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서’라는 말로 합리화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내성적이어서 말을 잘 못해, 겨울이라서 추운가, 너라서 괜찮아. 그래서 그 말이 너무 좋다. 뭐든지 합리화할 수 있는 말이라서. 뭐든지 허용 되는 말이라서.
여름이라서 좋다. 여름은 무덥고 습해서 사람들을 짜증나게 만들기도 불쾌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여름이라서 괜찮다. 원래 그런 계절이니까. 원래 덥고 습한 계절이니까.
어느 여름날 비가 많이 오던 날, 무작정 집을 나섰다. 그리고 비를 맞으며 정처 없이 떠돌았다. 비는 내 옷깃을 적셨고 내 마음을 적셨다. 모든 게 풀리는 느낌이었다. 내 생각도 걱정도 비와 함께 씻겨 내려갔다. 내가 여름을, 그것도 비가 오는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다. 비가 오면 짜증을 내곤한다. 비가 오면 옷이 젖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젖을 일을 생각하지 않고 양말이 물에 젖어 축축해질 일을 생각하지 않다 보니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비 때문에 물에 젖는 것이 아니라 , 비가 와서 물에 젖는 것이 아니라, 비니까 물에 젖는 것이다. 비라서 젖는 것이다.
가끔은 나에게 환경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환경에 녹아들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그게 더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나라서’ 맞출 수 있으니까. ‘나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