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푼젤: 어머니의 모성성살해와 라푼젤의 모친살해
깃털(딸의 화려한 삶)과 몸통(딸의 영광을 착취하는 어머니)
만화 영화 라푼젤(Rapunzel) 줄거리
'라푼젤'은 평생 탑에 갇혀 살아온 라푼젤이라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2010년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영화는 마더 고텔(Mother Gothel)이라는 사악한 마녀가 치유의 힘을 가진 마법의 꽃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꽃의 정수는 임신한 여왕에게 주입되어 여왕의 생명을 구하고 태아 라푼젤에게 치유력을 전달한다.
어머니 고델은 꽃의 치유 능력을 자신도 갖고 싶어 아기를 납치해 숲 속 깊은 곳에 숨겨진 외딴 탑에서 자신의 아이처럼 키우려 한다.
라푼젤은 납치범이 자신의 엄마라고 믿고 자라며 자신의 진짜 정체나 감옥 너머의 세상에 대해 알지 못한다.
어느덧 라푼젤의 열여덟 번째 생일이 다가오고, 라푼젤은 호기심과 탑 밖 세상을 탐험하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차게 된다.
한편 플린 라이더(Flynn Rider)라는 매력적인 도둑이 귀중한 왕관을 훔쳐 궁전 경비병들에게 쫓기고 있다.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중 플린은 우연히 라푼젤의 탑을 발견하고 가짜 어머니로부터 자유를 향한 라푼젤의 여정에 뜻하지 않게 참여하게 된다.
라푼젤은 회의적인 플린과 교묘하게 협상하여 플린이 그녀를 탑 밖으로 데리고 나가 매년 생일마다 나타나는 왕국의 숨 막히는 불빛을 보여 주기로 한다.
플린은 마지못해 동의하고,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힘과 회복력, 신뢰를 시험하는 일련의 스릴 넘치는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라푼젤과 플린은 여정 내내 다양한 위험에 직면하고, 도둑맞은 왕관을 되찾으려는 위험한 괴한들과 마주치며, 라푼젤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려는 어머니 고텔과도 대치하게 된다.
라푼젤이 직면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라푼젤의 독특하고 마법 같은 황금빛 머리카락은 모험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라푼젤의 긴 머리카락에는 치유의 꽃의 힘이 깃들어 있고, 어머니 고델은 이 힘을 이용해 라푼젤의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라푼젤의 긴 황금 머리카락을 자르면 마법을 잃게 되고, 결국 라푼젤은 가슴 아픈 희생을 치르고 자유를 얻게 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라푼젤은 교묘한 거짓말로 라푼젤을 속이려는 마더 고델과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라푼젤은 자신의 진정한 힘은 머리카락이 아니라 자신 안에 있음을 깨닫는다.
플린의 도움으로 라푼젤은 마더 고델은 물리치고 친부모인 왕과 왕비와 재회한다.
라푼젤의 황금 머리카락에서 나오는 치유의 힘을 잃어버린 고델은 순식간에 늙은 마녀로 변한다.
결국 라푼젤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품에 안겨 기쁨을 만끽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인생길을 찾아 나선다.
'라푼젤'은 자아 발견과 사랑,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를 전한다.
라푼젤은 탑과 그 그림자를 뒤로하고 꿈과 가능성으로 가득 찬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의 힘을 찾고, 타인을 신뢰하는 법을 배우고, 진정한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어린 소녀의 여정을 보여 준다.
어머니와 딸의 동체성
자녀를 시기하는 어머니
가짜 어머니 고텔은 나쁜 어머니의 측면을 나타낸다.
그녀는 딸을 사로잡아 영원히 젊어지고자 하는 나쁜 어머니이다.
나쁜 어머니는 딸의 젊음과 생기발랄함을 시기한다.
나쁜 어머니는 딸이 자아실현을 하는 것을 시기하여 딸이 잘 되는 꼴을 못 본다.
그래서 <라푼젤> 영화에서 처럼 나쁜 어머니는 자녀의 몸통을 빼앗아 버린다.
그리하여 나쁜 어머니가 자녀를 통해 자아실현하고자 한다.
어머니의 나쁜 측면은 자녀를 통해 자기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고자 하는 어머니 측면이다.
