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내용
어느 공간, 좀비들이 방으로 천천히 들어온다. 나와 남편 그리고 아이들이 있었다. 남편과 내가 비상용품을 챙긴다. 가방에 가득 찰 정도로 넉넉하다. 좀비들에게 들키면 빼앗길 수 있겠다 생각한다. 밖으로 몰래 나오니 밖은 캄캄하다. 문 앞쪽에 몇 명의 좀비가 있다. 깨우지 않고 조심스럽게 지나쳤다. 조금 걸으니 길이 나왔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 지어 산책을 한다. 이 사람들도 곧 좀비로 변하겠구나 생각하니 두렵다.
꿈 분석
꿈 분석가 : 이 꿈을 꾸시고 어떤 느낌이었나요?
내담자 ; 이 꿈을 꾸고 아침에 일어나면서 뭔가 예민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한테 이런 좀비 같은 모습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꿈 분석가 : 그렇다면 이 좀비는 구강기의 잔인함과 관련된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촌철살인', 즉 말 한마디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말의 파워
를 나타낼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럴 만한 상황이 있나요?
내담자 :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뱉는 말로 사람의 마음을 무너뜨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날은 하루 종일 말조심을 해야 되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나의 평소 감정과 언행에 대해 돌이켜 봤죠.
꿈 분석가 ; 좀비는 확실히 뭔가를 경고하는 표상이긴 해요.
내담자 : 하루 종일 일을 하는 중에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면서 제 자신의 언행에
예의 주시하면서 말조심을 하긴 했어요.
밖에서는 입단속을 잘해 냈는데, 결국 밤에 집에서 터졌죠.
어느 순간 불안이 물밀듯이 밀려오더니, 통제할 수 없는 말들이 마구 뱉어
지려는 순간이 왔어요.
낮에 있었던 상황이었다면, 이성으로 통제를 잘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집에 와서 밤중에 갑자기 불안이 밀려오니까, 이 불안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마구 말을 뱉어 내고 싶어 지더라고요.
드디어 저는 남편에 대한 나의 불평이 마구 쏟아져 나왔고, 남편은 마치
좀비에게 당하듯이 제게 마구 물어 뜯기는 고통을 당하고 말았죠.
그날 밤에 남편은 저의 <좀비 꿈>의 희생자가 된 거예요.
그때는 제가 이 말을 뱉어내면 남편은 어떻게 될까에 대한 염려 없이 제가
남편에게 마구 쏘아붙이고 있더라고요.
꿈 분석가 : 그게 바로 좀비의 모습이죠. 좀비는 구강기의 잔인함을 드러내는 존재
이기 때문에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상대는 어떤 생각이 들까 또는 어느 정도
의 아픔일까에 대해 느껴지는 감정은 하나도 없는 상태죠.
내담자 : 제가 남편에게 분노를 다 쏟아내고 나니까, 제 말의 파워를 생각해 봤어요.
아하~, 내 말이 멀쩡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러고는 제가 제 감정과 언행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되었죠.
그때 간밤에 꾼 <좀비 꿈>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그 의미가 연결이 되지는 않았어요.
꿈 분석가 : '좀비'라 하면, 주변 상황이나 평소 인간관계(가족이라 할지라도)를
살피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구강기적 욕구만을 찾아서 물어뜯을 대상만
찾는 존재입니다.
내담자 : 그날 밤에 남편에게 분노를 다 쏟아내고 그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까
제가 간밤에 무슨 짓을 했는가가 거울 보듯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에게
사과를 했죠.
그렇게 사과하고 우연히 인터넷에서 어떤 칼럼을 보게 되었어요.
그 칼럼은 4만 8500년 만에 깨어난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신문기사였
어요.
기후 변화로 고위도 북극권이 <좀비 바이러스>로 인한 새로운 팬데믹의
발원지가 될 수 있다는 기사([한겨레] 22.11.28)였어 요.
꿈 분석가 : 그렇다면 <좀비 꿈>과 남편에게 쏟아부은 분노, 그리고 4만 8500년
만에 깨어나는 <좀비 바이러스> 간에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내담자 : 글쎄요. <좀비 꿈>은 유아기의 구강기적 욕구 충족의 문제인 것 같고,
남편에 대한 분노는 현실의 문제를 현재의 시점에서 보지 못하고 유아기로
퇴행해서 쏟아부은 것이라면, 45800년 된 <좀비 바이러스>는 뭔가요?
