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애도와 아버지 트라우마 애도

집단 무의식의 꿈

이태원 참사 소식과 독감


내담자 KY(60대 초반, 여성)는 유럽 여행 중 지난 22년 10월 29일 유튜브를 보는 중 이태원 압사사고 소식을 보게 되었다.

그 사건 자체만으로 그녀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주체할 수 없는 큰 슬픔에 빠져들었다.

KY는 그날 밤부터 독감에 걸렸다.

코로나 자가 키트 검사를 해도 음성이었다.

그녀는 평소 면역력이 좋아 주변에 코로나 환자가 즐비하게 있어도 지금까지 코로나 한번 걸린 적이 없었다.

호텔방에서 약 5일 동안 꼼짝없이 홀로 독감과 몸살을 감당해야 했다.

심지어 비행기마저 놓칠 뻔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주변 사람의 소식을 들어보니 참사로 인해 사망한 몇몇 사람이 한 다리만 건너면 알만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그 상황에 대해 이렇게 해석했다.


"독감이 그냥 독감이 아니고 참사를 보면서 자신이 받은 충격과 슬픔이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주변에 한 다리 건너 알 만한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몸이 애도를 한 것 같습니다. 몸은 바로 무의식이거든요."


비행장으로 향하면서, 몸이 나았지만 빨리 집으로 돌아와 푹 쉬고 싶다는 마음이 꿀떡 같았다고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편히 쉴 수 있었다.

귀국하고 집으로 돌아온 첫날밤에 KY는 다음과 같은 꿈을 꿨다.


(꿈 내용)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어떤 재미있는 곳으로 여행을 간다. 모두 매우 신났다.

어제도. 꿈에서 재미있는 데를 갔다. 주목할만한 것은, 어디에 떼제베 열차가 있다. 그곳이 출발지였는지 불이 다 꺼져였다. 왠지 내가 들어가서 내가 가진 키를 꼽으면, 전체 큰 기차가 움직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들어가서 꼽았더니 전체가 작동되면서, 기차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드디어 저 기차가 움직인다"... 어~ 그동안 안 움직였나? 타고 간다... 키를 꼽았을 때, 스위치를 확 킨 것 같음이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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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무의식과 아버지 애도


이 꿈을 꾸고 난 후, KY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이 매 순간순간 느껴졌다고 한다.


"삶의 일상이 밀도 있게 느껴졌다."


고 말했다.

그런 현상은 몸과 정신이 착 달라붙어 서로 간에 괴리가 없을 때 느껴지는 생생함이다.

그날 이후 그녀는 머리가 그렇게 맑을 수가 없다고 한다.


꿈에 대한 해석


꿈속에서의 여행은 어디까지나 무의식의 여행이다.

그런데 떼제베(TGV) 고속열차 같은 것이 서 있는 출발지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열쇠를 꽂으니 기차 전체에 스위치를 켠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것은 무의식의 여행을 매우 능동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신이 그 기차를 움직이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


꿈 분석가 ; 기차는 어디까지나 집단 무의식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기차를 내가 움직인다는 것은 집단 무의

식적 리비도를 내가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KY : 집단 무의식이라 함은, 한 다리 건너면 알만한 사람들이 참사로 죽은 그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죠?


꿈 분석가 ; 물론 그것도 해당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횡적인 관계에서의 집단 무의식이라 할 수 있지만, 종적

인 집단 무의식이 있습니다.

KY : 종적 집단 무의식이라 함은, 부모님, 조부모님 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꿈 분석가 ; 그렇습니다. 이태원 압사 사건과 가족관계를 연결해 볼 때 혹시 연상되는 것이 있나요?


KY : 아~~. 지금 아버지가 생각나네요. 과거 군사독재 시절 아버지가 정치범으로 감옥에 갇힌 적이 있었어

요. 그때 100명 가까이 잡혀 왔는데, 최고 무서운 고문이 3평도 안 되는 좁은 방에 백 명 가까운 사람을

집어넣고 꽉 끼여 있는 상태에서 살아남아야 했어요. 먹을 것도 안 주고, 화장실도 못 가고 잠도 못 자고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했어요. 1주일이 지나자 한 두 명씩 죽어가더니 보름이 지나니까 절반을 죽었나

봐요. 한 달쯤 지났을 때, 아버지는 100명 중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였어요. 그리고 얼마 후 풀려났죠.

아버지는 일평생 그 트라우마에서 고통받아야 했습니다. 90명 남짓한 사람들이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죽어 가는 것을 본 거예요.


꿈 분석가 : 이제 이태원 압사사고 소식을 접했을 때, KY의 몸에 집단 무의식으로 기록된, 그동안 냉동상태로

얼어있던 트라우마가 몸에서 녹아 나오면서 독감과 몸살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 그동안 아버지의

트라우마가 집단 무의식의 형태로 몸에 잠재되어 있다가 독감을 일으키면서 열과 오한과 함께 떠

나보낸 것 같습니다. 5일 동안 애도 과정을 겪어낸 것 같습니다.


KY :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지금처럼 몸과 정신이 이렇게 쾌청해 본 적이 없어요. 몸에서 에너지가 마구 솟아

나요.


꿈분석가 ; 이태원 참사나 아버님의 밀폐 공간 생존사건이나 모두 압사라는 공통점이 있네요. 두 사건이 모

두 우리를 슬프게 만드는 국가적 재난인 것 같습니다.


KY : 저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이제야 떠나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야 말로 제 자신만의 현실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꿈분석가: 지금까지는 아버지의 트라우마를 집단무의식 안에서 끌어안고 살아왔습니다. 꿈에서 내가 기차

열쇠를 가지고 직접 운행을 하는 것을 보니, 이제는 더 이상 집단무의식에 휘둘리지 않고, 나 스스.

로 주체가 되어서 집단 무의식의 에너지를 왜곡됨 없이 자신의 의지대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

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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