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문장들과 해설
"어떻게 내가, 당시 아주 어렸던 여자가 그렇게 소름 끼치는 착상을 하고,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어내었는가?"
"우리 본성의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작그해서 소름 끼치는 공포를 일으키는 그런 이야기, 독자로 하여금 두려워서 주위를 돌아보게 만들고,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맥박이 빨라지게 만드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나는 무서워서 눈을 떴다. 그 생각에 얼마나 빠져 있었는지 공포의 전율을 느꼈고 상상 속의 숨 막히는 영상이 아닌 내 주변의 현실을 보고 싶었다. 나에게는 지금도 보인다. 그 방, 어두운 마룻바닥, 닫힌 덧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달빛, 그리고 유리 같은 호수와 높고 하얀 알프스를 보며 느꼈던 감동을, 끔찍한 환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뭔가 다른 생각을 하려면 기를 써야 했다. 문득 나의 괴담이 떠올랐다. 지루하게 풀리지 않는 나의 괴담! 아! 그날 밤 내가 무서워했던 것만큼 독자들을 오싹하게 만들 글을 써낼 수만 있다면!"
* (해설) 이 글은 저자의 환상의 수준을 보여준다. 가장 낮은 수준의 환상이다. 누구나 낮은 수준의 환상을 거쳐 높은 수준으로 올라 오지만, 저자는 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 환상은 유아기의 것이다. 그 수준에서 발달하지 못한 것이다. 이 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람 중에는 공포 영화를 못 본다거나, 공포 영화를 지나치게 즐긴다거나 하는 형태로 자신의 환상 수준을 드러낸다. 이 환상의 수준에 대해서는 한참 뒤의 글에서 언급할 예정이다.
" 나는 아무도 가본 적 없는 세상의 한 부분을 보면서 목마른 호기심을 실컷 충족시키고, 지금껏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당에 내 발자국을 남기게 될 것이다. 이것들이 나에겐 커다란 유혹이며, 그 유혹은 온갖 위험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잠재울 만큼 크다."
" 내가 북극 근처의 항로를 발견하여 수개월씩 걸리는 대륙간 여정을 단축하거나 자력이 비밀을 밝혀냄으로써 전인류에게, 아득한 후손에게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혜택을 주게 될 것이라는 점에는 너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
* (해설 1) 위에서 내가 언급한 환상의 수준에 대해 미리 조금 이야기를 하면, 그것은 편집증적인 환상이다. 위 편지의 내용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편지 주인공의 과대주의적인 사고방식이다. 편집증을 가진 사람들의 스케일은 대체로 매우 광범위하다. 그 표현은 '세계 평화', '인류애', '인류 공영' 등과 같다. 월턴 선장 역시 '전 인류에게, 아득한 후손에게까지 헤아릴 수 없는 혜택'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 (해설 2) 실제로 인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들 중에는 편집증 환자들이 많다. 예술가들 중에는 경계선 환자들이 많다는 것은 나의 관계 경험치에서 나오는 경향성이다. 예술가가 경계선적인 과도한 에너지를 가지지 않았다면, 역동성을 요하는 예술 활동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기도 할 것이다. 저자인 메리 셸리나 편지의 글주인인 월턴선장이 편집증 환자인지는 알 수 없으나 글 중에 나타난 사고방식은 편집증적 부작용에서 나오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이곳(러시아 아르한겔스크)의 시간은 얼마나 더디게 가는지, 사방이 온통 눈과 얼음뿐이니 말이다! "
* (해설 1) 시간은 공전 및 자전과 관계된다. 은유적으로는 시침은 공전과 분침은 자전과 관련된다. 위 그림을 보듯이 적도에서의 24시간과 북극 가까운 곳에서의 24시간, 그리고 북극점에서의 24시간은 그 흐름이 다르다. 그래서 "이곳의 시간은 얼마나 더디게 가는지" 라면서,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사방의 움직임이 정지된 눈과 얼음 탓으로 돌리고 있다. 북극점에서는 시간의 한 축이 흐르지 않게 될 것이다. 누군가가 그곳에 있다면 시간은 흐르지 않는데, 날자는 가고 있는 상황도 경험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북극에 가까울수록 늦게 흐르는 시간 때문에 '지루함'을 많이 느낄 것 같다.