꿈 분석가 : 아마도 집단 무의식에서 나올 수 있는 부정적인 힘이겠죠?
부부 각자의 가문의 내력으로 내려오는 것일 수도 있고요.
내담자 : 그러니까 그날의 저의 남편에 대한 분노는 심리적으로 여러 다른 차원의
층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럼 저는 그런 다양한 층에서 나오는 분노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 거죠?
어떻게 보면, '너의 분노는 이렇게 다양한 존재 차원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네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거야?' 하는 메시지로 밖에 는 안 들려요.
꿈이란 것이 그런 건가요?
꿈이 '네가 감당할 수 없으니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마라'는 의미를 제게
전달하고 싶은 것일까요?
꿈 분석가 : 아마 아닐 겁니다. 꿈은 그렇게 무책임하지 않아요.
그 세 가지 사건은 본인 스스로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꿈이 주는 중요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귀하는 그날 왜 좀비의 구강기적 욕구가 발동되었는가를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48500년 만에 발굴한 좀비 바이러스는, 귀하 안에 오랫동안 억압된 감정
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나만의 것이 아닙니다.
아마도 남편에 대한 감정을 그때그때 표현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억압해
오다가 그날 밤 그 감정과 분노가 한꺼번에 올라오니 까 주변 상황과
주변 인물이 안 보이게 되고, 오로지 물어뜯을 대상만 보인 것입니다.
내담자 :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렇게라도 제 감정을 표출해야 되지
않나요?
꿈 분석가 :감정을 표출하는 방법을 개선해야 하는 거죠. 지금 꿈에 나온 좀비는
자신의 감정을 그때그때 표출하지 못할 때 누적된 감정이 어떻게 표출되는
가를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내담자 :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여성적 감정을 표출하라는
거죠?
꿈 분석가 : 그렇습니다. 여성의 여성성은 'here-and-now의 감정'으로 표현
되어야 합니다.
좀비는 여성으로서 여성성을 그때그때 표현하지 못하고 참고 억압했다
한 번에 표출되는 감정적 존재를 말합니다.
내담자 : 'here-and-now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이 참 어려워요.
꿈 분석가 : 그 감정 표현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남편을 너무 이해를 많이 해 주기
때문입니다.
'here-and-now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남편에 대한 이해를 멈춰
야 합니다.
아내가 자꾸 이해를 해주니까, 남편은 자기가 하는 말이나 행동, 판단,
선택 등이 다 옳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결국 남편은 자기 함정의 골을 팝니다.
여성성의 감정을 억압하는 아내는 이 함정이 눈에 포착될 때야 비로소
감정의 포문을 열게 되고, 그때 좀비가 되는 것입니다.
이게 일반적으로 여성의 삶의 보편적인 모습이죠.
48500년 좀비 바이러스가 바로 그 시점에 귀하의 인식 범위에 포착이
된 것도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가부장 권력이 장악해 온 긴 역사 속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감정
들을 억압해 온 집단 무의식이 오늘날의 각 여성들의 내면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것입니다.
(4만 8500년이 지난 후에도 감염력을 유지하고 있는 영구동토층의 바이러스는 달걀 모양의 판도라 바이러스(왼쪽)다. 오른쪽은 판도라 바이러스와 이보다는 작은 또 다른 거대 바이러스인 메가 바이러스(흰색 화살표). 바이오 아카이브에서)(한겨레 신문, 2022. 11. 28)
내담자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이제 꿈의 의미가 좀 더 명확해지네요.
제가 여성성을 그때그때 잘 드러내는 것이 남편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48500년 된 좀비 바이러스가 제게 왜 의미 있게 다가왔는지도 이해가
됩니다.
저의 여성성을 here-and-now로 표현을 함으로써 저의 당대에 주어진
여성적 과제를 해결해야, 저의 두 딸이 자신의 세대에서 져야 할 여성성의
짐이 가벼워진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꿈 분석가 : 그렇습니다. 정확하게 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