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육상 동물 중 가장 거대한 코끼리, 사람과 가장 유사한 삶을 사는 멸종위기의 동물.
친절하고 사회성이 높으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코끼리를 멸종위기로 만든 가장 악한 존재 인간.
인간은 수천년 동안 코끼리의 상아를 원했다.
그 상아로 고작 그릇, 사냥용품, 장신구를 만들었을 테고, 지금은 금지됐지만 과거에는 피아노 건반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가장 악한 존재 인간은 다정하며 똑똑한 동물을 무차별하게 죽이고 마침내 멸종위기로 만들어버렸다. 수천년을 지나 종이 변형되면서 이제는 예전만큼 상아가 크게 자라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보호용이자 멋진 장신구였지만 그것 때문에 인간으로부터 죽음을 당했으니 상아는 이제 크게 자라지 않는 것이다. 종마저 변형시킬 수 있는 인간의 힘이란.
우연히 본 릴스에서 코끼리의 무리가 이동하다 맹수로부터 새끼들을 보호하는 장면을 봤다.
코끼리는 모계사회로 할머니, 엄마, 이모들이 함께 새끼 코끼리를 돌본다.
새끼 코끼리를 중간에 세우고 한 줄로 이동하다 맹수무리로부터 새끼가 위협을 받는다.
성체 코끼리는 아주 재빠르게 새끼코끼리들을 중간으로 모은 다음 둘러싼다.
큰 다리와 귀는 마치 새끼 코끼리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빈틈없이 보호한다.
360도로 애워 싸고 머리는 바깥 방향으로 주시하는데 아무리 매서운 맹수라도 성체 코끼리를 대적할 수가 없다.
나는 잠시, 든든한 보호막을 가진 새끼 코끼리가 부러웠다.
내가 막을 수 없는 위험을 안전하게 막아주는 존재들이 있다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힘인지 새끼 코끼리는 알고 있을까?
보호막이 너무나 든든해서, 내가 ‘어떤 짓’을 하더라도 혹은 당하더라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는 것을. 나도 크고 튼튼하고 따뜻한 보호막을 갖고 싶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려본다.
코끼리는 쉽게 볼 수 없는 동물인데 이렇게나 친근감이 드는 이유는 뭘까.
누구나 다 안다는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과자를 주면은 코로 받지요.’라는 동요를 한번쯤은 불렀을 터이다.
친구들과 게임을 할 때면 코끼리 손을 하고 돌기를 했을 것이며
디즈니 만화 덤보에서는 큰 귀를 펄럭이며 하늘을 난다.
이미 우리에게 코끼리는 친숙한 동물이 된 것이다.
코끼리는 청년시기 전까지 모계중심의 무리에서 돌봄을 받게 되는데, 이때 성체 코끼리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며 이를 다음 세대에 물려준다고 한다.
수컷코끼리는 수컷들로만 이루어진 독신자 무리를 이루는데, 어린 수컷은 모계 무리를 나와 수컷 독신자 무리와 합류한다. 청년기 수컷은 여전히 성체 수컷 코끼리로부터 보호를 받고 연장자들의 지혜를 배운다.
수컷 대부분은 완전히 성숙해서 30살을 훌쩍 넘은 후에야 비로소 번식을 할 수 있다.
수명이 50년쯤 된다고 하니 오랜 시간 동안 성체 코끼리의 안전한 돌봄 속에서 완전하게 자립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토록, 완벽하게 ‘돌봄’을 하는 다른 동물들이 있을까?
지혜를 가르쳐 주고, 그 가르침을 다시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는 동물.
나는 이 존재들이 신비롭게만 느껴진다.
하루 16시간의 먹이활동을 하며 한 번에 물을 8리터 정도 흡입할 수 있다.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초저주파를 사용해 무려 14킬로 거리에서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동물.
큰 귀로 듣거나 두툼한 발바닥으로 바닥의 진동을 가만히 느끼며 소통이 가능하다는 이 존재를.
나무도 부러뜨릴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진 코지만, 풀 한 포기씩도 뽑을 수 있다는 섬세한 코를 가진.
혹자는 코끼리의 엄청난 섭취량 때문에 무리가 지나가고 난 후에 모든 땅들이 황폐화 되는 큰 원인이라고 걱정하지만, 코끼리가 만들어놓은 빈터는 새로운 서식지가 되어 더 많은 풀이 자란다. 겉으로 보기에는 코끼리가 터를 파괴시키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더 새롭고 풍부한 터로 만드는 것이다.
코끼리의 장례 문화는 보는 사람들마저 눈물짓게 만든다.
어린 코끼리를 땅에 묻어주거나, 성체 코끼리의 몸에 흙을 덮어주며 애도시간을 가진다. 동물이 동료의 죽음을 정성껏 애도하고 슬퍼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악랄함이 더욱 끔찍하게 느껴진다.
말 못하는 짐승한테는 못된 짓을 하면 안 된다는 할머니의 어릴 적 말씀이 맴돈다.
가끔씩 나를 포함하여 인간혐오가 생긴다.
가장 하찮은 존재가 가장 잔인해질 수 있다는 것이 마냥 무서워 속이 매스껍다.
수천 년의 긴 시간동안 무수히 많은 동료를 잃어가며 살아남았다. 코끼리의 울음소리를 직접 들은 적은 없지만 분명 지축을 흔드는 큰 울림일 것이다.
그 울림에는 수천 년 살아낸 그 어떤 깊음이 함께 담겨있겠지.
어쩌면 멸종위기 종으로 되어 보호를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울음소리에 안타깝고 미안함 마음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