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연속성 확보를 위한 첫 4일의 감각적 동일성
프랑스 소아정신분석학자 프랑수와즈 돌토는 태아의 삶과 출생 후 첫 4일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다. 신생아는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다. 그는 이미 태내에서부터 외부 세계를 감지하고, 출생과 동시에 그 세계와 감각적으로 교류하며 자신의 존재를 구성해 나가는 지각적 존재다. 프랑수아즈 돌토는 이 지점에서 출생 직후의 며칠, 특히 첫 4일이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강조한다. 이 시기는 단순히 생리적 적응의 시간이 아니라, 태내와 태밖의 세계가 하나의 연속된 삶으로 이어지는지를 결정짓는 시간이다.
태내에서의 경험과 태밖에서의 경험 사이에 존재의 동일성과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이는 극심한 억울함을 느끼고 퇴행하거나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돌토는 이 시기를 통해 아이가 미래 지향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기반은 감각이다. 후각, 청각, 미각을 포함한 감각적 교류는 단순한 생존의 수단이 아니라, 존재의 언어이며, 세계와의 첫 대화다.
태아는 수정되는 순간부터 외부 상황을 인지한다. 그는 어머니의 심장 소리를 듣고, 복벽 너머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양수 속에서 냄새를 맡는다. 출생은 이 감각적 세계가 급격히 바뀌는 순간이다. 만약 이 변화가 너무 급격하거나 단절적이라면, 아이는 자신이 속해 있던 세계에서 쫓겨난 듯한 억울함을 느낀다. 이 억울함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존재의 기반이 흔들리는 경험이다.
돌토는 이를 ‘탯줄 거세 이상의 거세’라고 표현한다. 탯줄이 끊어지는 것은 생리적 분리지만, 감각적 연결이 끊어지는 것은 심리적 단절이다. 아이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감각을 통해 확인한다. 따라서 출생 직후의 감각적 연결은 존재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핵심적인 작업이다.
태아는 태중에서 세 가지 감각을 가지는데, 그것은 후각, 청각, 미각이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젖가슴을 파고드는 이유는 단순한 배고픔이 아니다. 그는 뱃속에서 맡았던 엄마의 냄새를 찾고 있는 것이다. 젖가슴은 그 냄새가 가장 많이 집결된 곳이며, 아기는 그 냄새를 통해 자신이 여전히 같은 세계에 속해 있다는 확신을 얻는다.
후각은 성애적 감각이다. 코의 성애는 냄새를 맡는 행위 자체가 친밀감과 존재 확인의 방식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아기가 엄마의 냄새를 예민하게 구별할 수 있을 때, 그는 자신과 엄마의 존재를 연결 짓는다. 만약 엄마의 고유한 냄새가 없거나, 관심과 공감이 부족하다면, 아기는 불안해지고 압도당한다. 우주가 갑자기 밀려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혼란 속에서 그는 존재의 중심을 잃는다.
따라서 출생 직후, 엄마의 냄새가 배어 있는 옷감이나 품은 단순한 위안이 아니라, 존재의 닻이다. 그것은 아이가 세계와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감각적 다리다. 갓 태어난 아기는 자기 동일성을 태중의 엄마와 태밖의 엄마가 같은 동일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는 중에 확보할 수 있다.
청각은 태아가 가장 먼저 발달시키는 감각 중 하나다. 태내에서도 청력은 거의 완전하며, 태아는 어머니의 심장 고동과 목소리를 듣고 반응한다. 이 리드미컬한 소리는 언어 이전의 언어이며, 인간관계의 최초의 증거다.
출생 후, 아기는 복벽 너머에서 들었던 목소리를 다시 듣는다. 그는 그 목소리를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며, 심장 박동과 호흡이 변화하고, 눈을 뜨고 머리를 돌려 그 소리를 찾는다. 이 반응은 단순한 생리적 반사 이상이다. 그것은 존재동일성의 확인이며, 안전한 공간의 확보다. 엄마의 목소리는 아기의 존재를 부드럽게 감싸며, 세상과 나를 구분 짓는 첫 경계를 그려준다.
엄마의 목소리는 아기에게 세계가 여전히 자신을 품고 있다는 신호다. 그것은 낯선 외부 세계 속에서 자신이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적 증거이며, 그 증거는 아기의 심리적 안정과 주체성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미각은 구강의 성애와 연결된다. 아기는 먹고 빠는 행위를 통해 충동을 만족시키며, 존재하고자 하는 욕망을 실현한다. 배고픔은 단순한 생리적 신호가 아니라, 존재의 결핍이며,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한 감각적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아기는 배고픔을 느낄 때, 주변의 지각적 요소들과 결합하여 어머니가 온다는 환상을 만들어 낸다. 예를 들면, 커튼의 흔들림, 사이렌 소리, TV 소리, 빛의 변화 등은 어머니를 불러들이는 미끼가 된다. 이 환상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존재를 구성하는 감각적 장치다.
모유 수유는 아기에게 젖가슴이라는 부분 대상을 제공하지만, 어머니가 아기의 몸을 만지고, 냄새를 풍기고, 목소리를 들려주며, 시선을 맞추는 순간, 이 모든 감각적 경험은 환유가 되어 ‘엄마’라는 전체 대상을 구성한다. 아기는 이 감각적 통합을 통해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생명을 지키기로 결정한다.
레아라는 조산아의 사례는 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제왕절개로 감각의 단절이 일어나 감각적 첫 순간을 박탈당한 레아에게 간호사들이 컵을 통해 모유를 맛보게 하자, 갑작스럽게 잃어버렸던 감각들을 회복하고 자신이 살아있다고 느꼈다. 이 경험은 그녀가 생명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것은 미각을 통해 태중의 엄마와 태밖에서의 엄마라는 존재동일성을 확보함으로써 자기 동일성을 확보하는 돌토의 사례로 유명하다.
이와 같이 돌토는 신생아가 출생 직후부터 감각을 통해 어머니의 현존을 확인한다고 말한다. 이 확인은 단순한 인식이 아니라, 몸에 스며들어 합체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깊은 감각적 경험이다. 후각, 청각, 미각은 각각의 방식으로 어머니를 전체 대상으로 구성하며, 아기의 몸 이미지와 존재의 연속성을 형성한다.
이러한 감각적 부여물이 상실되면, 아이는 자신의 몸 이미지에 상처를 입고, 퇴행하거나 정신병적 상태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출생 직후의 태내 상황과의 감각적 연결은 단순한 육아의 기술이 아니라, 존재의 언어이며, 삶의 시작을 위한 필수적인 작업이다.
돌토의 관점은 육아를 넘어 존재의 윤리를 말한다. 신생아는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감각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는 주체다. 그 주체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세계와 연결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다.
감각은 그 언어이며, 그 언어를 존중하는 것이 곧 존재를 존중하는 방식이다. 출생 후 첫 4일은 그 언어가 가장 강렬하게 작동하는 시간이며,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아이에게 세계를 건네고, 삶을 시작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