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기, 심리적 트랜스젠더가 되다(3-2)

중년기 위기, 남성의 여성화

인생이 변화의 연속이지만 그중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가 바로 중년기이다.

중년기 세팅이 잘 못 되면, 그 삶의 틀은 죽을 때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 변화가 비극을 불러오고 있는데 그것이 비극인 줄 모르고 당연한 변화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자신에게 중년기 비극이 닥쳤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고 자포자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비극은 관계적인 비극으로서, 중년기가 되면 어느 가정이나 거의 예외 없이 발생한다.


자연스러움은 극복되어야 한다


중년기에 찾아오는 문제의 변화는 곧 남자는 여성화되는 것이고, 여자는 남성화되는 것이다.

의학에서는 중년기가 되면 남자에게는 에스트로겐이 많아지고, 여자에게는 테스토스테론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런 변화는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그렇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해서 옳은 것은 아니다.

사람이 의미와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산다면, 자연스러움은 극복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존재상승욕망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상승시키며 발달하고자 하며, 보다 성숙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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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기 부부의 위기


중년기 부부의 문제 중 하나가 여자는 남성화되고, 남자는 여성화되는 것이다.

남자가 여성화되는 이유는, 아내가 여자답지 못하니까 '나라도 여자 역할을 해야 되겠다' 하는 데에 있다.

마찬가지로 여자가 남성화되는 이유는, 남편이 남자답지 못하니까 '나라도 남자 역할을 해야 되겠다' 하는 데에 있다.

말하자면 이런 변화는 책임을 배우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이렇게 부부간 서로의 역할을 바뀌게 되면, 서로 간에 갈등은 심화 반복되면서 동시에 확대되어 서로를 위기로 몰아가게 된다.



남자가 여성화되면

첫째, 중년기 남자는 여성화되면서 쫀쫀해진다.

젊을 때는 친구들과 함께 술을 먹든, 밥을 먹든 술값 밥값을 누구보다 먼저 척척 잘 내고 했지만, 중년기가 되면서 어느새 뒤로 빠지기 시작한다.

돈 낼 때가 되면 갑자기 화장실이 나를 부른다.

밥 먹고 나오다가 이미 묶여 있는 신발끈을 풀어다 다시 묶는다.

예전과 다르게 돈 드는 일에 눈앞에 있으면 치사해진다.

예전에는 대범하던 성격이 자기밖에 모르게 되고, 자기 보호하기에 급급해진다.

둘째, 여성화된 중년기 남자는 잘 삐진다.

아내한테서 한 소리 들으면, 아내가 말 걸어오기 전에 먼저 말 거는 법이 없다.

갈수록 유치해지고, 아기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아내한테 삐졌다가 아들이 조금만 시건방진 언행을 보이면 아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아내 대신 아들을 쥐 잡듯이 잡는다.


어떤 여성 내담자의 이야기이다.

늘 야근하느라 늦게 퇴근하던 남편이 하루는 어쩌다 6시에 퇴근해 7시에 귀가했다.

아내는 깜짝 놀라며 김치, 된장찌개, 콩나물국, 두부조림 등등 나름 괜찮게 차려줘서 남편은 거나하게 잘 먹었다

밤 10시가 되니 학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아내는 저녁밥을 차리며 삼겹살을 구워줬다.

그랬던 남편이 아들 밥상을 빤히 내려다보며 아내에게


"그래, 남편한테는 풀떼기나 차려주고, 아들은 삼겹살을 구워주고... 남편보다 아들이 더 귀하다 이거지?"


며칠 후, 남편이 또 일찍 들어왔다.

아내는 남편 저녁밥상을 차리며 이번에는 예의 삼겹살을 구워줬다.

그런데 밤 10시가 되어 아들이 학원에서 돌아왔을 때, 아내는 아들에게 불고기를 구워줬다.

남편은 또 한 번 화를 냈다.


