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중요하다

by 글 공간




문뜩문뜩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든다. 눈 깜빡하니 벌써 겨울이 왔고 눈 깜빡하면 어느덧 20살이 된다.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되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렸을 때는 이렇게 빨리 가지 않았는데, 항상 너무 따분하고 심심했는데, 이제는 너무 빨리 지나가는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빠르게 오고 가는 행복과 불행은 어쩌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드는 것 같다. 찰나의 행복은 나를 너무나 행복하게 만들지만 찰나의 불행은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든다.


스치듯 들었던 이 말이 너무나 기억에 오래 남는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은 인간의 기억력의 퇴화와 관련이 있다. 뇌는 힘든 생각은 버리려고 한다. 이는 성장하는 과정에 있어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어려서는 모든 기억을 가지게 된다. 물론 잊어버리는 기억도 적다. 그래서 시간이 더 오래 더 따분하게 지나간다. 반면 성장을 하며 뇌는 많은 기억들을 뇌의 저편으로 보내버린다. 그 비어버린 시간의 틈들이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맞는 얘기인 것 같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억했던 어렸을 때와 다르게 이제는 드문드문 기억이 없다. 남는 건 강렬한 기억, ‘추억’들 뿐이다.


길을 가다가 하수구에 발을 헛디뎌 넘어졌던 기억, 잘못된 행동으로 부모님께 크게 혼났던 기억, 친했던 친구와 크게 싸웠던, 이사 가는 친구와의 이별했던 기억, 첫 수학여행, 고등학교 입학, 첫사랑, 첫 이별, 그리고 새로운 한걸음. 나에게 남아있는 것은 추억뿐인 것 같다. 그래서 추억이, 그 사진 한 장이 중요한 거 아닐까. 그 작은 기록들로 나의 구멍 난 기억들의 퍼즐을 맞출 수도 있으니.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이 맘 때 즈음을 돌이켜보면 어떤 기분일까? 어떤 추억들이 나에게 남아있을까? 추억은 아마도 잊어버린 어려서의 꿈에 다시 불을 붙여줄 수 있는 작은 성냥개비이지 않을까. 큰 불이 저 큰 산을 집어삼키듯 나에게도 다시금 그 불을 집어삼킬만한 꿈이 다시 불어나기를.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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