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년 여성 상담사의 꿈

집단 무의식의 힘과 개별화 인식

꿈꾼 여성은 매우 훌륭한 상담사이다.

어느 날, 꿈을 가지고 분석을 받겠다고 내게 왔다.

그녀는 늘 겸손하여 교만이나 오만을 모른다.

내가 그녀에게 늘 하는 말이 "선생님은 호랑이 같은 사람인데, 스스로는 고양인 줄 안다"라고 말할 적이 있다.

교만이나 자랑, 그리고 자기 과시가 일절 없다.

너무 겸손해서 안에는 호랑이가 들어 있는데, 고양인 줄 착각하는 상담사이다.


꿈 내용

꿈. 1단계

처음에, 어떤 집 같은 공간이다. 나와 시어머니가 같이 있다. (현실에서는 요즘 내가 돈걱정을 하고 있다.) 어느 순간 방이 수풀로 바뀌어 있다. 거기에 기도소리가 들리는데, 남편이 계속 말을 계속하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기도를 하는 것 같다. 자세히 들어보니, 처음에는 일상적인 이야기에서 시작, 갈수록 깊숙한 기도로 들어간다. 남편이 언제 저렇게 기도를 잘했나?라고 혼자 생각한다. 시어머니도 남편의 옆에서 보고 있다. 옆에는 방 같은 공간이다. 거기 봉투가 있다. 여러 개 하얀 빈 봉투. 뭐가 보자기로 말려 있어, 두껍다. 그게 5만 원권 돈뭉치다. 정 안 되면, 이걸로 사용하면 되겠다. 경제적으로 좀 여유로워졌다.



꿈 분석


시어머니의 등장

제일 먼저 시어머니가 나타났다.

어머니라면 모성 원형이지만, 시어머니는 의미가 좀 다르다.

개인 연상에서의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처음부터 환영해 주고, 칭찬해 주고,

"너는 내 나이가 되면 나보다 훨씬 지혜로운 여인이 되어 있을 거야"

라고 며느리의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셨다.

또한 시어머니는 인격의 전일성(wholeness을 상징한다.

이 여성의 내면에는 시어머니와 같은 나침반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녀는 자신의 시어머니보다 지혜로운 어머니, 그리고 시어머니가 될 것이다.


여자들 간에는 남자들 사이 보다 더 진한 그림자가 있다.

그래서 고부 갈등이 있고, 올케-시누이 갈등은 어느 가정이나 암 흑사에 속한다.

그런데 이 여성은 시어머니로부터 아무런 그림자 투사나 시기심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시어머니는 어디서나 좋은 분은 아니다.

시어머니는 늘 직선적이고 동네 싸움꾼이며, 할 말을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시다.

그런데 며느리에게는 싫은 소리 한번 안 하고 사셨다.


남편의 등장


꿈속에서 그의 남편은 삶과 영성을 연결시켜주는 사람이다.

남성성은 이 여성의 정신성이다.

여성은 물질과 영성의 영역에서 탁월하지만, 이 둘의 완충지대에 남편의 정신성이 있다.

여성은 물질에 밝다.

그래서 아내에게 경제권을 전적으로 맡기면, 알아서 돈을 잘 모으고, 나중에 큰 재산을 이룬다.

그리고 여성은 영성도 밝다.

그래서 교회에 가면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다.

그런데 정신성은 남편의 남성성에서 나온다.


뱀이 하와에게 먼저 접근한 이유가 있다.

영적인 사람이 물질을 좋아한다.

이 점을 독일의 문호 토마스 만(Thomas Mann)이 [요셉과 그 형제들]에서 언급했다.

'영성은 정신성이 없으면 물질과 찰싹 달라붙어 함께 움직인다'라고.

아담과 하와는 태어나자마자 20세 성인이 되었으니, 엄마의 품도 경험한 적도 아버지의 권위나 훈계받은 경험도 없다.

정신성이라 할만한 것이 없어 영성은 물질에 달라붙어 버린다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

기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돈을 가장 많이 밝힌다.