* (해설 2)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한다. 나이 40세가 넘어가면서, 41, 42,43,44, 45, 46... 49 이렇게 가다가 50세가 되면, 55, 60세가 되고, 60이 넘어가면 60, 70, 80, 90 이렇게 나이를 세게 되면서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말한다. 그것은 일종의 정서적 시간이다. 그것은 경험의 새로움의 유무에 달려 있다. 일생 중 시간이 가장 느리게 흐르는 시간은 유아기이다. 그다음이 아동기, 청소년기 순이다. 왜냐하면 그때는 만나게 되는 모든 국면들이 다 새롭게 경험되기 때문이다. 노인이 되면, 이미 경험할 것 다 해 봤기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이다.
"한 가지 빠진 것이 있어 아직까지 흡족하지 않구나. 그리고 그것 때문에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친구가 업다. 내가 성공에 열광할 때 같이 기뻐해줄 사람도, 내가 낙심해서 괴로워할 때 나를 격려해 줄 사람도 없어... 나와 더불어 느끼고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동료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누이야. 넌 이런 나더러 낭만적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벗이 없다는 사실이 너로서는 정말 비통하는구나. 상냥하면서도 용감하고, 마음이 넓은 만큼 교양이 있고, 나와 취향이 비슷하고, 내 계획에 동조하거나 수정해 줄 사람이 주변엔 한 명도 없다. 그런 친구라면 이 모자란 오빠의 잘못을 고쳐주련만!"
"지금 내 나이 스물여덟이지만 열다섯의 학생들보다 훨씬 무식하다. 그 세월 동안 내가 많이 생각하고 웅대한 꿈을 키워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생각과 꿈은 조화가 부족해. 그래서 나를 낭만적이라고 경멸하지 않을 만큼 감각이 있으면서도 내 마음을 잡아줄 든든한 친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 (해설) 위에서 내가 편집증을 언급했던 것이 친구 없음으로 증명되었다. 편집증 환자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깊은 성찰로 들어갈 수 있다. 깊은 사유를 위해 세상을 차단하고 '적막'속으로 들어간 데카르트나 인적이 드문 북극으로 항해하는 월턴선장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사람일수록 깊은 성찰을 할 수는 있어 종적인 노력을 하겠지만, 횡적으로 세상과의 관계, 친구 만들기가 불가능한 상태일 수밖에 없다. 월턴 선장은 먼저 편집증적 증상이 있어 보이기 때문에, 관계성에 문제를 낳게 되고, 그 결과 친구가 없는 것을 비통해한다. 이 소설의 내용 속에서도 그가 만나게 되는 사람은 같은 부류에 속한 프랑켄슈타인 박사인 것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깊은 성찰로 자기 세계에 깊이 빠져 든다는 점이다.
**(해설 2) 데카르트나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절대적 주체주의를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주체는 객체의 위치에 있는 대상을 마음대로 휘두른다. 데카르트는 세상의 모든 것을 의심의 대상으로 봤다. 자기 외의 타자에 대해 평가절하를 한 것이다. 데카르트는 주체중심 철학을 확립된 후 타자의 존재 가치를 부여하는 위치에 있는 주체를 확립하여 자연에 대한 개발논리를 펴 나갔다. 마찬가지로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생명과 죽음의 자연적 논리를 초월하여 생명과 죽음의 경계를 무너뜨리고자 했다. 말하자면 자신의 능력을 신의 영역으로 초월하고자 하는 전능자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 낸 것이 '괴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