아니라 꿈꾸던 세계 일주의 여정이나 다름없다 생각했지. 

곧 닥쳐올, 눈물겨운 트레이닝이 어떤 것이지 전혀 짐작하지 못한 채, 


'이렇게 다채로운 인종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 세계 일주 같았죠 ' 


같은 소리를 했다지. 

이렇게 셀프 다큐를 찍으면서 벅찬 가슴을 안고 언니의 크루즈 첫 승선이 드디어 시작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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