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사생활
무서운 꿈을 꾼 것도, 누군가 날 깨운 것도 아니었다.
느닷없이 잠이 달아났다.
하루와 하루 사이의 경계에 선다.
새벽 3시 즈음의 적막이 귀에 닿는다.
잠들기엔 아깝고 깨기엔 이른 시간.
잠시 멈춰 선 나를 허락한다.
늘어진 몸에 힘을 넣지 않고 숨소리에만 집중한다.
감은 눈 뒤로 흐르는 시간을 즐긴다.
나에게만 주어진 보너스 시간.
아무도 모르는
굳이 알리지 않을
은밀한 사생활, 안온.
내가 바라던 사치,
어쩌다 만나야 반가운 새벽.
시간 강박 같은 것이 있었다.
효율적으로 보내지 않으면 따끔거리는 그런 것이었다.
무의미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들이 아까웠고,
해야 하는 일 외의 것에 한 눈 파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쉬기도 했지만 '내일을 위해 쉰다.'를 예정하고 실행했을 뿐이었다.
갑작스러운 여유는 '어쩔 줄 모름' 상태로 방치되다가 종종 '존재의 이유'까지 가곤 했다.
시간을 잘 못 썼다고 생각했을 때 느끼는 무가치함에 저항 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할 게 있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 하루를 미리 계획하는 것이 편했다.
그때
녀석들이 한 명씩 등장했다.
그들의 레퍼토리는 같았다.
작고 귀여운 모습은 자꾸 보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더니
먹고 자고만 하면서 본인들이 순수하며, 공격성이 없음을 어필했다.
세상이 무서운 듯 자꾸만 몸을 웅크리고, 목청껏 울지만 하찮은 소리에 마음을 짠하게 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뛰는 심장에 맞춰 숨을 쉬는 것뿐이다.
아이의 생명이 나에게 달려있는 것이 분명해진다.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사명감을 갖는다.
'나 우는데 안 오니?'
'나 배고픈데 뭐 하니?'
'나 졸린데 어쩔래?'
'엉덩이 닦을 시간이야~'
호르몬 콩깍지는 내가 방패를 들 수 없게 막는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달리며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하고 말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줄 거야.'
나 자신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예외는 있는 법.
'내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것' 리스트가 생기고 만다.
그때부터 가치 있다고 느껴지는 시간의 개념이 달라졌다.
아이든, 남편이든, 양가 가족, 친인척, 친구, 직장 동료들, 모두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시간 활용이었다.
그들의 시간에 내가 존재하는 것,
내 시간에 그들이 존재하는 것,
그것이면 되었다.
강박할 시간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