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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6): 성장 과정에 담긴 죽음과 살인

             (최근 그림 첨부기능이 사라져 그림을 첨부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동기의 부친살해 환상


탐구자 :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주로 유아기를 다루고 고전정신분석에서는 3세 이후의 아동기를 다루는데 위니캇은 청소년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분석가 : 앞에서 ‘I am’과 ‘I am A’의 구별을 말한 적이 있는데, 전자는 what에 관한 것이고, 후자는 who에 관한 것입니다. 이 구별을 인생에서 좀 더 펼쳐서 보자면, 유아기 아동기의 성장은 인격 구성 요소 중에 ‘What?’ 질문에 답하는 것이라면, 청소년기의 성장은 ‘who?’ 질문에 답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유아기 아동기에는 존재와 관련된 ‘무엇’인가를 만들어 냅니다. 3세가 되기까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바로 ‘자아’ 예요. 3세에서 6세까지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단계인데, 이때는 도덕성과 양심을 관장하는 ‘초자아’를 만들어 냅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단계를 거치면서, 남아는 ‘남자 됨’를 만들어내고, 여아는 ‘여자 됨’을 만들어 내죠. 유아기에 두 형식을 만드는 것은, 기본적인 존재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면, 유아기와 청소년기로 구분해서 두 형식을 생각하는 것은 그 구조를 확대하여 보다 구체화시킨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탐구자 : 도올 김용옥 선생의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책도 여자에 관한 그 무엇에 관한 책이라 볼 수 있겠군요. 


분석가 : 그렇습니다. 거기에는 ‘나’의 여자 됨은 빠져 있는 것이죠. 


철학자 : 파르메니데스 이후 근대철학이 지속적으로 물어 왔던 질문이 바로 ‘what?’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것이었습니다. 20세기 넘어와서도 분석철학도 what? 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 왔고,  그 질문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조에 변혁을 가져온 철학자가 바로 폴 리쾨르입니다. 리쾨르는 사람의 인격의 정체성 문제를 논하면서, 인격의 요소에는 what의 요소와 who의 요소가 있음을 제시하게 됩니다. 그 두 가지로 형성되는 것이 바로 ‘자기 정체성 (self-identity)’입니다. What의 요소는 자기 동일성 (sameness)을 형성하는 반면,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who의 요소는 ‘자기성 (selfhood)’을 형성하게 되죠. 그래서 사람의 인격을 논할 때는 이 두 가지가 함께 논의되어야 됩니다. 


분석가 : 프로이트의 관점을 빌리자면, 아동기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시기에 아들은 어머니를 놓고 아버지와 경쟁하는 관계에 진입하면서 아버지를 살해하고자 하는 충동을 ‘환상’ 속에서 가지게 됩니다. 말하자면, 아이는 아버지를 보면서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사고가 바로 이 시기의 ‘부친살해 환상’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이 부친살해 환상은 청소년기에 다른 형태로 재연됩니다. 

하인즈 코헛(Heinz Kohut, 1923-1981, 자기심리학자))에 따르면, 아동기에는 아이가 아버지를 이상화 대상으로 삼게 되는데, 이때 아버지는 5미터 거인과도 같습니다. 이상화 대상을 그렇게 거대한 존재로 만들어 놓음으로써 아이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과대적 자기의 요건을 이루게 됩니다. 이런 거대한 아버지에 대해 한편으로는 이상화하면서, 한편으로는 어머니를 소유하고자 하는 자신의 욕망에 대한 경쟁자로서 죽이고 싶은 환상, ‘부친살해환상’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아동 수준에서 부친살해 환상이란, '아버지는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환상입니다


탐구자 : 아버지와 어머니가 전혀 알지 못하는 환상의 세계를 아동은 매우 힘겹게 겪어내는 과정이겠군요.      • 


분석가 : 아이로서는 이 시기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첫 번째 고비를 넘어가는 것입니다. 아이에게는 어머니와의 이자 관계에서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다가 아버지라는 존재가 나타나서 그 이자 관계를 깨뜨려 버리고 삼자 관계로 돌입하게 됨으로써 아이로서는 엄청난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 관계가 얼마나 복잡하였으면, 프로이트가 ‘콤플렉스 (complex)’라는 개념을 갖다 붙였겠어요? 그러나 아이로서는 이런 복잡한 관계를 경험하게 되는데, 그 결과 아들은 아버지와 동일시하고, 딸은 어머니와 동일시함으로써 아들은 남자답게 살게 되고, 딸은 여자답게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단계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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