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하며, 성장하기
※ 스포 없음 ※
일단 해밀턴이 처음인 분들은 위에 영상 한번 보고 가시죠
뮤지컬 해밀턴은 미국의 건국에 기여한 인물이자 미국 10달러 지폐에 그려진 위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삶을 다룬 이야기이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르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나 또한 이 뮤지컬을 알기 전까지는 몰랐으니까.
처음에 이 뮤지컬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떻게 빠졌는지는 기억이 난다..! 바로 뮤지컬의 첫 넘버 <Alexander Hamilton>을 들었을 때.
이 넘버는 뮤지컬에서 접하기 힘든 힙합 장르와 함께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말해주는 가사들이 담겼다. 뮤지컬의 프롤로그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이 노래는 남은 2시간 30분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게끔 만드는 데에 충분했다.. 이와 같은 넘버들에 정말.. 충격을 받았다... 그만큼 좋아하다 보니 나의 네이버 블로그를 보면 그동안 종종 언급을 하기도 했던 뮤지컬 해밀턴…
디즈니 플러스 한국 상륙 당시에도 마블 드라마보다 해밀턴을 기다리고 있었을 만큼 기대가 컸다. 작품을 보기 전부터 뮤지컬 넘버를 무한 스트리밍한 경우는 요 녀석이 처음이었기에... 그렇다 보니 처음 디플에 해밀턴 한국어 자막이 없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충격을...
하지만 바로! 3월 26일!! 해밀턴 한국어 자막 지원이 된다는 인스타 공지가 짜잔! 대박... 자막 지원 소식 예정을 들은 적이 없는데...!!! 이렇게 자막이 업데이트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정말 반가웠다 ㅠㅠㅠ마침 자가격리로 오늘은 뭐하지.. 했는데... 덕분에 토요일 오후는 이걸 시청하면서 보냈단 말이죠.
0. 그렇게 시청 후기…
몸이 안 좋아서 한 번에 다 보진 못했지만 컨디션만 좋았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은 자리에서 바로 3시간을 순삭 했을 것이다. 평소에도 해밀턴 넘버를 들으면서 이 넘버의 가사가 이런 의미이구나,라는 건 대강 알고 있었는데 뮤지컬로 보니까 내가 몰랐던 부분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또 새로웠다.
1. 연출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연출 스케일부터가 다르다.. 싶었다... 한 무대를 두 개의 공간처럼 느끼게 해주는 조명과 무대장치들. 특히 무대장치가 한 공간에서도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는 듯 느끼도록 만들기 위해 일부 바닥이 빙글빙글 돌아가는데 이것을 인물들이 고뇌에 빠질 때나 주마등으로서 활용하는 게 인상 깊었다. 하지만 꼭 비싼 연출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책상을 두들기며 배우들끼리 리듬을 만드는 장면 또한 너무 좋았다.
그리고 미란다가 해밀턴에 채택한 힙합이라는 장르가 나는 또 하나의 연출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요소 덕분에 정치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지 않았을까. 의회에서 안건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힙합 디스 배틀이 되었다.
2. 노래
또 힙합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노래의 라임이 상당하다. 그리고 몇몇 가사는 극 중에서 상징성을 띄고 있고 모든 넘버를 하나로 이어지는듯한 느낌을 준달까? 대표적으로 Satisfied, Helpless, My shot …과 같은 가사들이 반복적으로 리프라이즈된다. 이외에도 다른 넘버지만 동일한 가사를 주고받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가사들은 해밀턴의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면,
- 'Look around.. Look around... at how lucky we are to be alive right now' (주위를 둘러봐, 지금 살아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 History has its eyes on you (역사가 지켜본다)
- Who lives, Who dies, Who tells your story(누가 살고, 누가 죽고, 누가 그 이야기를 전할지)
3. 등장인물
뮤지컬 제목이 해밀턴이고, 주인공도 해밀턴이지만 다른 등장 인물도 매력적이다. 나도 보면서 해밀턴말고도 다른 인물들에게 여럿 반했다. 그 중 몇 명을 소개하자면 먼저 허큘리스 멀리건.. 연기하신 배우님 목소리가 허스키.. 스웩 넘친다.. <Yorktown> 넘버 보면 장난 아닙니다...☆
조지 워싱턴은 캐릭터 자체도 멋있는데 조지 워싱턴이 부르는 노래조차 멋있게 표현되었다 앞선 가사 예시의 마지막 멘트가 조지 워싱턴의 대표 대사라고 할 수 있다.
