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고자 하는 무의식 여행
1. 반지하처럼 창문이 있는데, 거기에 내가 들어갔다. 바로 구멍이 뚫려 있어 밑의 집으로 떨어졌다.
2. 좀비 같은 사람이 쫓아온다. 도망가다가 엘리베이터로 들어가서 문을 닫으려는 데 문이 닫히는 중에 좀비가 문틈을 열어젖히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다.
30대 초반의 이 여성은 얼마 전 로펌 사무직을 휴직하고 지금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업무가 너무 힘들고 지쳐서 번 아웃이 왔고, 좀 쉬고 싶다는 소망으로 당분간 직장을 쉬고 있다.
그동안 2년째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자각이 일어나고 내면세계 발달도 어느 정도 일어났다.
그렇지만 상담자가 기대하는 결정적인 변화는 늘 유보되었다.
이 꿈은 휴직한 후 2개월이 지난 시점에 꾼 꿈이다.
그동안 이 여성의 내면 발달 작업이 쉽지 않았다.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내담자가 그동안 외면해 왔던 가족관계를 직접 부딪히면서 갈등을 겪어내는 과정에서 얻는 유익이 매우 크다.
그녀는 혼자 살다 보니 투사할 대상이 없어 마음의 발달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받을 수 있는 삶의 현장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 여성에게 지금 이 꿈으로 나타나는 심리 변화는 내면의 깊은 곳으로 내려가서 원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심리적으로 깊은 곳으로 내려가 천착하고자 하는 무의식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꿈에서는 반지하처럼 생긴 창문이 있었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바로 아래에 있는 집으로 떨어지는 구멍이 있다.
이 꿈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로, 창문이 반지하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무의식 속에 있는 깊은 부분이나 숨겨진 감정들을 상징할 수 있다.
이 꿈은 꿈주인공이 내면세계로 진입하거나,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을 탐구하려는 욕구를 나타낼 수 있다.
구멍으로 떨어지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나 변화를 향해 나아가려는 욕구를 나타낼 수 있다.
집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기존의 안정적이고 익숙한 상황을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려는 용기와 탐험 정신을 상징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구멍 아래의 공간은 결코 좋은 공간이 아니다.
힘겹게 숨어 있어야 하며, 그곳에서 고통스럽게 머물러야 하는 공간이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 이러한 고통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꿈은 꿈주인공의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탐험하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 있음을 나타낼 수 있다.
이러한 탐험은 삶의 변화나 성장에 대한 의지를 나타낼 수 있으며, 당신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설 준비가 되었음을 시사할 수 있다.
좀비가 본인을 추격하고 있다.
도망가다가 엘리베이터로 들어가서 문을 닫으려는 데, 좀비가 닫히는 문틈을 열어젖히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다.
그 이후 꿈이 계속 되었다면, 엘리베어터 안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지만, 꿈은 좀비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끝났다.
엘리베이터는 자신의 삶의 상황이나 감정에 대한 이동이나 변화를 상징할 수 있다.
꿈주인이 엘리베이터로 달려가는 것은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를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좀비가 엘리베이터로 들어오는 것은 꿈주인공이 이러한 변화나 탈출을 어렵게 느끼고 있는 상황을 보여줄 수 있다.
이는 당신이 현재의 문제나 어려움을 피할 수 없음을 나타낸다.
이 꿈은 당신이 어떤 스트레스 상황에서 탈출하고 싶어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좀비는 당사자가 직면한 문제 또는 어려움을 상징하며, 꿈주인공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처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좀비는 엘리베이터와는 대조되는 개념을 상징한다.
엘리베이터라는 것은 위로 빨리 올라가기 위해 제작된 운송도구이다.
반면, 좀비는 살아있는 존재를 물어뜯어 존재를 끌어내려 비존재로 만들고자 한다.
좀비라는 존재는 꿈 1에서 밑으로 떨어지는 구멍의 역할을 한다.
꿈주인은 2년 동안의 상담작업이 잘 진행되어 오던 중에 왜 이렇게 추락하는 꿈을 꾸는가?
어떤 면에서는 상담자로서 나는 이 순간을 기다려 온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좋아진 것으로 수습하고 통합하여 현실에서 잘 살아가도록 상담을 종결해도 되는 시점에서 이런 꿈을 가지고 온 것이다.
만일 이 여성이 본업에 충실히 하고 있다면, 나도 그렇게 종결하고 끝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휴직을 하고 혼자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때 바로 이런 꿈을 꿨다.
이 여성은 상담을 이 정도로 수습해서 떠났다면, 앞으로의 삶을 계속 살아가기에는 뭔가 큰 것을 뒤에다 놓고 떠나는 기분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때맞춰 힘겨운 퇴행을 감행함으로써 존재의 밑바닥으로 내려가 암흑 속에 감춰져 있던 에너지를 빛의 에너지로 바꿔내고자 무의식적 모험을 감행하는 것 같다.