기도를 많이 하니까, 딸이 부잣집에 시집을 잘 갔다는 식이다.

꿈속의 남편은 삶의 일상에 대한 기도를 하며 갈수록 깊은 기도를 한다.

남성성의 정신성은 이처럼 물질과 영성 사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내가 경제적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남편의 정신성이 나타나서 물질을 채워준다.

그것이 보자기에 싸인 돈으로 나타난다.


빈 봉투와 보자기의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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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봉투와 보자기의 돈은 매우 대조적이다.

이 여성은 과거에 회사 직원으로 있을 때 경리직을 맡았던 적이 있다.

과거에는 경리부에서 봉투에 현금으로 월급을 줬다.

그런데 꿈에서는 빈봉투만 많이 있다.

빈봉투는 현재 본인이 상담사로서 일하고 월급으로 받는 돈을 말한다.

그런데 그 돈으로 자녀 양육하고 생활하다 보니까, 언제나 빈 봉투로 남느다.

빈봉투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 앞에는 빈봉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옆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5만 원권의 돈이 가득 차 있었다.

보자기는 봉투 하고는 다르다.

봉투는 사무적인 느낌이 들지만, 보자기는 가정적인 느낌이다.

보자기는 정서적인 느낌을 준다.

보통 엄마가 딸에게 뭘 싸줄 때는 보자기에 싸준다.

보자기 안에 있는 돈은, 넉넉한 느낌을 주는 돈이다.

영적으로, 정서적으로도 그렇다.

그 돈은 봉투에서 꺼낼 수 있는 돈과는 다르다.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물질성과 정신성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신체적인 것은 신체적인 것으로, 영적인 것은 영적인 것으로 확연하게 구별하며 살았다.

알키비아데스가 그랬다.

그러나 그의 스승인 소크라테스는 '물질적인 것을 정신적인 것으로, 그리고 인격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식은, 물질이 많아서, 많은 물질을 가지고 물 쓰듯이 쓸 수 있는 그런 양적인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

물질을 가지고 어떻게 정신적이고, 인격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물질을 물질로만 본다.

자신의 인간적인 본성을 동물적인 본성과 동일시한다.

플라톤 당시의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물질적인 것에서 정신적인 것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인격성과 인격적인 관계를 중시했다.

당시 그리스 사람들은 물질에 충실하게 즐기면서, 신체적으로도 성적으로 충분히 즐기면서, 자신의 정신성을 못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그들은 신을 믿는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비인격적인 신이다.

그들은 신과 물질을 나눠서 생각했다.

동시에 그들은 신을 잘 믿으면, 신이 물질을 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을 잘 의지하면, 재물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신성이 빠져 있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물질을 받아서 정신성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꿈에서 빈봉투 안에 있는 돈은 하나도 없다.

그런 돈은 많아 봤자, 정신성이 없이 물질성 밖에 없는 돈이다.

그런데, 보자기 안에 있는 돈은, 정감이 있는 돈이다.

그 돈은 아버지나 어머니가 내가 자는 사이에 몰래 갖다 놓은 돈일 수도 있다.

하나님이 누군가를 통해 기도의 응답으로 갖다 놓은 돈일 수 있다.




2단계의 꿈

기차 무궁화호 타다가 잠시 내려서 갈아타야 한다. 내렸지만 바꿔 탈 기차 시간이 딱 떨어지지 않는다. 마침 무궁화호가 도착했는데, 기관사가 기차를 통째로 밀어서 틀고 있다. 우리가 타려고 기차 가까이 가니, 기관사가 '좀 기다리라' 한다. '제가 철로 위에 기차를 올려놓으면 그때 타세요. 내가 기관사에게 '뭘 좀 사 가지고 올게요' 하고 마트에 다녀와보니, 이미 그 기차는 떠났다.


꿈 분석


기관사는 내 안에 있는 남성성이다.

기차는 수많은 사람들이 탄다는 의미에서, 나의 집단 무의식을 말한다.