영국왕 조지 3세는 약간 개그캐로서 표현되었지만 노래 부를 때 광기 어린 연기가 돋보인다. 자신의 넘버와 잘어울리는 연기를 해낸다.
모든 인물과 배우 분들이 다 bbb.. 앙상블의 존재감 또한 남달랐다. 다른 뮤지컬보다 더 많은지는 모르겠으나 뮤지컬 넘버에 감정을 더하고, 상황에 맡는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점에 있어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4. 카메라
카메라 연출 또한 한몫했다. 덕분에 극장에서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관객의 시선처럼 살짝 아래에 위치해있는데 결정적인 장면들에서 인물의 얼굴을 정면에서 잡아준다. 그 순간에 진짜 소름이 돋았다.. 특히 해밀턴이 첫 등장할 때 이 방식을 사용했는데 아직도 소름 진짜.
그리고 뮤지컬 촬영은 세 번의 라이브 공연과 관객이 없는 일부 설정 샷으로 구성하여, 무대를 연출했던 토마스 케일 감독이 영화 버전까지 연출을 진행했다고 한다. 어쩐지 연출이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여담으로 디즈니가 해밀턴의 공연 실황 배급권을 7500만 달러로 구매하였고, 극장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디즈니+ 독점 공개로 이어졌다. 7500만 달러.. 무려 918억원이다....! (대박)
5. 린 마누엘 미란다
린 마누엘 미란다는 뮤지컬 해밀턴의 주인공 해밀턴 역인 동시에, 이 뮤지컬을 각색 작곡 작사한 주인공이다. 뿐만 아니라
디즈니 모아나 ost의 작곡가이자,
넷플릭스 <틱, 틱... 붐!>의 감독이자.
최근 개봉한 엔칸토의 음악 감독이기도 했다.
특히 엔칸토의 ost 중 <We don't talk about bruno>가 해밀턴에서 보여준 미란다의 스타일이 잘 반영된 곡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로 이 곡은 빌보드 1위를 달성하였다. 브루노의 이름을 살린 라임과 (실제로 이 노래를 위해 인물의 이름을 브루노로 바꾸어 달라고 미란다가 요청한 바 있다) 후반부 주인공 가족들의 화음이 돋보이는 곡이다. 미란다에게 첫 빌보드 1위를 안겨준 곡이자, 디즈니가 <A Whole New World> 이후로 두 번째로 빌보드 1위를 한 곡이 되었다. (이렇게 보니 진짜 대단하네....)
다시 해밀턴 이야기로 돌아와서, 해밀턴이라는 사람을 전혀 모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와는 별개로 작품 하나로 누군가의 삶을 궁금하게 하고 빠져들게 만드는 린 마누엘 미란다가 진짜 천재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노래 자체도 좋아.. 그중에서도 <My shot>이라는 뮤지컬의 세 번째 넘버를 작사하는 데 있어 (라임과 래핑이 뮤지컬 중에서 가장 뛰어난 곡이 아닐까 싶다) 미란다가 1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고 하니, 미란다가 해밀턴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힙합이라는 장르를 좋아하지 않아도 거부감은 없다면, 미국의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뮤지컬이 이렇게까지 만들어질 수도 있구나'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잘 표현해 낼 수 있구나', 라는 걸 보여주는 뮤지컬 <해밀턴>을 나는 기꺼이 추천하고 싶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