"웬 일로 삼겹살을 다 구워주나 했어. 아들한테는 불고기를 구워주고, 나한테는 삼겹살 따위나 주고.."


중년기 남편이 아내를 중간에 놓고 아들과 경쟁하는 것이 바로 중년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다.


셋째, 여성화된 중년기 남성은 권위에 민감하다.

남자가 중년기가 되면 가정 내의 서열이 흔들리는 것을 직감한다.

남편은 갈수록 아내의 발언권이 세지고, 남편 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운동장이 아내 중심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낀다.

남자는 가는 곳마다 서열정리하는 것이 본능인데, 그 서열이 아내와 뒤바뀌는 것에 굉장히 속상해한다.

남자는 아내와 관계 역전, 위치 역전이 일어나는 것뿐 아니라, 자녀들도 더 이상 내 편이 없고 모두 아내 편이라는 것을 자각해 가며 위기의식을 느낀다.

그렇지만 남자가 자기 가정에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남편은 아내와 갈등이 깊어가면서 아내가 하소연하는 것을 가만히 들어보면, 결혼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자기 함정을 자기가 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중년기 아버지에게는 딸보다는 아들이 그의 밥이 된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듯, 아버지는 건수만 잡히면 아들을 잡는다.

아들이 조금만 비위에 거슬리는 말을 하면, 남편은 대번에 아내에게 고자질한다.


'아들이라는 놈이 이 아버지에게 감히 이런 말을 했다'라고...

'도대체 고놈은 아버지를 얼마나 우습게 알기에 그런 말을 하느냐'라고...

'다 당신이 나를 우습게 아니까, 아들도 나를 우습게 아는 거다'라고...


넷째, 권위가 추락한 여성화된 남편은 불안을 느낀다.


중년기 오이디푸스에 걸려 있는 아버지는 아들에게 권위를 세우려고 한다.


'내가 출근(퇴근)할 때, 아들이 인사를 하나 안 하나'


남편은 유심히 살핀다.

남편은 아내에게 권력을 빼앗기는 억울함을 아들에게 권위를 세움으로써 회복하려고 한다.

불행히도 중년기 아버지가 사추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시기라면, 아들에게는 사춘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겪는 시기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이렇게 각자 힘든 시기가 서로 교차되고 겹치게 되면서 갈등이 심화된다.

아들은 어른이 되고자 아버지를 넘어서고자 심리적 부친살해를 감행하는 시기이다.

사추기 아버지는 사춘기 아들에게 부친살해를 당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만일 아버지가 아들의 부친살해 저지에 성공하면, 그 아버지는 더욱 경직된 삶을 살면서 가정에서 더욱 소외되어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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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여성화 : 감정이 아닌 무드로


남자가 여성화되면, 삐치고, 쫀쫀해지고, 나 밖에 모르고, 갈수록 삶이 축소된다.

그런 남자는 아내에게 말도 안 되는 잔소리를 한다.

세상을 보는 시야는 넓어질지 몰라도, 사적인 관계, 특히 부부관계를 보는 시야는 좁아진다.

사회인으로서는 어엿한 조직의 리더일 수는 있어도, 가정으로 들어오면 어린아이가 된다.

칼융은 남자가 여성화되는 것에 대해,


'감정을 사용하는 대신 무드에 빠진다.'


고 표현한다.


남자가 내면의 여성성을 감당해 내지 못하고 계속 페르소나를 강화해 갈 때, 감정의 측면은 발달하지 못하고 무드화된다.

결혼생활에서 50세가 중요하다.

50세 전후로 부부는 갈림길 앞에 서게 된다.

소수의 부부는 이혼으로 갈라서기도 하겠지만, 이혼을 꿈꿔 본 적이 없는 대부분 부부는 '마음속 이혼'을 꿈꾼다.


여자 나이 50이 되면, 그중 2/3는 40세부터 이혼을 꿈꿔 왔다.

단지 자녀들의 앞날을 위해 참아 왔을 뿐이다. 여자는 이혼 못할 이유들을 만들어 낸다.