자녀를 성공시키는 어머니
자녀를 시기하는 어머니는 누가봐도 좋은 어머니로 보인다.
자녀들이 좋은 성적을 내도록, 좋은 대학에 들어가도록 만드는 어머니이니 자녀를 위해 얼마나 헌신적인지 모른다.
자녀를 대신해서 학원스케줄 잡아주고, 직접 운전해서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다른 학원으로 이동해 주는 등 교육열이 넘쳐나는 좋은 어머니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그런 어머니는 남편과의 관계에서 자아실현을 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아야 하지만, 남편이 그 역할을 해 주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순간 자녀를 통해 자아 실현하기로 작정한다.
자녀의 좋은 성적, 좋은 대학, 사회적 성공을 통해 어머니의 욕망을 실현하고자 한다.
어머니의 이런 모든 헌신이 사랑의 이름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나쁜 어머니라는 것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러는 와중에 자녀는 자신의 고유한 존재와 나만의 삶을 위한 욕망을 포기한다.
오늘날 대부분 어머니들과 자녀들의 모습이다.
자녀의 입장에서 보면, 어머니의 욕망을 실현하느라 정신없이 공부하고 사회적 성공을 이루어 내지만 그것은 어머니의 것일 뿐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다.
이것은 바로 어머니의 자녀에 대한 시기심이기도 하다.
왜 그것이 시기심이 되는가?
자녀가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지 못하도록, 자신의 존재로 살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때문이다.
어머니 자신이 나만의 고유한 삶, 자기의 존재로 살아보지 못했는데, 만일 자녀가 그렇게 살고자 한다면 이는 나쁜 어머니가 마땅히 무너뜨려야 할 대상이 된다.
자녀가 자신만의 고유한 욕망을 실현하며 살아갈 삶의 기반을 어릴 때부터 만들어가야 하지만, 그것을 원치 않는 어머니의 방해 공작으로 자녀는 자기 자신의 존재와 욕망에 대해 문외한이 되어 버린다.
물론 이것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어머니의 사랑과 자녀의 효의 일이다.
라푼젤은 남자가 다가와도 그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동안 어머니의 몸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와 욕망을 잃어버린 것이다.
결국 플린이 라푼젤의 머리카락을 잘라냄으로써 라푼젤의 모친살해가 이루어져 더 이상 나쁜 어머니의 노예로 살지 않게 해 주는 것이다.
라푼젤의 가장 큰 매력을 잘라내는 것으로 나쁜 어머니로부터 라푼젤의 몸을 되찾아 오게 된다.
나쁜 어머니가 그동안 라푼젤의 마법의 머리카락을 통해 젊음을 유지해 왔다.
어머니와 딸 사이 시간개념
라푼젤의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는 순간, 그동안 숨겨 놓을 수 있었던 시간이 찾아오자 나쁜 어머니는 순식간에 늙은 마녀가 변하게 되면서 탑에서 떨어져 죽게 된다.
딸은 자신의 현재를 나쁜 엄마의 현재에 맞춰 살게 됨으로써, 어머니는 딸의 현재를 자신의 현재로 누리게 된다.
딸은 어머니와 동체성을 이루는 동안 자신의 현재를 살지 못하고 어머니의 현재에 살면서 결과적으로 자신의 과거로 살게 된다.
그런데 마법의 머리카락이 잘려 나감으로 인해 나쁜 어머니 자신의 현재와 라푼젤을 현재가 분리되면서 각자 자기 현실로 돌아가게 된다.
깃털과 몸통
라푼젤이 납치되었다는 것은, 어머니에 의해 자신의 몸통을 빼앗겼다는 것이다.
라푼젤은 자신의 몸이 빼앗기고 스스로 깃털(머리카락)로 살아간다.
어머니와 딸이 동체성으로 살아가는 한, 딸은 어머니의 헌신을 통해 화려한 삶(깃털)을 살아 갈 수 있겠지만, 어머니는 딸의 영광을 착취(딸의 몸통을 취함)하게 된다.
스토리 속에서 라푼젤은 머리카락의 마법으로 살아간다.
머리카락의 마법이란 화려하고, 치료하고, 시간을 되돌려 주고, 노래를 부르면 금빛을 발하는 것이다.
나쁜 어머니는 자기 앞에서 자녀가 당장 꽃이 피고, 빛이 나기를 바라는 엄마이다.
