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오전, 오후 프로그램을 연달아 진행하거나 외부 상담이 연이어 있을 때도 있다. 이럴 때면 오전부터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특히 사무실에서 꽤 거리가 있는 곳으로 상담을 다녀올 때면 반나절이 훅 지나가기도 한다. 나는 장롱면허로 운전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하지 못한 것에 가깝다.) 외근은 주로 버스를 타고 다닌다.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외부 상담도 계속 나가는 나를 보며 걱정하기도 하지만, 사실 나는 먼 거리 상담을 나가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답답한 사무실 보다는 콧바람 쐬며 외근을 가는 것이 더 즐겁기 때문이다. 여름이라도 대부분 오래 걸을 일이 없으니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심지어 봄에는 벚꽃들이 한가득 펴있는 길을 구경하며, 가을에는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외근은 오히려 에너지 충전의 시간일 때도 있다.
게다가, 나의 가장 큰 장점은 버스든 지하철이든 대중교통을 타면 잠을 잘 잔다는 점이다. 어릴 때부터 차만 타면 잔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는데 대학교 4학년 때 일이다.
국가시험 준비에, 인턴활동에 정신없는 시기였는데 인턴생활 중 퇴근하고 버스를 타자마자 잠들어버렸다. 어찌나 피곤했는지 승객들이 가득 타는 것도 모르고, 입을 있는 대로 벌리고 머리를 뒤로 한 껏 뒤로 제치고 잠들었다. 눈을 뜨자마자 서있는 승객들과 눈이 딱 마주쳤는데 그때의 창피함이란.
아마 내 목젖까지 봤을 것이다. 어쩌면 윗니, 아랫니 하나씩 있던 어금니 충치까지도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누가 업어 가도 모를 만큼 잘 자던 나는 지금도 여전히 버스만 타면 딥 슬립이다. 그래도 내려야 하는 곳에서 두정거장 전에 꼭 깬다. 뭐랄까? 파블로프의 개처럼 버스정류장 안내방송에 발딱 일어난다.
외근 가는 버스 안에서 30분, 40분씩 잠을 자는 시간은 내게는 큰 기쁨이자 휴식이라서, 특히나 피곤한 날에 먼 거리 외근 일정이 있으면 ‘가는길에 자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게다가 여름 버스 안은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주는데 전기세가 두려워 집에서는 제대로 틀지도 못하는 에어컨 바람을 맘껏 쐴 수 있다. 돈 벌면서 쉬는 시간 가지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한 숨 자고 나면 에너지가 충전되어 상담이든, 프로그램이든 더 잘 할 수 있다.
나처럼, 외근 때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는 직장인이 있을까? 덜컹거리는 버스, 사람들이 내리고 타면서 내는 소음이 적절하게 섞이면서 잠이 솔솔 오는데 집에서보다 더 꿀잠을 잘 때가 있다. 집에서는 이리저리 뒤척거리며 잠드느라 잠을 잔건지 싶을 만큼 피곤할 때가 있는데 외근 때 버스에서 30분가량 푹 자고 나면 그렇게 힘이 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장인 중 외근이 힘든 직장인이 있다면 낮잠 자는 시간으로 한 번 만들어 보시라.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피곤에 쩔어 잠든 애처로운 직장인의 모습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버스 가장 뒷자리 창가좌석이나 뒤에서 앞자리 창가가 꿀잠자기 딱 좋은 좌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