자녀가 학업을 마칠 때까지, 또는 자녀가 결혼할 때까지 등등.

여자 나이 50이면 자녀들 학업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아들은 대학 다니다가 군대를 갔다거나...

50이 되면, 이제는 이혼하지 않을 또 다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자녀가 결혼할 때까지... 또는 남편은 별로지만 시부모님이 좋은 분이라서 이혼을 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찾는다.

남자는 나이 50이 되면 인생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만,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정서적인 에너지가 부족하여 이를 외면하면서 다른 방도를 찾는다.


중년기 남자는 아내의 감정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관건이다.

대부분 남편은 아내의 감정에 직면하기 힘들다.

아내의 감정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남편 자신의 내면에 있는 여성성을 외면한다.

중년기 남성은 내면의 여성성과 현실의 여성인 아내로부터 감정 호소에 직면한다.

남자가 페르소나를 내려놓지 않고, 아내의 감정의 외면하면 자신의 내면의 여성성은 왜곡되어 무드로 간다.

남자가 무드로 간다는 것은 노래방, 골프, 외도 등으로 빠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무드화가 물질화 되면 술, 마약, 자동차, 명품, 쇼핑중독 등 사물에 리비도를 투사한다.


남성이 내부여성(아니마)의 꼬임에 넘어가면 그런 무드의 지배하에 있게 된다.

남자가 내면 감정(여성성)에 충실하지 못하면, 내부여성은 다른 방면으로 유혹한다.

남성은 여성적 에너지를 어떻게든 방출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



심리적 트랜스젠더가 되다


중년 남성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을 위한 기회라는 것은, 내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중년기 남성은 지금까지 외부세계에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만들어 준 페르소나를 내려놓고 내면의 여성성을 인격적인 요소로 사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년남성은 자기 내면의 여성성을 아내에게 투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내의 여성성(감정)과 남편의 여성성이 만나게 되면서 공명이 일어난다.


이를 뇌과학으로 말하자면 '전두엽의 기능이 활성화'하는 것이다.

사람이 노년기에 접어들면, 두 가지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곧 전두엽의 기능과 신체의 운동기능이다.

남자가 여성성을 끄집어낸다는 것은, 자신의 지나치게 사회적으로 편향된 페르소나를 끌어내려 바로 잡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그 여성성을 아내에게 투사할 뿐만 아니라, 아내의 여성성을 발달시킬 준비를 하는 것이다.


결국 남편의 여성성과 아내의 여성성이 만남으로써 성숙한 부부관계에 진입하게 된다.

그것은 말이 쉬울 뿐, 남편으로서는 사실상 불타오르는 용광로에 뛰어드는 일이다.

남편이 아내의 감정을 만나는 것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격렬한 스파크의 연속이다.

이것을 잠언 27:17은 이렇게 말한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 같이 사람이 그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


50을 넘긴 아내의 감정은 용광로같이 불타 오른다.

아내는 결혼 이후 자신의 여성적 감정을 드러내는 대신 모성성으로 모든 가족을 보호해 왔다.

안전한 결혼생활을 위해 모성적 헌신을 해 오면서 자신의 여성성을 희생해 온 것이다.


“나 한 사람만 참으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나만 입 다물면, 우리 집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는 일념으로 살아왔다.


여성적 감정은 결혼 생활 20~25년에 걸쳐 억압해 오는 중 무의식 속에 화석화되어 왔다.

화석화되었던 여성적 감정이 갱년기를 맞으면서 원유와 천연가스로 바뀌어 불만 붙이면 활활 타오른다.

남편이 자신의 여성성을 찾아 아내에게 여성성을 투사하면서 상호 여성성으로 만난다는 것은 바로 이렇게 뜨거운 것이다.

연애할 때는 온몸과 마음을 다해 뜨겁게 사랑했지만, 중년기에는 뜨겁게 싸워내는 중에 남편은 사회적 페르소나를 내려놓은 인격으로 아내를 만나고, 아내는 모성성을 벗겨낸 여성성으로 남편을 만난다.

