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방어에서 벗어나기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다음과 같이 가족을 그리워하는 한 편의 시를 썼다.
온 가족이
모였었던 순간이었습니다.
모처럼 많은 대화 나누며
웃을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너무나 행복해
그 순간을 사진 속에 담았습니다.
오랜 시간 흘러
그때의 사진을 다시 꺼냈습니다.
사진 속의 어머니는
가족 모두를 껴안고 계셨습니다.
어머니 품에 자식 모두를 안고 싶어
정말 힘들게도
겨우 모두를 안고 계셨습니다.
이 시에 대해 시인 유용선은 다음과 같은 소감을 밝힌다.
어머니가 자신을 포함한 자식 모두를 힘겹게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다. '어머니는 자식 모두를 안고 싶어 하셨다. 어머니는 틀림없이 몹시 힘드셨을 것이다. 어머니는 사진을 찍는 동안 정말로 자식 모두를 안으셨다. 그 모습이 너무도 힘들어 보인다…….' 이 시를 읽는 독자는 어렵지 않게 사진 속의 인물들이 곤고하게 살고 있으며 시를 쓴 이가 어머니를 포함한 가족의 현실에 대해 몹시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 내가 주목한 부분은 글쓴이의 행복이 사진에 담겨있다는 사실이다. 사진밖, 곧 현실의 어머니는 그녀 또한 사람인 이상 자식 모두를 한결같이 안고 있을 수 없다. 따라서 현실 속의 어머니는 유 씨에게 있어 가정의 일원으로서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존재인 동시에 인정하기 싫은 현실 속의 혐오스럽고 귀찮은 존재일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가정이 그 자체로 완벽하고 이상적인 사회일 수는 없는 까닭이다. 그런데 유 씨의 시는 끝끝내 사진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진술을 끝마치고 만다. 사진 위로 화자의 눈물이 떨어진 것도 아니고, 사진 속의 모습보다 더욱 여윈 어머니가 현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가여운 어머니를 찾아가는 것도 아니다. 그가 그 뒤로 어떤 생각과 감수성으로 현실의 삶과 사회에 대응했는지는 이 시 속에는 더 이상 드러나지 않는다. 그가 이 시를 쓰고 난 뒤에도 과연 시 쓰기를 계속했을지는 모를 일이다. 결국 현실로 드러난 것은 사회에 대한 지독한 혐오와 끝간 데 없는 분노와 광적인 연쇄살인이었다.
사이코 패스의 여러 가지 특징 중 다음의 특이한 사항이 있다.
극단적으로 자기중심적(自己中心的)이며, 죄책감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나 감정이 결여가 그 중요한 특징이다.
유영철의 시 안에는 가족에 대한 이상적인 그리움들이 담겨있다.
그러나, 과연 그의 마음에 가족에 대한 이상적인 그리움만 있었을까?
그 시(詩) 자체가 자신의 학대와 사랑의 결핍을 가리는 또 다른 "도덕적 방어"는 아니었느냐 말이다.
나의 앞의 글에서 연쇄살인범에게 초기 대상관계의 실패가 인격형성에 치명적 결함이 되는 것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초기 대상관계의 실패를 경험했다고 해서 모두 연쇄살인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
초기 대상관계의 실패라는 것은 유아기에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초기의 어머니와의 관계 경험은 그 당사자에게는 일평생의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정서적 경험의 수준을 결정하다시피한다.
초기 대상관계에서 실패한 아이가 그다음의 단계에서도 모두 실패하라는 법은 없다.
초기대상관계에서 실패한 아이들 중에는 더 이상의 실패를 경험하고 싶지 않은 아이가 있을 것이다.
초기 대상관계에 실패했다는 것은 아기를 돌보는 어머니의 돌봄의 실패이다.
어머니 돌봄의 실패는 어디서 오겠는가?
그것은 아버지의 울타리 역할의 실패가 더 근원적인 원인일 것이다.
초기 대상관계 실패를 경험한 어린이는 감정 조절, 충동 조절 및 공격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강도나 폭행과 같은 범죄 행위로 확대될 수 있는 반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이러한 개인은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이해할 수 있는 도덕적 나침반과 공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연쇄 살인범이 될 수 있다.
어머니가 아기에게 일차적 모성 몰두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머니가 아기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 환경은 누구보다 아버지가 제공해 줘야 한다.
어머니는 자신의 남편의 사랑을 받아야 아기를 향한 모성애가 제대로 발휘될 것이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아기에게만 몰두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울타리를 쳐 줘야 한다.
그런데 초기 대상관계의 실패를 경험한 아이라면 어머니는 아버지로부터 그런 보호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실패하는 아버지는 아기가 태어난 것에도 관심이 없고, 아내가 아기를 돌보는 것이 꼴사나울 뿐이다.
그는 술주정뱅이일 수 있고, 아내에게는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일 수 있다.
이런 말 같지 않은 환경, 즉 아기 양육에 결코 우호적이지 못한 환경을 오랫동안 경험한다면, 그런 아이들 중에는 도덕적 방어로 무장하는 인격으로 자라게 될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학대적인 행동에 대해 아버지를 비난하고 그것이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는 대신 자녀는 자신을 비난한다.
아버지의 분노와 폭력을 긍정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버지의 문제이자 책임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기보다, 자녀 자신을 아버지의 분노와 폭력의 원인으로 본다.
그것은 '없는 아버지'보다는 '나쁜 아버지라도 함께 있는 아버지'가 낫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류의 도덕적 방어는 자녀가 학대에 대처하고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과 부모에 대한 사랑을 조화시켜야 하는 학대 가정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도덕적 방어를 경험하는 아동은 종종 죄책감을 느끼고 학대에 대해 자신을 탓하며, 이는 낮은 자존감, 우울증, 불안 및 기타 심리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학대받는 아동이 도덕적 방어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성인, 교사 또는 치료사로부터 도움과 지원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은 부모의 학대 행위에 대해 책임이 없으며 자신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있음을 배워야 한다.
그들은 학대의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고 도덕적 방어의 해로운 영향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울 수 있는 건강한 경계와 대처 메커니즘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폭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도움을 구해야 한다.
부모는 자신의 행동이 자녀의 정서적, 심리적, 신체적 건강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치료사, 지원 그룹 및 상담 서비스로부터 도움을 받아 알코올 중독과 폭력적인 경향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결론적으로, 도덕적 방어는 많은 아이들이 학대하는 부모에 대한 사랑을 학대의 현실과 조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해로운 대처 메커니즘이다.
학대받는 아동과 학대하는 부모 모두 폭력의 순환에서 벗어나고, 학대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미래에 건강한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긍정적인 대처 메커니즘을 배우기 위해 도움과 지원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