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분석: 화장실 내 식탁에서 밥 먹다

구강기와 항문기의 중첩

꿈 내용


어린 시절 살던 집. 화장실에 4인용 식탁이 있다. 엄마는 세면대에서 나물을 열심히 헹구며 씻어내고 있다. 엄마에게 여기서 식사를 해야 되는지 묻자 '아니다. 편한 대로 하라' 하신다. 그 옆 욕조 안에 물컹한 해산물이 자작히 담겨있다.

30대 후반의 젊은 아버지. 화가 나셨는지 기분이 별로인 듯싶다. 집안을 돌아다니시며 흠을 잡는다. 내가 벽에 걸은 액자 2개가 마음에 안 드셨는지 잔소리와 핀잔을 주시며 띄어 다른 곳에 단다. (양측의 흰색액자. 가운데 붉은색의 조형물)

거실에 테이블에 마주 앉은 모자간. 공부를 가르치는 모. 이시간? 나는 생각한다. '아...이시간에 집에서 아이들을 공부시키는 구나. 나도 그렇게 아이들과 집에있을때 공부를 함께 해야겠구나. 생각됐다.

(이 꿈은 두 번째 상담 때 가지고 온 꿈이다.)


두루마리 휴지와 크리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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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분석가 : 제가 대개 첫 상담 때 물어보는 것이 있습니다.

가장 어릴 때 생각나는 첫 기억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바로 이 꿈이 그런 꿈입니다.

내담자는 제가 묻기도 전에 이 꿈을 먼저 제시함으로써 나의 어린 시절에

어떤 정서로 살았는지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내담자 :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꿈이 중요한 의미가 있나 보죠?

꿈분석가 : 네. 최초의 기억은 현미경과 망원경의 기능을 합니다.

아동기에 겪은 하나의 사건 기억을 보면, 유아기에 엄마와의 관계가 어떠

했는가를 보여줍니다.

이것이 현미경 기능입니다.

그 사건 이후 오늘날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보여줍니다.

이것이 바로 망원경 기능입니다.

내담자 : 제가 이 꿈을 꾸고 좀 이상했어요. 식탁이 화장실에 있잖아요.

꿈분석가 : 그건 정신분석학적으로 보면, 화장실은 자신의 무의식 세계를 보여주는 것

입니다.

이건 내담자 자신이 어린 시절의 내면세계를 보여주면서, 그때 내가 어떤

느낌으로 살았는가를 보여 줍니다.

그런데 내담자의 무의식 세계에서는 구강기(식탁)와 항문기(화장실)가 겹치

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내담자 : 그게 제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꿈분석가 : 이 꿈만 봐 가지고는 이것이 무슨 의미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또 이런저런 짐작을 할 수 있게 해 주죠.

미국은 출구와 입구가 분명하잖아요.

우리나라는 들어오는 곳과 나가는 곳의 구분이 별로 없죠.

제 기억으로 우리나라에 크리넥스 티슈가 처음 나왔을 때, 광고가 아직도

기억나요.

"내 고향으로 날 보내 주오"라는 노래였어요.

이제 두루마리 휴지는 화장실로 보내지고, 거실이나 방에서는 크리넥스가

본격적으로 사용되었죠.

그런데 한동안 우리나라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난 후 두루마리 휴지로

닦도록 벽에 걸어 놓았던 때가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아요.

지금은 대부분 음식점에서 두루마리 휴지는 퇴출되었죠.

그만큼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이 높아졌다는 말입니다.


구강기와 항문기의 중첩


내담자 : 구강기, 항문기는 언제 해당되나요?

꿈분석가 : 프로이트에 의하면, 구강기는 생후 18개월까지이고, 항문기는 18개월부터

36개월 사이를 말하는 거죠. 아기는 항문기가 되면 배변훈련을 해야 하는 시기

입니다. 그때 배변훈련, 청결훈련을 받게 됩니다. 그때가 되면 차츰 엄마에 의존

하지 않고 혼자 소변을 볼 수 있고, 3세가 가까울수록 혼자서 대변을 완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훈련을 하는 시기입니다.

