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다라의 하늘에는 구슬로 된 그물이 걸려있는데 구슬 하나하나는 다른 구슬 모두를 비추고 있어 어떤 구슬 하나라도 소리를 내면 그물에 달린 다른 구슬 모두에 그 울림이 연달아 퍼진다고 한다.'
박노해 시인의 옥중 사색을 모은 책 [사람만이 희망이다]에 나와 있는 화엄경의 한 구절 中.
결혼을 하기 전엔 나 혼자만의 삶이 중요했다. 가정을 이루고 보니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혈연으로 묶여있다고 해서 무조건 가족이라 말할 수 있을까? 가족은 태어나자마자 접하는 첫 번째 사회이자 여러 역할이 혼재하는 가장 복잡한 관계이다. 그래서 가족은 가장 가까울 수도, 또 가장 멀 수도 있는 관계이다. 가장 가깝기에 서로의 소중함을 모르고 함부로 대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가장 큰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모든 것을 품어 줄 수 있는 사회적 완충지대 여야만 한다.
아이 둘이 오늘도 투닥거린다. 서로 몸으로 부딪치고 깔깔거리며 농담과 진담 사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한다. “준아! 그만!” 그 긴장감을 견디지 못한 남편이 한마디 한다. "그렇게 하면 누나가 기분 나쁘잖아!~ ", 누나인 딸아이가 냉큼 대답한다. “아빠! 저는 괜찮은데요? 이건 단순히 장난, 조금 더 심해지면 제가 제어할 수 있어요~!" 머쓱한 남편이 입을 닫는다. 남편은 아이에게 자신을 투영시켰다. 어른들이 보기에 아슬아슬할지라도 그 판단의 몫은 각자에게 맡겨야 한다. 아이는 부모가 아닌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낸다. 가족의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그 안에 개인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개인들은 서로 무수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가족은 가장 친한 타인이라 생각한다. 내가 아이가 아니듯, 내가 배우자가 아니듯. 그들 또한 내가 아니다. 의미 있는 개인이 모인 하나의 집단.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조건 없이 품어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관계. 화엄경의 한 구절처럼 구슬 하나의 울림이 퍼져 다른 구슬에 영향을 미치듯 우리는 서로에게 그렇게 의미 있는 존재로, 그리고 개인으로 서로를 품는다.
가족에게 의미 있는 타인으로, 그리고 세상 만물에도 의미 있는 존재로 맞물려 있는 삶. 사소하고 상관없을 것 같은 모든 일들이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있는 세상.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에게 최선을 다해 따뜻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