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by 지니아

낯선 곳에서 맞는 아침은 기분을 새롭게 해.

새벽에 눈이 떠져 우리 딸을 조용히 깨웠더니 엄마의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 우리 딸과 함께한 산책은 엄마를 살짝 설레게 했어. 아직 뜨거운 공기가 차오르기 전 선선한 아침 바람은 발걸음을 기분 좋게 한다. 엄마의 발끝에서 두근거림이 느껴지니? 오솔길을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내려간 후 갑자기 펼쳐진 드넓은 바다 앞에 ‘금사빠’ 엄마는 또 호들갑이 시작되었네. 역시 시크한 우리 딸. '좋다!' 한마디에 모든 것을 담는구나. 요즘 너의 세계는 어때? 키도 크고 마음도 부쩍 자란 우리 딸이 엄마도 사실 낯설 때가 많은데, 우리 딸도 낯선 세계에서 잘 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대견하기도, 고맙기도, 때론 서운하기도 해. 엄마는 엄마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라 미안해. 너에게 '자기 자신을 제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이야기했지만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엄마도 잘 모르겠어. 사실. 엄마도 배워가는 중이야. 나를 사랑하는 것과 나만 사랑하는 것의 경계. 엄마는 그 경계를 오가며 삶의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고 있어. 도와줄래? 우리 딸은 주변을 더 많이 배려하는 사람인 것 같아. 우리 딸이 훨씬 엄마보다 깊고 따뜻할 때가 많거든. 엄마는 불안한 사람이야.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늘 계획하고 일기를 쓰고 평상심을 외치지. 그래서 부드럽지만, 내면이 단단한 아빠의 손을 잡은 것 같아. 엄마의 불안. 통제되지 못하고 새어나가 버린 그 불안이 너희를 덮쳐 무섭고 괴롭지는 않았니? 엄마라는 이름으로, 너희를 통한 성취를 욕심으로 너를 벼랑 끝으로 몰진 않았니? 많이 힘들었니? 아니, 많이 힘들었지?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해 줘서 고마워. 엄마는 과분한 사랑을 받는 것 같아. 너희를 다 내어주는 그 사랑 앞에 엄마는 무릎 꿇고 참회한 순간이 많아.


엄마의 사춘기는 요란했어. 이모, 외삼촌도 매우 힘들게 했지. 미래가 불안했고 모든 것을 잘하고 싶었어. 내 안의 모든 감정을 다 설명할 수 없지만, 그 감정들을 모두에게 분출했지. 정체를 몰라 변명할 수도, 제대로 사과할 수도 없었어. 세상이 미울 때도 많았고 모든 것이 불만이기도 했어. 더 많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남들과의 비교에 대한, 나를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한 불만. 그래서 과묵하지만 불같으신 외할아버지의 가슴에도 거침없이 돌을 던졌던 것 같아. 그리고 나의 내면 저 끝으로 나 자신을 끌어내렸지. 모든 이가 나를 이해해 주길 바라며.


그런 엄마를 너의 할머니는, 나의 엄마는 조용히 지켜봐 주셨어. 그리고 가만히 안아주셨지.

엄마는 경계에 서 있을 때 가장 불안한 것 같아. 우리 딸이 지금 마주하고 있는 세계는 사춘기라는 '바다'일 거야. 그 바다는 평온할 때도, 조용히 밀물과 썰물이 오갈 때도, 그리고 거친 파도와 풍랑으로 모든 것을 엎어 버릴 때도 있는.


그런데 엄마는 우리 딸의 항해를 이해하면서도 그 항해 중에 겪는 고통을 외면하고 싶은가 봐. 오롯이 너만의 몫이라고 차갑게 외면하며 너의 평온한 모습만을 바라는. 때론 너의 항해를 엄마의 항해로 착각해 순간순간을 다 엄마의 항해 지도로 바꿔버리고 싶을 때도 많은. 이 부족한 엄마를 용서해 줘. 우리 딸이 손을 내밀면 그 어떤 모습이든 '진짜'를 꿰뚫고 나의 엄마처럼 너의 손을 잡아줄게. 그런데 엄마는 그 '진짜'가 좀 어려워. 조금만 설명해 줘. 우리 딸이 어떤 항해의 순간에 있는지.

그렇지만 엄마는, 이거 하난 알고 있어. 그 바다를 우리 딸이 지혜롭고 현명하게, 때론 파도에 휩쓸려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건너 결국은 성장이라는 너만의 값진 보물을 찾아낼 거란 걸!

응원한다. 우리 딸! 사랑한다. 온 마음을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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