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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 Sep 12. 2019

'기생충'이 꼬집는 현실의 이면.

영화 <기생충>을 보며,

봉준호 감독, <기생충> (Parasite, 2019)

현대 사회를 '콕' 집어 이야기하는 영화 <기생충>. 장남 기우가 부잣집 댁으로 고액 과외를 하러 가는 평범한 시놉시스는 그저 이 영화를 '단순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했고 결국 기생충은 그 속에서 현대 사회의 슬픈 이면을 드러내며 제대로 꼬집는다. 그 이야기 속을 열어보고 나서야 우리는. 우리가. 우리도 모르게 열어본 그것이 '검은 상자'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기생충>이 북미 개봉을 앞두며 여전히 호평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우리는 칸 영화제 이후 기생충에게 좋은 소식을 더 기대해 볼 수 있겠다. '국경을 넘어서는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보편적인 사회의 시선을 영화에 잘 녹여내며 세계의 시선을 이끌어내는 봉준호 감독.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있겠지만 이를 잘 이겨내고 꾸준하게 그만의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면 그가 이번 영화 <기생충>에서 보여준 모습은 어떠할지, 이 글을 통해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https://v.kakao.com/v/20190907115558984

https://blog.naver.com/gonggamjh/221578735804



장남 기우를 시작으로, 기정, 기택… 그렇게 가족 모두가 박사장 집으로 취업하고 살아가는 건 마치 기생충이 숙주의 몸으로 들어가는 듯한 상황과 오버랩된다. 박사장의 집에서 문정이 그녀의 남편을 위해 남몰래 음식을 주는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그렇게 그들은 숙주와 하나가 되는 듯 싶었지만 서로가 서로에 의해, 비극을 맞는다. 숙주 또한 고통을 면치 못하고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 어쩌면 기생충의 삶의 모토가 아닐까. <기생충> 영화의 주제와 이야기에 참으로 시의적절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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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상징적인 물건(또는 상황)들 또한 표면적으로도 그것들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기에 충분하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더 깊고 중요한 의미가 숨어있기도 하다. 이렇듯 기생충은 영화의 연출(…수석, 인디언, 복숭아)로 깊은 의미를 새기면서 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뿐만 아니라 탄탄한 스토리로 관객들의 예측을 비껴간다. 하지만 영화에 전체적으로 깔린 우울한 분위기는 어찌할 수가 없다. 이것이 우리의 '진짜' 현실이기 때문에. 봉준호라는 감독의 네임 파워와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황금 종려상을 수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대부분의 이유이리라.



'현실'을 보여주는 기생충

폭우가 내리는 날에 누군가는 캠핑에서 물에 젖는 텐트를 보며 슬퍼하고, 다른 누군가는 물에 잠긴 자신의 집을 보며 슬퍼한다. 폭우가 지나간 후에 누군가는 비가 몰고 간 미세먼지에 상쾌해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집을 몰고 간 비 때문에 체육관에서 살아간다. 하나의 모습만이 아닌 두 가족을 비교하여 보여주는 영화의 이야기는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그들에게 공평했던 건 오직 죽음뿐이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본주의, 부익부 빈익빈 사회는 이 영화 속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기에.



'영화'의 의미를 흔드는 기생충

영화나 소설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전달하고 여운을 줌으로써 배움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던 믿음이 흔들린다. 그러니 기생충, 이 영화를 통해 배워서는 안된다. 이 영화는 배움을 주기보단 우리에게 현실만을 보여줄 뿐이다. 비참한 현실을. 우리는 지금 사회의 현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이 영화로 다시금 한번 깨달았다. 그렇게 영화의 메시지를 통해 비참한 현실에 질문을 던진다. 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서 '무계획이 계획이라는' 사실을 배워야 할 게 아니라, 계획은 무계획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 그 사회를 향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여기서 우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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