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이다.
확실한 건 또래 친구들 중 어느 누구도 장래희망이 ‘작가’인 친구는 없었다.
방과후 교실로 글짓기 반이 있었는데, 나는 다른 방과후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글짓기 반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3학년때 5학년 담임선생님은 글짓기 반 담당이셨는데 어쩌다 나를 알아서 매일 글을 한편씩 쓰는 숙제를 시키셨다.
주제를 정해주기도 하셨고 독후감을 쓰게 하시거나 자유주제로 원고지 몇장 이상씩 쓰게 했다.
매일 글을 쓰는게 힘들었을텐데 그때는 잘도 그 숙제를 했던 것 같다.
무려 1년동안 했었고 교내, 교외 모든 글짓기 대회에 나갔었다.
초등학교때 받은 상장의 대부분은 글짓기나 독후감 대회였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고부터는 내 장래희망은 ‘작가’ 였다. 그리고 여전히 그 꿈은 유지중이다.
물론 전혀 관련 없는 전공을 하고 일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매년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책 한권 출간하기’ 그리고 ‘작가’라는 직업을 가져보기가 매년 빠지지 않고 있다.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하고 언젠가는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만 막연히 하다가 더 이상 미루다가는 영원히 이룰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매일 글을 쓴다.
글을 쓴다고 하기에는 형편없는 수준이지만 뭐라도 써놔야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니 일단 쓴다.
주말 이틀 중 하루는 꼭 집 근처 카페에 간다. 집에서는 간단한 주제를 정하고 짧게 쓴다.
그리고 카페에서는 주중동안 적은 글들을 다듬어 완성하는 작업을 한다.
최근 자주 가는 카페는 1층과 2층이 분리되어 있어 글을 쓰거나 작업하기 편한 곳이다.
게다가 BGM이 거슬리지 않게 딱 좋은 농도와 분위기에 맞게 흘러나온다.
넓은 통 유리창 너머로 나무가 보이는 자리도 있어 더욱 마음에 든다.
다만 그 자리는 노트북을 할 수 없는 자리라 아쉽지만.
매일 쓴다고 해도 하루 두 세 줄을 쓸 때도 있고 어느 날은 생각한 주제와 나의 기억이 찰떡같이 들어맞아 글이 술술 써질 때도 있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 힘든 걸 어떻게 평생토록 유지할 수 있는지 대단하다.
내가 나의 분야에서 15년째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에게도 직업일 수 있겠지만 창작이라는 고통이 따르는 일이니 비교할게 못 되는 것 같다.
아무튼 나도 그 창작성을 발휘하여 나의 일상들을 글로 옮겨 보고 있다.
내가 생각하고 경험했던 일들을 글로 옮기는 것이니 별다른 창작성을 필요로 하지 않겠지만, 어떻게 써야 담백할까를 고민한다.
회사에서 보고서, 보도자료, 계획서등을 쓸 때 가장 주의하는 것은 단순히 페이지 양을 늘리기 위해 쓸데없는 미사어구 만들지 않기이다.
나 역시 책을 읽을 때 앞뒤가 어울리지 않는 미사어구들을 볼 때면 책 읽을 맛이 뚝 떨어진다.
담백한데 글에 위트가 있어 끝까지 읽게 되는 글들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책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의 글도 그랬으면 좋겠다. 세상에 정보가 넘쳐나고 읽어야 할 것들도 너무 많은데 편하게 읽어야 할 글마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것만 보면 아주 글 많이 써본 사람처럼 말한다. 민망하고 부끄럽다.)
그건 그렇고.
왜 집에서는 글이 잘 안 써질까? 본래 하나에 집중하는 걸 어려워해서 아이패드로 유튜브를 틀어놓고 핸드폰으로 릴스를 보며 노트북으로는 작업을 한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카페에서는 다들 저마다 하나에 집중하고 있다 보니 나까지 동화되어 집보다 훨씬 더 글이 잘 써진다. 똑같은 카페 테이블과 의자를 집에 들여 볼까도 생각한 적이 있다.
작은 방을 마치 작업 방처럼 아늑하면서도 빈티지 감성으로 꾸며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이것봐라. 중요한 건 매일 글을 쓰는 건데 딴짓을 생각한다.
일단 그렇게 꾸미기에는 돈이 없으니 패스하고 열심히 매주 카페를 가서 이렇게 글을 쓰는 수밖에 없다.
어디서든 잘 써지면 다행이다 싶다. 그
래서 요즘엔 외근을 갈 때마다, 조용히 글쓰기 좋은 카페가 없나 훑어본다.
고등학교 때, 대학교 때 꼭 집에서 공부안하고 카페나 도서관에서 공부해야 하는 그때와 똑같다.
버릇 잘 안 없어지는구나.
매주 카페에서 3시간 정도 작업을 하는데 음료 두 잔을 시키다보니 이것도 나름 꽤 지출이 있는 편이다.
카페에서 세 시간 가까이 있다 보니 음료 하나로 있기는 괜히 미안해서 이것저것 더 시켜 먹게 된다.
지출을 메꾸려면 내 글이 언젠가 나에게 보답을 해야 할 텐데.
타투로 펜과 책을 새겨볼까 싶다. 내가 오랫동안 되고 싶었던 꿈을 타투로 새겨 글 쓰는 걸 게을리 하지 않도록 말이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타투를 하는 것이 꿈이었고 최근에서야 정말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경험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너무 드러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주변 아무에게도 여기서 글을 업로드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주 우연이라도 내 글을 보게 된다면 당연히 나를 떠올릴 것이다. 가끔은 글을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에이 난줄 안다한들 내가 죄지은 것도 아닌데.’ 하며 다시 쓰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건 이런 걱정을 할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얼마 전 회사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이 책을 추천해달라기에 한정원 시인의 ‘시와 산책’이라는 책을 선물해드렸다.
그 분은 글이 너무 좋았다며 나이 들어 잊고 있던 감성이 다시 채워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글 구절마다 나와 닮아 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한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글이 나와 닮아 있다고 하니 참 감사한 말씀이었다. ‘팀장님도 글을 써보는 건 어떠세요. 팀장님은 글쓰는 게 참 잘 어울려요.’ 라고 하셨다.
글쓰는 게 어울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아무래도 그 분은 나의 덜렁거림과 우당탕한 면을 못 봐서 그런가 싶다.
그래도 그 말에 힘이 나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살짝 털어놓았다.
‘네. 사실 요즘 글을 쓰고 있어요.’ 라고. (아이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왜 그랬지 정말.)
언젠가는 책 출간까지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면서 오늘도 글을 써본다.
그러니 지금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일단 그냥 해보시라.
일단 해봐야 끝을 보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자의든 타의든 꾸역 꾸역 하다보면 이것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