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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토(Françoise Dolto)가 제안한 심리적 탯줄 거세는 매우 흥미로운 개념으로, 이는 아이가 어머니로부터 독립적인 자아를 형성하는 중요한 단계를 설명한다.
돌토는 아이가 태중에서 어머니와의 밀접한 관계를 벗어나 태어나자마자 아기가 처음부터 분명한 정체성을 세워주는 과정으로 '심리적 탯줄 거세'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물론 이 선언만으로 아이의 정체성이 확립된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지만 첫출발을 분명한 정체성을 세울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탯줄거세는 프로이트가 말한 오이디푸스 단계와도 연결되는 것으로서 아이가 어머니와의 원초적인 융합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주체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인 탯줄이 끊어지는 순간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아이가 어머니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기초적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돌토는 이 과정을 ‘심리적 탯줄의 거세(castration)’이라는 강렬한 표현으로 설명했는데, 이는 상징적, 정신적인 의미에서 아이가 어머니로부터 자신을 분리하고, 자신의 욕망과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심리적 탯줄 거세의 핵심은 아이가 부모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자신을 분리하고,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이 자아의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점이다.
이 거세는 흔히 내면적 갈등과 불안을 동반하며, 정신적 성장의 고통스러운 순간일 수 있지만, 결국 아이는 이를 통해 성인으로서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바로 이 선언이 주는 효과는 무엇일까요?
첫째, 인생을 시작하는 첫 순간부터 자신이 태중에서 선택한 성에 대한 소속을 확인받음으로써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분명한 성적 정체성을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분명하게 알아가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남성리비도 일원론을 주장하여 모든 사람은 처음부터 자신을 남자로 알고 살아간다고 한다.
여자는 자라가면서 어느 순간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렇게 알아가는 것은 신비의 영역에 속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런 관점에 대한 문제점을 생각해야 한다.
문제점이란, 여기서 남자와 여자의 성차가 성의 차이가 아니라 성차별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남근을 가진 남자가 있고, 남근이 없는 여자가 남자에게서 파생되는 존재론적 불평등을 낳게 되는 것이다.
동양적 사고에서는 일찍부터 남자와 여자는 양과 음으로 대칭으로 분류되는 것이 훨씬 존재론적인 양성 평등의 틀을 갖춘 것이라 할 수 있다.
서양적 사고에서는 남자라는 성과 여자라는 성이 대칭적으로 존재하는 이론이 없었다.
서양에서는 프로이트가 남자의 남근을 기준으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한 최초의 일이었다.
그런데 돌토는 심리적 탯줄거세를 거론하면서 아기는 처음부터 성적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해 준다.
프로이트의 남성리비도 일원론에서 아이가 남자와 여자라는 성차이를 인식하는 시점을 3~6세 사이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아버지-어머니-유아의 갈등적 삼각관계)를 거쳐야 하는 것을 알려져 있다.
돌토가 말하는 심리적 탯줄거세의 위력이 바로 여기서 발휘된다.
엄마 아빠가 생애 첫 순간에 아기가 아들로, 딸로 선언하는 순간부터 남자로 또는 여자로 당당하게 출발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프로이트를 직접 알지 못한다 할지라도, 자녀 양육에 대해 프로이트 식의 사고를 많이 하고 있다.
즉 아기가 자신의 고유한 의식을 갖추기 위해서는 3살 이상은 되어야 하고,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도 많이 자라야 한다고 여겨지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생각과 달리, 아기는 이미 태중에서 수정이 되는 순간부터 자신의 처한 상황, 외부적인 상황까지 인지하고 있어 왔다는 점이다.
세상에 처음 나올 때, 엄마나 아빠가 '너는 남자다' 또는 '너는 여자다'라고 분명하게 선언해 준다는 것은 인생이 시작하는 첫 순간부터 자신이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인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아이는 나중에 동성애자가 되거나 트랜스젠더가 될 가능성은 전무해지는 것이다.
둘째, 심리적 탯줄거세가 이루어짐으로써 아기는 처음부터 스스로 한 개별자로서 존재하게 되면서 자신과 엄마, 자신과 타자를 분명하게 구분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기가 이런 존재로 인생을 출발한다는 것은 발달의 개념이 달라지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부모의 양육을 받아 가면서 서서히 하나의 인격체가 되어가는 것이 아니다.