이 여성은 그동안 결핍과 버려짐의 이슈를 가지고 살아오면서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을 탐색해 본 적이 없다.
그녀는 이 꿈을 꾸면서 유아기에 놓고 온 에너지를 찾으러 가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존재의 깊은 심연에 갇혀 있던 흑암에너지.
그동안 굳게 닫아 놓은 방어기제였지만, 이제 어느 한 구석에 균열이 생기면서 마침내 구멍이 생긴 것이다.
꿈주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 구멍 안으로 내려가고자 한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자기 안에 있는 <영웅>을 찾고자 깊고 암울한 무의식의 세계로 여행을 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
고대의 건국신화나 전쟁신화에서 나타나는 영웅은 대개 왕의 아들로서 버림을 받아 홀어머니나 양부모 밑에서 자란다.
그는 어린 나이에 버림받아 스스로를 지키고 세상으로 나아갈 자기 길을 개척하기 위해 일정 기간 고난을 받으며 방황한다.
버림받은 영웅이라는 개념은 영웅으로 등극해 가는 과정에서 성배를 찾아 나서게 된다.
성배를 찾는 과정은 고난 극복의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영웅으로 성장해 간다.
그 성배를 가지고 왕인 아버지를 찾아 가 자신이 왕의 아들임을 증명한다.
그러한 영웅 중 하나가 헤라클레스이다.
신화가 진행됨에 따라 Hercules는 Zeus신과 Alcmene이라는 인간 여성의 아들이었다.
그러나 헤라클레스의 어머니의 남편은 그녀가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을 알고 질투하여 어린 헤라클레스를 죽이려고 시도했다.
알크메네는 아들의 목숨을 두려워하여 그를 산속에 버려야 했고, 그곳에서 마음씨 착한 부부가 아들을 키웠다.
Hercules는 자라면서 외톨이였으며 고립감과 부족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 방황의 시간은 그에게 힘과 회복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고 진정한 영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했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부모를 잘 만나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서 따뜻한 양육을 받아 결핍 없이 건강하게 잘 성장하는 사람일 것이다.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부모의 편애로 사랑을 받지 못해 결핍을 호소하며 마음의 상처를 탄원하는 경우가 많다.
또 어떤 내담자는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정서적으로 빈곤하여 학창 시절에는 늘 왕따 당하고 결함투성이어서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음을 하소연한다.
이런 내담자에게 나는 '영웅신화'를 이야기한다.
나는 영웅은 부모가 풍요로움을 제공해 주는 환경 안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나는 로마를 건국한 전설적인 로물루스와 레무스, 그리고 홍해를 가르는 성경 속 인물 모세와 같은 영웅들은 모두 어린 나이에 버림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런 질문이 나온다.
"모세는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지만, 그 덕에 이집트 왕가에서 왕족으로 살았잖아요. 이건 어떻게 설명하실 건가요?"
이 정도면 아주 당돌한 질문이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모세는 40년 동안 궁중에서 왕족으로 풍요롭게 살았지만, 그가 하나님의 쓰임을 받기 위해서는 40년 동안 광야 생활을 했어야 했다"는 점이 강조된다.
위 꿈주인은 지금까지의 상담을 통해 정리되고 통합된 마음만 가지고도 현실을 어느 정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휴직을 하게 된 이유도 바로 퇴행을 하기 위해서 인 것 같다.
퇴행이란 정서적으로 유아기로 내려가는 정서적 퇴보를 말한다.
유아기에 엄마와의 관계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온 것이 있기 때문에 그녀는 퇴행을 선택하는 것 같다.
퇴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유아기 또는 아동기에 놓고 그냥 넘어온 흑암 에너지의 세계로 들어가 그 에너지를 현실가용한 에너지로 쓸 수 있도록 재가공하는 것이다.
이 내담자는 그동안 내가 강조한 100세 시대에 걸맞은 인물로 재형성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나라를 건국하거나 전쟁에 나가거나 하여 영웅이 될 일이 없다.
오늘날에는 '나'라고 하는 나라를 세우는 영웅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보면,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60~70세를 평균수명으로 하는 시대라면 굳이 퇴행까지 해 가면서 자신을 다시 정립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이 여성은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살아낼 것을 전제로 하다 보니까, 그때까지 자신이 후회함이 없는 삶을 살기로 작정한 것이다.
오늘날의 '영웅'은 가장 나답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남과 비교할 수 없는, 오직 나만의 고유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바로 이 시대의 '영웅'이다.
위 꿈 주인은 당분간 방황과 고립의 기간 동안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하고, 독립성, 탄력성,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지략을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그녀가 이런 꿈을 꾸는 이유는 존재의 가장 깊은 심연에 그동안 침잠해 있던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그녀가 내면세계 깊은 곳에 있는 셀프(self)를 발달시켜 가는 삶을 살기를 기원한다.
그리하여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 되기를 바란다.
버려진 영웅의 여정은 도전으로 가득 차 있지만, 위대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