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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찾는 사람들
인생에서 중요한 첫출발, 자기 동일성
by
정신분석 심리분석가 꿈 분석가 최민식
Jan 21. 2023
프랑스의 아동정신분석학자 프랑수아즈 돌토에 의하면,
태중에 있는 아기는 바깥 상황을 다 지각하고 있다
고 한다.
연예인 커플 중에 강혜정-타블로 부부가 있다.
그들은 결혼하기 전 속도위반이 있었다.
한 번은 5살 된 딸, <하루>가 이런 말을 했다.
(유튜브; 슈퍼맨이 돌아왔다 - 이젠 말할 수 있다! 태아 때 기억이 생생한 하루)
"엄마, 그럴 때 <하루> 너무 힘들었어. 왜냐면 엄마가 딴따단 ~해서 걸어가니까 <하루>가 그냥 점프점프만 하고 있잖아. 내가 밥 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걸어
가니까 점프점프해서 계속 못 먹었단 말이야."
<하루>는 엄마가 결혼식에서 신부입장할 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가 <하루>가 임신 3개월째였다고 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이제 만 2개월이 되는 때에 아이는 바깥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것을 태중에서 있었던 일을 5살이 되어서도 기억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의사들의 말에 의하면 가끔 이렇게 태중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 이런 아이의 특징은 어릴 때부터 생생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청각 :
아기는 자궁 안에서 다 듣고 있다
아기는 태중에서 세 가지 감각을 발달시킨다.
첫째는 청각이다.
아기는 귀를 최대한 열어놓고 엄마 배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다 듣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기를 가졌을 때 부부는 좋은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이 좋다.
뱃속에 있는 아기가 밖에 있는 부모님이 아름다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으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지금까지 내가 상담해 온 케이스 중 매우 힘든 증상을 가진 청년 또는 청소년들, 예를 들면 심각한 조현병이나 편집증 그리고 경계선 성격 장애를 가진 내담자의 경우, 그(녀)의 어머니에게 그 자녀에 대해 내가 꼭 묻는 말이 있다.
출산을 어떻게 했는가?
정상분만이었는가 아니면 난산이었는가? 아니면 제왕절개를 했는가?
출산이 빨리 진행되었는가 아니면 오랜 시간 지체되었는가?
심각한 증상을 가지고 있는 자녀를 가진 엄마는 자녀의 출산이 지연되었거나 제왕절개로 태어났음을 증언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보기에 그 아이는 배속에 있을 때 이미 못 볼 꼴을 청각으로 다 경험했기 때문에 세상에 나오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밖으로 나올 때가 되면 생명을 얻기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산도 구멍에 머리를 넣어야 하는데 세상 밖으로 나가 봤자 희망을 볼 수 없다 여기면 산도구멍에 자신을 맡기지 않고 태중에 마냥 머물고자 할 것이다.
이런 것으로 볼 때 태중의 아이는 바깥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귀로 듣고 분위기 파악을 다 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후각과 미각
태중에 있는 태아는 청각 못지않게 후각과 미각을 발달시킨다.
돌토에 의하면, 태아는 태중에서 양수에 떠 있으면서 양수의 냄새를 맡고 입으로 맛을 본다고 한다.
태아에게는 그것이 엄마의 냄새와 맛에 대한 기억으로 남는다.
돌토 학파의 미리암 슈제이에 의하면, 갓 태어난 신생아는 "과학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200~300가지 종류의 향기"([아기에게 말하기] 81)를 기억저장하고 있다고 한다.
신경 생리학자들에 의하면, 이 정도의 후각기능이면 거의 전문가 수준이라고 한다.
자궁 내에는 엄마의 냄새와 그녀가 먹은 음식의 향이 혈액과 양수 안으로 흘러든다고 한다.
세 가지 감각으로 엄마의 동일성을 확인한다
아기는 태내에서 청각을 발달시킨 후 출생직후 이 청각으로 엄마를 알아본다.
출생 직후, 아기의 귀에는 수많은 소리들이 들린다.
의사의 목소리, 간호사의 목소리, 가위 짤깍 거리는 소리, 각종 기계 소리 등이 들리지만 아기는 엄마의 목소리를 찾아 귀를 기울이고,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동시에 뱃속에서 맡아본 적이 있는 엄마의 냄새를 찾는다.
엄마의 냄새와 엄마의 맛이 집결되어 있는 곳이 바로 엄마의 젖가슴이다.
그래서 아기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엄마가 가슴으로 품으면 자동으로 입을 젖꼭지로 가져가 마구 빨아댄다.
아기는 이렇게 엄마의 목소리, 엄마의 냄새, 엄마의 젖맛을 경험한다.
이로써 아기는 뱃속에 있을 때 엄마의 목소리와 세상에 나와서 엄마의 목소리를 연결하여 같은 엄마에게서 나오는 목소리라는 것을 지각한다.
엄마의 냄새와 엄마의 젖맛 또한 뱃속에 있을 때의 냄새와 맛과 탄생 이후 분리된 상태에서 엄마의 냄새와 젖맛이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한다.
결국 아기가 최종적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태중에 있을 때의 엄마와 탄생 이후 만나는 엄마가 동일한 엄마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곧 <엄마 동일성>이다.
아기는 <엄마 동일성>을 확인하면서, 궁극적으로 아기 자신이 <자궁 내의 나>와 <탄생 이후의 나>가 동일하다는 <자기 동일성>을 확보한다.
자기 동일성의 확보는 생생한 삶에 대한 보증
<자궁 내의 나>와 <탄생 이후의 나>의 동일성이 얼마나 확고하냐에 따라 그 아이의 삶의 생생함이 달라진다.
강혜정-타블로의 딸 <하루>의 경우, 수정이 이루어진 지 만 2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5세가 되어 그 기억을 되뇔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아이의 삶은 생생하다는 말이다.
그 생생함은 기본적으로 태내와 태밖의 상황에서의 존재 동일성에 달려 있다.
만일 엄마가 아이를 제대로 돌볼 생각이 없거나, 아이 양육을 귀찮아한다면, 아기는 엄마의 동일성을 확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자동적으로 <자기 동일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 아이는 대개 자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요즘 경계선에 있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경계선에 있는 아이들의 경우, 그들은 대개 존재가 모호하다.
그러한 존재 모호함은 바로 태내와 탄생 상황의 동일성을 획득하지 못한 결과이다.
나라는 존재는 바로 이러한 동일성에서 시작되었다.
이 <자기 동일성>은 일평생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자폐, 심각한 조현병, 경계선에 머물고 있는 사람 등은 자기 동일성 부재의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태내의 상태와 탄생 후 상태가 느슨하게 연결된 사람이라면, 그(녀)는 모호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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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박사, 23년째 정신분석 상담. 공간과 공감 심리상담 대표, 한신대 정신분석대학원 외래교수(역임), [불안한 부모를 위한 심리수업]저자. 광고협업cms674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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