남편이 사회적 페르소나를 강화해 가면서 동시에 여성성의 감정을 강화해 가는 형태의 공존은 불가능하다.


중년이 되면 부부는 한 지붕 아래서도 선택의 기로에 선다.

첫 번째 선택은 중년기 남편이 사회적 페르소나를 놓지 못해 아내의 여성성과 만나지 못해 영원한 남이 되어 가는 것이다.

두 번째 선택은 부부간 가열차게 싸워 나쁜 감정을 다 거둬 각자 안에 억압되어 있던 좋은 감정을 찾아내어 부부간에 진정한 여성성으로 만나는 것이다.


부부간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여 서로의 얼굴을 빛나게 하는 일을 해냄으로써, 남편은 진정한 남성성을 획득하게 되고, 아내는 진정한 여성성으로 살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아름다운 부부관계가 되는 것이다.

박상륭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름다움은 앓음 다움이다"라고.


부부간에 충분히 <고통 앓음>을 하고 나면 아름다운 부부가 된다.


남자가 중년기에 아내를 위해 사회적 페르소나를 내려놓지 못한 채, 아내를 사회적 자아로만 계속 만나면, 남편은 계속해서 여성화가 되어 갈 뿐이다.

이것이 바로 심리적 트랜스젠더가 되는 길이다.

즉, 아내의 여성성에 매력을 느끼는 대신 남편 자신이 심리적으로 여성이 되는 것이다.

남자는 남성성을 유지하면서 여성성을 이면인격으로 사용해 남성성과 여성성을 통합해 가는 것이 중년기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여성화됨으로써 여성성을 전면인격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심리적 트랜스젠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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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여성화를 계속 진행하면 할수록 '아기'가 되어간다.

사회적으로는 조직원을 이끄는 상사로 군림할 수 있고, 젊은 사람들 중에 어른으로 대접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가정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는 여성화된 남편, 영원한 소년으로 살아간다.

그리하여 밖에서 감정을 잘 통제해 오던 남편이 집에 들어오는 순간, 가족들에게 온갖 짜증과 잔소리, 삐침, 옹졸함, 자기애적 성향을 다 드러낸다.

이런 남자가 사회적 페르소나를 내려놓는 순간, 즉 은퇴하는 순간, 사회적 권위와 위엄은 사라지고 급격하게 어린아이가 된다.

은퇴한 남편은 이제 외톨이가 되어 아내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아내를 귀찮게 하는 어린아이 짓을 무의식적으로 자행하게 된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작업을 하지 않은 남편에게 아내로부터 돌아오는 것은 보복이다.


성숙한 부부관계를 위해 이제 공부를 해야 한다


이상의 이야기는 오늘날 현대인의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기술한 것이다.

나만 그렇다거나, 내 남편만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중년 남자가 심리적 트랜스젠더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아내의 감정의 용광로로 뛰어들 각오를 해야 한다.


오늘날 수명이 길어지면서, 50대 부부가 앞으로 5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50세가 되면 대부분의 부부는 위와 같은 위기가 찾아온다.

중년 남성은 이제 인생의 절반을 살았을 뿐이고, 지금까지의 결혼생활(25년)의 두 배(앞으로 50년)를 더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인식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살아온 50년의 인생, 유아기, 유년기,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중년기를 회상능력과 반성능력을 가지고 되돌아볼 수 있고,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반성과 성찰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이제 공부를 해야 한다.

인생 공부!!


지금까지 '나는 무엇(what)인가?'를 위해 살아왔다.

이제 당신의 인생 공부는 '나는 누구(who)인가'가 핵심 주제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사회에서 나는 '무엇'으로 살아왔다면, 나이 50이 되면 '아내 앞에서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을 받게 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깊은 사고나 성철, 명상 또는 책을 읽는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해 주는 가장 유용한 텍스트는 바로 자신의 아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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