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창조
11월 을씨년스러웠던 어느 밤, 나는 치열했던 싸움의 결실을 보게 되었다.
나는 실험을 완료하고 시체들을 모아 신체 부위를 조립하여 생명 없는 것에 존재의 불꽃을 일으킨 결과 그것이 거칠게 숨을 쉬면서 발작적으로 사지를 꿈틀거렸다.
팔다리를 비례에 맞췄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도록 짜 맞추었다.
누런 피부에 윤기나는 검은 머리칼, 이빨은 하연 진주 같아 화려하였지만 나는 섬뜩하기만 했다
2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며 모든 것을 끝낸 지금, 아름다운 꿈은 사라지고 숨 막히는 공포와 역겨움이 엄습해 왔다.
막상 근육과 관절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악마가 되고 말았다.
나는 비참한 심정으로 밤을 새웠다.
나는 무기력을 이기지 못하고 땅에 주저앉았다.
아침이 밝아 오면서 한참을 계속 걸었다.
토할 것 같은 두려움에 심장이 펄떡였고, 난 내 모습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비틀거리는 걸음을 재촉했다.
각종 역마차가 서는 여관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스위스 역마차의 문이 열리는 순간 친구인 앙리 클레르발이 보였다.
그를 만난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는 상인인 아버지의 업을 이어받기를 원하는 아버지를 설득하여 친구가 있는 지식의 땅으로 오게 된 인문학도이다.
나를 주의 깊게 지켜보던 클레르발은 내 눈에서 설명할 수 없는 광기를 보았다,
이렇게 시작된 신경성 발열은 몇 달 동안 나를 꼼짝 못 하게 묶어 두었다.
내가 탄생시킨 괴물의 모습이 눈앞에 떠나지 않았고 나는 끊임없이 헛소리를 했다.
봄은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창밖의 나뭇가지에서 어린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고 내 가슴에도 기쁨과 사랑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클레르발은 나의 유일한 간병인이 되었고, 그의 간병으로 파멸의 열정에 휩쓸리기 전처럼 쾌활해졌다.
"클레르발은 자연과학에 대한 내 관심에 같이 공감한 적이 없었고, 내가 몰두하던 과학과는 전혀 다른 문학을 추구했었다. 그는 동양 언어를 완전 습득하겠다는 계획으로 이 대학에 온 것이었는데, 그런 만큼 자기 계획에 맞는 분야로 진출해야 했다. 남들이 우러러보는 인물이 되고 싶었던 그는 모험심을 한껏 펼칠 영역을 찾아 동양으로 눈을 돌렸다... 나도 똑같은 공부에 쉽게 빠져들었다."
"옛날 공부는 나를 고립시켜 동료들과 거리를 두게 하고 비사교적으로 만들었지만 클레르발은 내 마음의 좋은 감정들을 끌어내주었다. 자연의 모습과 해맑은 아이들의 얼굴을 사랑하는 법을 다시 가르쳐 주었다. 참으로 멋진 친구! 너는 진심으로 나를 사랑해 주었고, 내 정신을 너의 수준으로 고양시키려고 얼마나 애썼던가! 이기적으로 내 목표만 쫓다가 스스로 갇혀서 편협해졌던 나는 너의 애정과 배려로 비로소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다."
"앙리(클레르발)는 쾌활해진 내 모습에 기뻐했고 진심으로 나와 공감했다. 그는 나를 즐겁게 해 주려고 애쓰는 한편, 자기 영혼을 채우는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 경우 그가 지닌 정신의 자산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그는 상상력이 넘치는 말로 곧잘 페르시아와 아라비아 작가들을 흉내 내면서 환상과 열정이 가득한 멋진 이야기를 지어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좋아하는 시를 낭송하거나 나를 논쟁에 끌어들이면서 상당한 창의력을 과시하곤 했다."
(2장) "앙리 클레르발은 제네바의 한 상인 아들이었다. 그는 보기 드문 재능과 취미를 가진 소년으로 모험과 역경, 심지어는 짜릿한 위험까지도 좋아했다. 그는 기사도와 로망스를 다룬 책들에 푹 빠져 있었다. 그는 영웅시를 짓고 마법이야기나 기사의 모험 이야기를 여러 편 써나갔다."
(2장) "한편 클레르발은 뭐랄까, 인간사의 도덕적 관계에 심취했다. 바쁜 삶의 무대, 영웅의 자질, 인간들의 행위가 그의 주제였다. 화려한 위업으로 인류에게 이바지해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의 대열에 끼는 것이 그의 꿈이자 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