자녀의 몸을 빼앗아 버렸다는 것은, 어머니의 욕망을 충족시키느라 자녀 자신의 존재 욕망으로 살아가지 못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성에 갇혀 황금머리털을 가진 라푼젤은 어머니라는 성에 갇혀 어머니가 원하는 모양으로 화려하게 살고, 자녀의 영광을 어머니가 누리게 하는 딸이다.
아름다운 황금 머리털은 라푼젤이 스스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데 사용하지 못하고 오로지 나쁜 어머니가 젊음을 유지하는 데에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어머니와 심리적으로 동체성관계에 있는 라푼젤은 자신의 삶이 뭐가 잘못되었는지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플린이라는 남자가 나타나자, 그때 비로소 라푼젤은 이 남자를 통해 자기 세계를 찾아갈 수 있게 된다.
여성은 자기 세계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남성성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딸이 스스로 모친살해를 감행할 수 없으면, 남성성을 통해서라도 어머니로부터 독립해야 하는 것이다.
딸이 어머니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면, 또는 모친살해를 해내지 못하면, 어머니는 딸의 젊음 딸의 몸을 가지고 영원히 살고 싶어 한다.
그렇게 되면, 어머니는 딸의 몸통을 소유하게 되지만, 딸은 어머니의 깃털로 살아가게 된다.
이런 딸은 어머니에게 예속화된 삶을 살게 되면서 나의 현재를 살지 못하고 어머니의 현재를 살게 된다.
딸은 그렇게 자신의 몸을 어머니에게 빼앗기고 만다.
요즘 딸에게 이런 말을 하는 어머니들이 많아졌다.
"내가 결혼해보니까, 정말 할 게 못 되더라. 너는 능력을 갖춰서 웬만하면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아라"
이렇게 말하는 어머니는 마더 고델이다.
이렇게 몸통을 어머니에게 빼앗긴 딸은 세상에 나아가 아무리 성공한다 할지라도 그 영광은 어머니가 누리게 되고 자신은 어머니의 깃털로 살아가게 된다.
나쁜 어머니의 모성성 살해와 딸의 모친살해
이 영화는 자신의 딸 라푼젤을 탑에 가두고 감금하는 부정적인 면모를 지닌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녀의 행동의 동기는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고 딸이 자기 성취감을 찾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질투심이 그녀를 사로잡아 딸이 활기차고 자아실현을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게 만든다.
대신 어머니는 라푼젤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면서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며 살고 싶어 한 다.
이 영화는 어머니가 자녀에게 높은 성적과 명문대 진학, 그리고 자신의 이루지 못한 열망을 이루도록 강요하는 사회적 압력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녀는 종종 어머니의 자아실현을 위한 수단이 되어 자신의 욕망과 인생의 진로를 발견하는 데 방해를 받는다.
어머니가 가하는 이러한 통제와 압력은 아이의 개성과 자율성을 억압하기 때문에 일종의 모성성 살해로 볼 수 있다.
이 이야기에서 라푼젤 앞에 나타난 남성은 이러한 불건강한 역학관계를 깨뜨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라푼젤의 긴 마법의 머리카락을 잘라주어 라푼젤이 자신의 몸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라푼젤을 사로잡고 있던 마법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이 행동은 자신을 돕는 남성성이 여성 자신의 자율성을 되찾고 어머니의 욕망의 노예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을 상징한다.
이 행동의 결과는 라푼젤의 머리카락을 통해 힘을 빼앗긴 사악한 어머니가 급격히 노화되어 죽음에 이르는 강력한 결과를 낳는다.
이 클라이맥스를 통해 영화는 젊음과 통제에 대한 어머니의 집착이 궁극적으로 몰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암시한다.
요약하자면, 라푼젤은 어머니의 억압적인 기대가 딸의 자아실현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에 대한 생각을 자극하는 탐구를 제공한다.
궁극적으로 사악한 어머니의 모성성이 지닌 파괴적인 욕망(모성성 살해)에 맞서 싸울 수 있게 된 라푼젤은
자신의 황금 머리카락을 자름으로써 더 이상 어머니의 영광을 위해 살지 않게 되면서(모친살해) 자신의 몸을 되찾고 자신의 존재의 길을 스스로 열어가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