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배신
나는 지금 프랑수와즈 돌토가 제시하는 유아의 몸에 대한 이미지 형성 과정을 언급하고 있다.
유아가 몸에 대한 세 가지 이미지를 만들어 내야, 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정상적으로 시작된다.
1. 기초적 이미지
2. 기능적 이미지
3. 성애적 이미지
신체적으로 보자면, 아기는 태중에 있을 때 가장 먼저 형성하는 장기인, 폐, 간장, 심장, 비장, 신장 등을 가지고 기초적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위장, 십이지장, 대장 등을 통해 기능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여기에는 이미지의 시작점이 바로 입이 되고, 항문이 끝 지점이 된다.
입과 항문은 자연스럽게 감각 발달과 연결된다.
성애적 이미지가 바로 피부에 펼쳐져 있는 감각발달과 연관이 있다.
위의 세 가지 기능은 각기 발달하기도 하지만, 각각 형성이 끝나면, 이 세 가지는 몸에 대해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어 <역동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역동적 이미지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면, 몸은 무의식이기 때문에, 몸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리 없이 스스로 알아서 작동하는 자동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유아에게 감각의 통합이 잘 일어나야 한다.
만일 몸에 대한 세 가지 이미지를 가지고 역동적 이미지가 한 묶음의 흐름으로 만들어기지 않으면, 세 가지 이미지는 어느 순간 따로 노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신과 신체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어 그 둘 사이에 늘 불안이 상존한다.
역동적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고 해도, 그 역동적 이미지를 깨뜨리는 사건이 일어난다면, 밑바닥에 있는 <기초이미지>가 위로 올라오고 피부에 있는 <성애적 이미지>가 밑으로 내려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평소에 건강하던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맡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위장에 병이 생겨서 급성 위염이 발생하게 되고, 나중에 그것은 만성 위염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몸의 기능적 이미지가 흔들리는 것이다.(나의 브런치 <유아의 엄마 젖가슴 경험과 천식>, <몸 이미지, 그리고 장발장의 빵>,<몸에 대한 성애화 이미지>1,2 참조)
위장병뿐 아니라, 신체에 이상이 생겨 질병으로 발전해 가는 것이 바로 유아기에 형성해 놓은 세 가지 이미지를 묶어주는 역동적 이미지가 약화되면서, 하나의 묶음에서 각각으로 풀려나 몸이 현실 상황을 대처하는 중 정신과 신체의 분리로 일어난다.
나이 들면서 신체 기능이 약화되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젊은 나이에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가죽 장갑을 뒤집어 봤는가?
장갑 안의 털이 밖으로 나오고, 가죽이 안으로 들어간다.
사람에게 그런 일이 발생하면 어떻겠는가?
그런 일이 샤이니 종현에게 일어났다.
그의 유언장은 다음과 같이 씌어있다.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끊기는 기억을 붙들고 아무리 정신 차리라고 소리쳐 봐도 답은 없었다. 막히
는 숨을 틔워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 게 나아. 날 책임질 수 있는 건 누구인지 물었다.
종현의 유언 안에는 몸과 관련되 두 가지 이미지가 뒤집혔다.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 막히는 숨을 틔워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 게 나아'
첫 번째 것은 몸에 대한 <기능적 이미지>의 흔들림이고, 두 번째 것은 몸에 대한 <기초적 이미지>에 근원적 문제가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아이돌 멤버 중 하나 사람으로서 활동할 때는 집단 속에 숨어있었기 때문에 활동이 무리가 없었겠지만, 그가 자살하기 며칠 전에 개인 콘서트를 연 이후, 몸과 정신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다.
그 개인 활동이 자신의 몸의 <기초적 이미지>와 <기능적 이미지>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 것 같다.
그 결과 몸이 뒤집혀 버렸다.
종현의 기초적 이미지가 흔들리면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내장환상이 뒤집혔다.
피부와 내장이 뒤집혔다고 상상해 보라.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종현이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는 말이 죽음까지 몰아갔다면 그것은 단순한 위장병이 아니다.
그것은 내장이 뒤집히는 일이다.
그래서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내장이 피부로 나오고, 피부가 내장이 되면 더 이상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그는 자살을 선택했다.
성형수술 중독에 걸린 여자들 중 많은 여성이 누가 봐도 예쁘고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스스로 못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거식증에 걸린 사람 역시 날씬한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나는 너무 뚱뚱하다'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가?
그것은 유아기에 엄마가 아이를 공감해 주지 못하고, 거울 반영을 해 주지 못한 결과이다.
사람이 거울을 보는 심리의 근원에는 나르시시즘이 있다.
누구나 자기 잘난 맛에 살기 때문에 사람은 거울을 본다.
거울은 바로 그런 것이어야 한다.
누가 봐도 '나는 잘 생겼다', '나는 예쁘다'라는 자기애적 편견을 가지고 거울을 본다.
거울은 거기에 부응해 줘야 한다.
거울은 절대 객관적 현실을 보여 줘서는 안 된다.
그것은 거울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거울을 보는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거울이 배신을 때리는 경우가 있다.
[백설공주]에 나오는 왕비는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다.
왕비, 계모, 마녀 등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매일 거울에게 묻는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거울은 매일 '왕비님'이요 라는 답을 주다가, 어느 날 '백설 공주요'라는 엉뚱한 답을 준다.
이것은 거울의 배신이다.
현대인들은 죽일 백설공주가 없어서 자기 자신을 죽인다.
성형수술 중독에 걸린 여자들 중 많은 여자가 누가 봐도 탁월한 미모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못생겼다고 생각한다.
거울을 보면, 그놈의 거울이 배신을 때리는 것이다.
거식증에 걸린 사람 대부분은 몸이 날씬하다.
그런 여성이 거울을 보면 그 거울은 반드시 배신을 때린다.
그 거울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뚱뚱한 몸매를 보여준다.
거울 속에서 자신을 그렇게 보는 그 시선은 바로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이다.
길을 가다 보면, 길 한 복판에서 어떤 여성이 몸이 굳어져서 꼼짝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녀 바로 앞에는 비둘기 몇 마리가 앉아 먹이를 쪼고 있다.
비둘기는 그녀를 위협할 의사가 전혀 없음에도 그녀 스스로 위협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지금 끔찍한 것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끔찍한 것은 바로 비둘기의 눈이다.
어떤 사람은 밤만 되면 화장실에 있는 거울을 보지 못한다.
바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을 마주치게 될까 가 두려운 것이다.
눈과 관련된 사례들은 많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영국의 아동 정신분석학자이자 소아과 의사인 도널드 위니캇은 그런 사람의 경우 유아기에 엄마의 거울 반영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1년 이내의 아기는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저것이 엄마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를 보는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엄마는 유아의 표정과 생생한 몸동작에 대해 반응을 해 줘야 한다.
아기의 몸동작은 생생한데, 아기를 바라보는 엄마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거나 우울증에 걸려 있는 모습을 아기가 반복해서 보면, 어느 순간, 엄마의 얼굴을 보고,
'내 얼굴이 아니고 엄마의 얼굴이구나'
하는 것을 자각해 버린다.
엄마는 아기에게 공감해 주지 못한 결과, 아기는 나르시시즘적 환상을 깨고 객관적 현실을 깨달아 버린다.
이것이 바로 거울의 배신이다.
아기의 나르시시즘에 적응해 주지 못하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깨닫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거울의 배신이다.
거울의 배신은 몸의 이미지 형성과 정서 발달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