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소신이라는 건 무엇일까? 가치관, 신념… 비슷한 어느 이름으로라도 우리는 공통된 기준 안에서 나만의 가치를 찾는다.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목표, 좋아하는 취미를 아는 것까지. 우리에게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잊으며 살 때가 있다. 누구나 가질 순 있어도 쉽게 지키지 못하는 건 왜일까.
이런 우리의 물음을 단숨에 깨버릴 사람이 있다.
'전학 오자마자 퇴학, 아버지의 죽음, 징역 2년 선고' 주인공에게 찾아온 불행들과 함께 경찰의 꿈까지 접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그가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이 모든 일은 주인공에게 또 다른 시작이 될 뿐이었다.
'주인공에게 찾아온 비극적 운명' 어느 드라마처럼 평범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이태원 클라쓰>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인물의 '성격 character'에 있다. "박새로이"는 이제껏 우리가 봐온 사람들과는 다르다. 심지어 우리가 바라는 스스로의 모습, 이 사람에게 보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전학 온 날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보고 참지 못해,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 회장님의 아들을 때린다. 용서를 구하지 않아 퇴학을 당했다. 아버지의 죽음이 회장님의 아들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 주먹다짐을 한다. 용서를 구하지 않아 징역을 살았다. 자신의 가게가 영업정지를 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어떤 부탁도 구하지 않았다. 현실을 헤쳐나가기로 했다.
'지금 한 번, 지금만 한 번, 마지막으로 한 번, 또 또 한 번, 순간은 편하겠지. 그런데 말이야. 그 한 번들로 사람은 변하는 거야.'
박새로이의 성격, 소신을 가지고 산다는 점은 우리가 본받을 만한다. 아니 본받아야 한다. 남들이라면 한 번, 한 번쯤이라며 넘어갔을지 모르는 그 순간들을 간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소신 한 번 굽히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건 왠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에서도 이런 생각을 하는 인물들이 있다. 박새로이를 존경하기도 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고, 심지어 그를 답답하게 여길 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현대 사회 안에서 우리를 대신하는 페르소나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박새로이와 가장 반대되는 사람이 있다.
'이태원 클라쓰' 조이서와 박새로이는 정반대의 성향이다. 조금은 지나친 (소시오패스라 불릴 정도로) '현실주의자'와 이 세상 무엇에도 끄떡없는 '이상주의자.' 우리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양극단의 주인공들을 바라본다. 나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드라마에서 둘의 시작은 좋지 않다. 서로 정반대의 사람들이 좋은 인상으로 시작할 리가 없지. 각자의 성향 탓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조이서는 그런 박새로이에게 호감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의 모습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심지어 현실주의자의 모습으로 변화하기까지 한다.
마치 누구나 소신을 지킬 수 있다며, 박새로이 반대편에 있는 극단적 현실주의자도 해냈으니 그 사이에 있는 우리도 해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소신을 가진다는 건' 무엇인가를 포기함으로써 얻는 게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드라마 속에서도 현실과 이상 사이에 서 있는 인물이 있다. 장근수와 오수아, 특히 오수아가 새로이에 대한 마음과는 반대로 장가에 남아있던 행동은 우리를 대신하는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다. '마음이 아닌 머리가 택하는 행동', 스스로가 생각하는 불합리한 행동들은 꼭 나쁜 일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소신과 반대의 선택을 해야만 할 때 우리의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아니, 모두가 로이형 같을 순 없어.'
'있어. 싫은 건 싫다, 좋은 건 좋다,
자기 가치관대로 소신대로 사는 거 어려운 일 같지?
온갖 핑계 대면서 그냥 편하고 싶은 거겠지.'
'소신에 대가가 없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나의 소신을 지킴으로써 적어도 손해 보지 않는, 이를 넘어 내 사람들과 우리 사회에도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의미 있는 게 있을까? 온전한 나를 찾고 이로써 행복을 얻는 건 당연해야 하지만 언제나 당연한 게 가장 어려운 거 같다.
소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하는 행동보다 더 중요하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나의 소신을 저버리고 하는 행동은 부끄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마지막엔 결국 각자의 가치관대로 살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그런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나의 소신이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고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의 불합리함에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짐으로써 나의 사람들과 세상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구도 저와 제 사람을 건들지 못하도록 제 말, 행동에 힘이 실리고
어떠한 부당함도, 누군가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제 삶에 주체가 저인 게 당연한
소신에 대가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