또 이런 이야기도 됩니다.

구강기와 항문기가 겹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욕이죠.

욕이라는 것은 일종의 억압된 감정을 배설할 때 나오는 말입니다.

배설이라는 것은 항문과 관련되는데, 욕이라는 것은 입으로 튀어나오는 거죠.

내담자 : 왜 이 꿈을 꾸는지 알 것 같네요.

어머니는 착하기만 했고, 아버지는 폭력적인 데다가 엄마한테 욕을 그렇게 많

이 했어요.

엄마는 늘 주눅이 들어 있었던 것 같아요.

꿈분석가 : 그렇다면 내담자의 유아기 정서가 어떠했는지 짐작이 갑니다.

엄마가 아기를 잘 양육하기 위해서는 아빠가 울타리를 잘 쳐 줘서 시댁이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보호를 철저하게 해 줘야 하는데, 아빠 자체가 폭력적이니

까 엄마 자체가 보호받지 못하게 되면서 아기를 제대로 돌볼 수가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분위기에 자랐다면 정서적으로 감정을 소화해내지 못해 입으로 배설

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뜻이지요. 그런 분위기에서 제일 피해자

는 엄마입니다.

내담자 : 세면대에서 나물을 씻고 있는 모습을 무슨 뜻일까요?


꿈분석가: 이것도 이상한 모습이지요. 나물은 부엌의 싱크대에서 씻어야 되죠.

이것 역시 구강기와 항문기가 겹쳐 있는 모습과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무엇보다 꿈에서 화장실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은 정서적으로 매우

힘들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담자는 엄마에게 '여기서 식사를 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그랬더니 엄마가 '네 편한 대로 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부분은 내담자가 아버지의 강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는 점을

말해 주는 대목입니다.

엄마는 아버지에게 당하는 입장이지만, 엄마는 어느 정도 나를 보호해 줬다는

말이 됩니다.

내담자 : 엄마는 제게는 정말 따뜻한 분이셨어요. 그래서 엄마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요.

꿈분석가 : 어머니께서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아버지를 감당해 내신 부분이 많았던 것

같네요.

그런데 꿈에서 "물컹한 해산물이 자작이 담겨 있다"라고 되어 있는데,

'물컹하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요?

내담자 : 물고기들이 축 쳐져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 같아요.

꿈분석가 : 물고기가 신선하지 못하다는 말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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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 그렇습니다.

꿈분석가 : 그것은 우울한 정서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어머니나 내담자의 정서가

우울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죠.

내담자 : 제가 어릴 때, 30대 후반의 혈기 넘치는 아버지는 늘 화가 나 있어서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엄마의 흠을 잡을 데가 없나 하고 늘 씩씩거리고 있었어요.

아버지가 흠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집안의 분위기가 그만큼 불안했다

는 뜻입니다.

그 불안이 흰색 액자와 붉은색 액자로 나타나고 있어요.

흰색액자는 모든 것을 무화시키는 것을 상징한다면, 붉은색 액자는 자신의 열정

과 에너지 상태를 보여 주는 겁니다.

어린 시절의 정서는 아버지로 인해 아무 생각 없이 살았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붉은색이 가지고 있는 열정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내담자는 이 둘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가 왔다 갔다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분노 때문에 내담자는 '나는 없습니다. 마음껏 분노하십시오' 라며 자신

의 존재를 하얗게 지워버리고 싶은 부분이 있지만, 엄마의 보호로 보존된 붉은

액자의 부분은 삶의 충만함으로 채울 수 있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어머니가 딸에 대한 애정이 있었나 봅니다.


내담자 : 어머니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엄청 강하셨어요.


꿈분석가 : 이 꿈은 내담자의 아동기가 매우 혼란스러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왜 이런 꿈을 꿨는가가 중요합니다.

내가 아동기에 이런 문제가 있었고 이 문제로 내 인생에 발목 잡혀 온 부분이

있지만, 이제 이 상담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이 꿈이 보여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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