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자 환상
전능환상은 일종의 전능자 환상이다. 그것은 영국의 아동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캇이 제시한 개념이다.
공감적인 어머니 품 안에 있는 유아는 배가 고플 때, '젖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입 안에 어머니의 젖이 들어오는 경험을 수백 번 수천번 하다 보면, 아기는 '내가 젖을 창조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것은 창조주가 되고자 하는 환상이다.
그 결과, 유아가 생후 1년이 지나면, 신의 이름인 'I am'을 획득하여 신적 지위를 획득한다.
유아기에 전능환상을 충분히 경험한 사람이라면, 그것을 더 이상 환상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환상을 창의적인 현실로 바꿔내며 살아간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도 자신의 중심을 잘 잡아가는 능력이 있어, 대인관계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어디를 가나 중추적인 인물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전능환상을 충분히 가져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체념하며 살아가는 대신, 전능하다는 환상을 이루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살아간다.
이 전능환상 덕분에 큰 목표를 정해 놓고 그 목표를 향해 성실하게 꾸준히 노력한 결과, 자신의 능력 이상의 일을 성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 전능환상을 성취하고자 자기중심에서 벗어난 사고와 판단, 감정을 발휘하여 자신의 삶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런 사람은 일단 귀가 얇아서 남의 말에 혹하게 되고, 사탕발림에 잘 빠져 든다.
결과적으로 다단계 마케팅에 깊이 관여하거나, 색다른 신흥 종교에 가입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하거나 보이스 피싱 사기의 피해자가 되는 등의 불리한 결과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유튜브에는 온통 그런 광고들로 가득 차 있다.
주식 자동매매, AI 매매, ChatGPT 자동매매, 자동 외환거래 등 수많은 플랫폼들이 전능환상을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마수를 뻗고 있다.
프로그램은 자동매매인 것은 맞지만, 그러나 그것을 조종하는 운영자는 고객의 전능환상을 자극하여 이익을 늘리고, 결국 운영자가 의도하는 대로 조정하는 일이 발생하여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큰 타격을 주게 된다.
고객은 기계적으로 완전 자동화된 프로세스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오랫동안 축적한 자금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 고객은 눈물을 머금게 된다.
결과적으로 프로세스가 완전히 자동화된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운영자의 통제하에서 놀아난 결과 밖에 안 되었다는 사실을 고객은 큰 손실을 입은 후에야 발견하게 된다.
모든 과정이 기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믿어 왔기 때문에 당사자는 무력감을 느끼고 결국 조종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을 사태가 끝나게 된다.
이 모든 게 결국 고객의 전능환상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일상에서의 전능환상
전능환상을 인공지능, 다단계, 보이스피싱으로 연결해서 설명하면 대부분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전능환상이 우리의 일상에서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가를 보면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게 된다.
A는 아내에게 "오늘 저녁식사, 부대찌개 먹을래, 아니면 갈비탕 먹을래?"라고 묻는다.
아내는 부대찌개를 선택했기 때문에 남편은 부대찌개 집 앞까지 차를 몰고 갔다가 갑자기 갈비탕집을 향해 방향을 튼다.
"아무래도 갈비탕이 낫지 않겠어?"
자기 생각대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은 바로 전능환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몇 년 전, B는 코인투자에서 많은 손실 봐서 투자 관련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는 일타강사를 모시고 진행되는 학습반에 들어가서 몇 년째 투자 공부를 해 왔다.
일타강사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이런저런 투자를 해 보았지만, 그때마다 큰 손실을 보게 되었다.
아내가 왜 그런가를 살펴보니, B가 일타강사에게서 배운대로 하지 않고 꼭 이상한 습관으로 빠져 나가다가 큰 손실을 보는 것을 발견했다.
일타강사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이익을 가져올 줄 뻔히 알면서, 어느 순간 꼭 다른 욕심이 들어가서 강사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엉뚱한 선택을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투자의 원리와 원칙 그리고 많은 법칙을 발견했지만, 그것에 따라 하지만 꼭 다른 생각으로 그 원칙에서 벗어나게 되고, 결과적으로 큰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그 '딴생각' '딴 욕심'이 바로 전능환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C는 선을 넘는 형태로 전능환상을 발휘한다.
딸에게 "네가 원하는 게 뭐야?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게"라고 말한 후, 딸이 원하는 것을 모두 거절하고 C 자신이 원하는 것을 딸에게 해준다.
아버지가 해 준 것은 딸이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딸에 의해 버려지게 된다.
아버지가 원하는 것은 딸에 의해 내팽개쳐진 쓰레기가 되어 딸의 방을 가득 채웠다.
D는 많은 취미생활에 도전했다.
그림 그리기, 성악, 도자기 만들기, 각종 신기한 악기들, 공예 작품, 지점토, 점핑 클레이, 피아노, 춤, 헬스 등 여기저기서 보고 좋아 보인다 싶은 것은 다 시도해 본다.
그러나 D가 끝까지 해서 마스터를 해 본 결과 진짜 취미나 특기가 되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D의 집에는 언듯 보기에는 재미있어 보이지만, 금방 지루해지고 버려지는 다양한 도구와 장비가 가득하다.
이런 것 또한 D의 전능환상을 충족시키려고 시도하였지만, 금방 싫증으로 돌아선 흔적들이다.
E는 전능환상이 마음속에서 배배 꼬여 있다.
그래서 그렇게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농담을 자주 하는데, 그럴 때마다 E의 아내는 깜짝깜짝 놀랜다.
예를 들면,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영업장의 문을 연 어떤 사업자에게
"돈을 얼마나 많이 버시려고 공휴일에도 이렇게 쉬지 않고 영엽을 하시나요?"
또 어떤 남자가 멋진 옷을 사 입은 것을 보고,
"부인한테는 옷 사주지 않으면서, 혼자 멋을 많이 부리시네요. 부인이 바람날까 봐 그러시는 거죠? 그러지 마시고 자신감을 좀 가지세요."
라며, 무척 걱정해 주는 듯이 말을 하지만, 그가 그렇게 꼬인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그의 전능환상이 제대로 실현된 적이 없어 속에서 배배 꼬여서 그렇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꼬는 말들에 매우 익숙해 있다.
그는 현실의 틀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그의 거대한 전능환상은 그 틀에 맞게 뒤틀릴 수밖에 없어 수많은 매듭으로 꼬여버린 것이다.
F는 남에게 너무 친절한 형태로 전능환상을 발휘한다.
F는 자신의 아내와 아내의 친구가 한 공간에서 일한다.
세 사람이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F는 함께 식사를 할 때마다 밥공기에서 밥 한술을 덜어서 아내의 친구의 밥 위에 얹는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20년의 결혼 생활 동안 F 자신의 밥에서 아내의 밥 위에는 한 술도 올려 준 적이 없다.
자신의 가족에게는 베풀어 본 적이 없는 친절을 남에게는 항상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선을 넘는 친절 또한 전능환상에서 오는 것이다.
누구나 어느 정도 전능환상을 다 가지고 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며, 또 사람마다 전능환상이 작동하는 취약한 심리적 상황이 다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전능환상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전능환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나도 전능환상에 언제든지 사로잡힐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둘째,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이 전능환상에 사로잡혀 내린 판단이나 선택들, 여러 가지 오류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 상황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자신이 전능환상에 취약한 상황을 파악한 후, 상황마다 자신을 전능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원칙과 규칙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원칙과 규칙을 잘 지켜 내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전능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 어떤 사태가 발생하였을 때, 그 상황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자신이 어떤 규칙과 원칙에서 벗어났는지 피드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다음 상황에서 좀 더 규칙과 원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