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에는 타이밍이 없다.

by 공기북

살면서 사과할일을 만들지 않으면 좋겠지만 의도했던, 의도치 않던 간혹 사과를 해야만 하는 일이 생긴다.

진심을 다해서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미안함 마음과 존중의 마음을 담아 사과할일은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데, 얼마 전 사과를 할 일이 생겼다.

나이가 들면서 사과할일은 만들지 않는 게 좋다는 철칙으로 웬만하면 좋은 게 좋다는 마음으로 지냈는데, 꽤 오랜만에 타인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유난히 컨디션이 좋지 않은 아침이었고, 여러 일로 신경이 조금 예민해져있었다.

직원에게 새로운 사람을 소개하는 자리였고 회사를 공동대표로 운영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하다 직원의 이런저런 걱정에 조금은 날선 모습으로 대응했다.

(나는 기관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다른 기관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가고 싶은 나와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걱정을 한 직원과의 대립이었다. 어떤 문제든 의도치 않게 생길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일어나지 않을 걱정으로 시도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보는 내가, 직원에게 어른답지 못한 태도로 대응했다.

퉁명한 태도와 조금은 짜증섞인 어투로 대화를 이어갔다. 순간 아차 싶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고쳤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나의 잘못을 이야기하고 사과했다.

직원은 ‘네’라는 단답식 대답만을 했지만 당신이 회사를 생각하는 마음, 어떤 부분이 걱정되는지를 충분히 알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문제 발생 시 방안까지 전달했다.

그랬더니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서로의 오해가 풀렸고 결국은 둘 다 회사를 생각하는 마음이 같아서 생긴 일임을 이해하고 마무리했다.


사과에 적절한 속도가 있을까? 어떤 이는 너무 빠른 사과는 사과를 하는 사람이 마음 편하자고 하는 것만이 될 수 있다고도 한다. 혹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사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이야기에 반대한다. 사과는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서 나의 잘못을 인지했다면 빠르게 상대방에게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은 마음이 풀리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단순히 미안하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잘못이 무언지를 제대로 말하는 것은 사실 부끄럽고 때로는 수치스럽거나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상대방에게 자신이 잘못을 정확하게 전달했다는 것은 (핑계는 절대 안 된다.) 큰 용기를 냈다는 것이고 내가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직원에게 사과를 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계획까지 이야기 하고 나니, 바로 사과를 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기회를 놓쳐 사과하지 못한 채 소중한 사람을 놓쳐버린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듣는다. 사과라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닌 내가 성장하는 일이며, 소중한 사람과 좋은 인연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사과의 적절한 타이밍은 없다.

그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진심을 담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애초 사과할 일을 만들지 않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여전히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면서 살아간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생각에 빠져 타인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며.

뒤늦게 잘못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사과하기에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을 수도 있다.

시간이 너무 늦었다고 사과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쩌면 상대방은 ‘미안하다’ 한마디를 듣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미안하다’는 한마디만으로 죽고 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타이밍을 따지지 말고 지금이라도 사과할일이 있다면 해보시라. 해서 절대 후회하지 않는 것 중 하나는 사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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