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감 Mar 22. 2020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는 말하지만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JTBC 이태원 클라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원작 웹툰도 높은 인기를 끌었고 드라마 또한 10%대의 높은 시청률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마지막회로 갈수록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갈리기 시작했다. '용두사미, 역시 웹툰이 최고'라는 말이 많았는데.. 과연 정말 그럴까?



문제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였을까? 나는 이서와 근수가 납치당하는 부분부터 문제였다고 본다. 너무 '오랫동안' 탈출했다는 점에서. 하지만 이 부분도 15화까진 괜찮았다. 무엇보다 인물이 중요했던 이태원 클라쓰이기에 한 화 정도는 그들의 감정선을 선명하게 만드는 데 써도 충분하지 않은가. 특히 박새로이와 아버지의 만남을 보며 새로이의 감정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까지 움직일 만했다. 다만 마지막 16화에서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마지막 화에서는 15화에서 보였던 장점조차 없다. 게다가 처음 30분 동안 하는 일이라고는 서로 싸우는 일뿐. 굳이 넣어야 싶었을 장면부터 시작해 도망치는 상황에서 '차를 놔두고 걸어가지를 않나,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지를 않나.'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는 장면들이라 몰입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서가 근수를 버리고 혼자 도망치는 장면은... 말잇못..) 마지막 회라는 수식어가 아니었다면 가장 실망스러운 한 회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나의 말과 달리 마지막 회뿐만 아니라 15화부터, 그전부터 용두사미의 시작을 보았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소신'이 중심이 된 캐릭터로 사랑을 받았던 박새로이가 이제 와서 장대희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15화 엔딩) 아래 영상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이러한 의견의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에 공감하지 못한다.

https://entertain.daum.net/tv/5002852/video/407442102


15화 엔딩에서 보여준 박새로이의 모습은 진정한 변화의 한 축이다. 이서를 통해 그의 단밤 식구들을 통해 변화해온 박새로이가 가지고 있던 그만의 소신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소신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새로이가 장대희를 만나러 가는 부분이 다소 억지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엔딩이 되었을만한 충분한 이유다.


심지어 이러한 행동의 예견은 전에도 한번 나온 바 있다. 바로 단밤의 투자를 받기 위해 이태원 큰손, 토니 어머니에게 투자를 부탁하게 된 일이 바로 그렇다. 이 상황에서도 처음에 새로이는 투자를 거절하면서 우리에게 답답함을 주지만 강이사님의 말을 듣고 생각을 달리하게 된다. 새로이라는 인물이 변화하며 '자신의 사람들을 위한' 행동으로 옳긴 것을 우리가 직접 볼 수 있었던 일이다.




다시 무릎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장대희에게 무릎을 꿇은 건 '조이서'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앞서 '관계'의 문제이다. 새로이가 가장 중요시하는 사람의 문제. 이것이 자신의 신념을 넘어선 것이다. 사실 승권이가 같은 상황에 처했다 하더라도 새로이는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몰입감을 잃을 수도 있겠지만) 비록 우선순위는 이서가 먼저였더라도, 어쨌든 그에게 중요한 건 사람이고 이 덕분에 단밤이 성공하고 그가 장대희에게 복수를 성공한 것도 있지 않은가.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임을 알기에. 혼자만을 위한 신념 또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아니다. 이를 새로이의 변화를 통해 잘 보여준 <이태원 클라쓰>.


JTBC 이태원 클라쓰

나는 <이태원 클라쓰> 덕분에 3년 만에 드라마를 챙겨 보았다. 내가 드라마를 보게 한 힘, 우리가 이태원 클라쓰에 반했던 이유인 박새로이의 '소신', 주인공들의 가치관들을 잘 그려냈던 드라마.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는 말하지만, 사실 그러기는 쉽지 않다. <이태원 클라쓰>는 인물들의 성장을 잘 보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그러기에 성공했다. 우리 모두가 박새로이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오수아처럼 조이서처럼 새로이를 통해 변화하면서 자신만의 올바른 소신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감정의 이야기, 내면을 보여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