심리적 탯줄거세는 사람이 태어나면서 완전한 인격체로 삶을 시작하게 만든다.
아기는 태중에 있으면서 엄마의 신체 안에 아기 자신의 신체가 담겨 있어서 자기 신체가 엄마의 신체 안에 겹쳐져 있었다.
태중에서는 탯줄을 통해 엄마와 아기는 연결되었지만, 이제는 탯줄 대신 입을 통하는 모유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딸로 태어난 경우, 프로이트식으로 자기 인식을 해 가는 과정에서 <엄마의 딸> 로서 엄마의 범주를 벗어나기가 참으로 힘들다.
딸은 성인이 되어서도 엄마와 존재론적으로 겹쳐 있어 분리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딸은 늘 엄마존재의 그늘에 머무는 그림자에 불과하게 된다.
엄마가 평소에 여자로서의 수치심과 굴욕감을 가지고 있다면, 엄마의 그림자에 불과한 딸에게 그러한 감정을 그대로 전이가 될 것이다.
그런데 만일 아기에게 심리적 탯줄거세가 이루어지게 된다면, 같은 여자라고 해서 존재론적으로 엄마와 겹치는 인생, 그림자 인생을 살지 않게 될 것이다.
심리적 탯줄거세는 엄마 따로 나 따로의 형태로 존재론적 분리가 일어나게 만든다.
그리하여 엄마와 딸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세워지게 될 것이다.
엄마와 아들의 관계는 어떨까요?
부부관계가 좋을 때, 아내는 남편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
이런 관계에서는 엄마가 아들을 사로잡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만일 부부관계가 좋지 못할 때, 아내는 남편을 통한 자아실현이 불가능해짐을 감지하게 되면서, 남편과의 관계에서 기대했던 것을 포기하고 그것을 아들을 통해 자아실현하고자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만일 엄마가 아들에게 심리적 탯줄거세의 의미를 부여했다면 그 엄마는 남편을 통해 이루지 못한 자아실현의 문제를 아들에게 쉽게 떠맡기기는 힘들 것이다.
셋째, 근친상간을 금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근친상간이라고 하니 좀 불편한 느낌이 들 것이다.
매우 불편한 용어임에 틀림이 없다.
왜냐하면 이 용어 속에는 마치 가족 간 성적인 관계가 개입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용어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오히려 정확한 개념정리로 옮겨갈 수 있게 된다.
모든 유아들 - 아들이건 딸이건 - 은 반드시 어머니와의 근친상간적 관계를 거치게 되어 있다.
근친상간이란, 달리 말하면, 유아가 어머니와 매우 밀착되어 있는 관계라는 뜻이다.
근친상간적 관계란 꼭 성적인 개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엄마가 자녀의 스케줄을 쥐고 관리할 뿐 아니라 그 스케줄에 따라 자신도 함께 움직이고 마치 시녀처럼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면, 그 어머니와 자녀의 관계는 근친상간적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대학에서 아들 대신 대리 출석하는 엄마, 대학생 자녀의 학점 그레이드는 높이는 데 열을 올리는 엄마. 자녀들을 위해 열심히 파이팅 하고 있는 엄마와 자녀들의 관계는 곧 근친상간적 관계에 해당된다.
이렇게 볼 때, 근친상간의 개념은 부모가 자녀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집착하고 있는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칼 융이라는 심리학자는 마마보이를 'puer aeternus'로, 파파걸을 'puella aeterna'라고 부른다.
심리적 탯줄거세의 효과 중에는 바로 이런 근친상간적 관계를 일찍부터 끊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부모와 자식 간에 분명한 선을 하나 긋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넷째, 아기 자신이 살아가야 할 세계가 분명하게 열려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세계가 몇 개 일까?
뻔한 질문 같지만 어려운 질문이다.
세계는 일단 두 세계로 나누어진다.
똑같은 세계를 살아가지만 남자가 살아가는 세계가 다르고, 여자가 살아가는 세계가 다르다.
또한 세계는 70억 개다.
그것은 각자가 살아가는 세계가 다르다는 뜻이다.
그것은 각자가 세계를 해석하는 것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류의 인구수만큼 세계는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이 자기 정체성을 가지게 되면, 더 이상 세계의 일부가 아니다.
각자 내가 바로 세계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