기관사는 집단 무의식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다.

기차는 집단적인 무의식의 리비도를 운영하는 시스템인데, 기관사는 이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어서 기차가 가지고 있는 집단적인 리비도를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 기관사는 이 여성의 남성성을 의미한다.


이 여성이 시댁의 시아버지는 온 식구를 벌벌 떨게 만드는 어른이다.

아버지는 경계선 장애를 가지고 있어 수시로 분노를 잘하는 보통 이상의 성질머리를 가진 어른이다.

아들들이 그렇게 많아도 아무도 아버지에게 대든 적이 없는 절대 권력자로서 아버지였다.

그래서 명절이 되면 온 식구가 모이는 모임에서도 고약한 성질이 있는 대로 부릴 때는 잔치로 시작해서 상을 뒤집는 일을 왕왕 일으키는 어른이다.

아들들 뿐만 아니라 며느리들도, 어머니도 아버지 앞에서는 벌벌 떤다. 그런데 이 여성이 맏며느리로서, 시아버지의 못된 버릇을 좀 고쳐놔야 되겠다 싶을 때가 왔다. 잔치의 분위기가 시아버지의 성질머리대로 상황으로 돌아가는 중에 또 한 번의 상을 뒤집는 상황이 벌어질 때, 이 여성이,

"아버님, 그만하세요."

하면서 이 며느리가 시아버지 앞으로 상을 뒤집어 버리는 극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모두들 입을 벌린 채 다물 줄을 모르고 있었다.

충격을 받는 시아버지가 이때부터 상을 엎는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자기 성질머리대로 화를 쏟아내는 일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며느리에게 가장 고마워하는 분이 바로 그녀의 시어머니이다.

아마도 그래서 "너는 내 나이가 되면 나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될 거야"라고 말씀하셨을 것 같다.


이 여성 안에는 탈선한 기차의 궤도를 바로 잡는 기관사가 있었던 것이다.

시아버지는 집단 무의식을 가리키는 '기차'이다.

이 기차가 철로를 이탈할 때, 이 기관사가 궤도를 바로 잡았다.

그녀 안에 있는 남성성이 바로 기관사 역할로 나타났다.


3단계의 꿈


기차 타기 전에 아저씨가 철로 위에 기차를 놓고, 기다려 주기로 해 놓고는 그냥 가버렸다. 다음 열차로 화물열차가 온다. 그 사이에 나는 과일집에 가서 김밥, 사과. 그리고 다른 과일 하나 등 세 개를 골랐다. 여러 사과 중 제일 큰 사과를 골랐다. 세 가지를 사서 화물 열차를 탔다.. 그 안에 수리공이 한 사람 서 있었다. 나는 그 기차를 타고 갔다.


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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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 안에 있는 기관사는 집단 무의식을 움직일 만큼 큰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일상에서는 필요 없는 과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기관사가 내면 안에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기관사와 과도한 힘을 견제할 수 있는 또 다른 남성성이 있으니, 그가 바로 수리공이다.

기관사는 집단 무의식을 통제하는 사람이라면, 수리공은 집단적인 것을 개별화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남성성은 이러한 두 가지 표상을 가지고 있어 집단 무의식의 과도한 능력과 개별화하는 수리공이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고 있다.

무궁화호를 놓치고 화물열차를 타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화물열차는 생활에 필요한 수많은 상품들을 운반한다.

그것은 그녀가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무궁화호를 타고 간 것과 화물열차를 타고 가는 것의 차이는 집단 무의식과 개별화의 차이이다.

기관사는 거대한 기차를 철로궤도에서 내렸다 올렸다 할수 있어 그녀 안에 있는 집단무의식의 힘이자 능력이라면, 수리공은 기차의 기계적 기관들의 작동 매커니즘을 일일이 살필 수 있고 기계와 기계 사이의 연결, 나사 하나하나까지 다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녀 안에 있는 개별화 욕구와 연결되는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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