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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을 극복하는 대상사용능력(1)

중간영역, 중간현상, 중간대상(8): 대상관계에서 대상사용으로 

유아 초기 대상관계 능력


갓 태어난 유아는 홀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라는 절대적 환경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아기는 홀로 있을 수 없다.

아기와 어머니는 융합된 존재로서 6개월간을 지낸다.

그 기간 동안 아기는 어머니 존재를 끌어들여 유아 자신에게만 집중하도록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대상관계 능력'이다.

이 능력 중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어머니로 하여금 외부 현실을 끊어내고 자신에게만 집중하게 만들어 마치 광증상태로 돌입하게 하여 '일차적 모성 몰두'를 하게 만든다.

이 기간 동안 유아와 어머니는 존재론적으로 융합하여 하나의 존재가 된다.

어머니는 아기를 향해 미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때 어머니와 아기의 상태는 하나의 존재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무언의 의사소통을 한다.

그런 의사소통 방법을 일명 '투사적 동일시'라고 부른다.

아기가 울면, 어머니는 아기가 왜 우는지를 이미 알고 있다.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신호인지, 젖을 달라는 신호인지 어머니는 알고 있다.

그래서 어머니는 적절한 조치를 즉각적으로 취할 수 있다.


첫 6개월이 지나면 어머니는 일차적 모성몰두에서 이미 벗어 나 있고, 아기의 몸집도 커지면서 어머니는 아기를 더 이상 끼고 살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한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아기에게만 몰두하던 어머니가 이제 남편의 아내로서 역할도 해야 한다.

대체로 6개월이 지나면서 아기와 어머니가 존재론적으로 융합된 상태에서 벗어나게 된다.

어머니는 아기와의 융합상태에서 벗어나 더 이상 머무를 수 없게 되면서, 어머니는 아기의 마음속에 내면화된다.

그리하여 어머니가 떠나도 아기 안에는 어머니의 상, 내적 대상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내적 대상을 가지고 어머니와 외부 세계에 투사를 하게 된다. 

아기는 외부에 투사하는 대로 외부세계가 창조되는 경험을 한다.

아기가 젖을 먹고 싶다고 생각만 하면, 어머니의 젖가슴이 입에 척척 와닿아 있는 경험을 수십 번 수백 번 하다 보면, 아기의 환상 세계에서는 


  "내가 젖가슴을 창조했다"


고 하는 창조환상을 만들어 내면서 창조자로서의 전능환상을 가지게 된다.


대상 사용능력

아기의 내면에 대상관계가 형성된 후에는 대상 사용능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아기가 대상관계만 계속하면 아기는 외부 세계를 인식하기를, 자신이 투사하는 대로 세상이 이루어진다고 착각한다.

아기가 대상관계에서 대상사용의 단계로 넘어오느냐 못 넘어오느냐는 아기의 정서발달, 향후 사회적 관계 발달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상관계에만 머물게 되면, 마치 왕자병에 걸린 사람처럼 내가 원하는 대로, 또는 내가 투사하는 대로 주변 사람들이 움직여지고, 외부 세계가 그런 투사하는 대로 창조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그런데 대상을 사용한다는 것은, 대상이 아기가 투사하는 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 자체의 객관적 성질을 가지고 있고, 자신만의 고유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와 대상, 또는 주체와 객체가 동등한 인격과 성질을 가지고 있고, 각각의 고유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 말이 쉬워 보이는가?

십중팔구가 대상관계만 가지고 살아갈 뿐, 또는 자기가 투사하는 대로 외부세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면서 살아간다.


결혼한 부부관계에서 이런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남자는 자기가 투사하는 대로 아내가 순종하고 있고, 가정이 그렇게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남편은 아내를 쉽게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존재 정도로 인식한다.


  "당신은 이런 여자로 살아줬으면 좋겠어."


라는 요청에 대부분의 아내들은 순종하며 남편이 투사하는 대로 산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이 투사하는 내용을 가지고 자기 정체성을 삼는다.


  "아하~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나는 남편이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하는 존재로구나"


하면서 중년기까지 지낸다. 


남편은 자신에게 형성된 대상관계를 투사하여 아내를 조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렇지만 이런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여자는 남자보다 9배 사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년기를 지내면서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가기 시작한다.

아내는 자신만의 고유한 삶이 있고, 남편의 투사에 의해서 쉽게 좌지우지되지 않을 수 있는 가치와 태도, 그리고 에너지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부부관계가 대상관계단계에서 대상사용 단계로 넘어가는 데에는 긴 세월이 필요하다.


그런데 요즘 젊은 부부들은 이런 긴 세월을 견디는 능력이 없다.

그래서 쉽게 이혼하고 만다.


대상관계에서 대상사용능력으로 넘어가는 것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글이 필요하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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