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우리 딸! 생일 축하해. 더운데 어떻게 지내니?’
주말 아침부터 아빠가 전화를 했다. 여전히 생일 마다 꼭 축하한다는 말을 챙겨주는 아빠다. 나이가 40이 되어도 여전히 아빠한테는 4살짜리 꼬맹인 건지 받고 싶은 선물을 생각해뒀다가 다음 달에 집으로 내려오라 한다. 이 나이 때는 아빠한테 생일 선물로 뭘 사달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적당히 부담 없으면서 아빠가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사줄 수 있는, 그리고 오래오래 보관할 수 있고 집에 내려갈 때마다 아빠가 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신발이나, 모자나, 혹은 가방이나 것도 아니면 팔찌나 목걸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아무래도 목걸이 정도가 좋을 것 같은데 액세서리는 원채 하지 않으니 모자나 신발은 어떨까싶다.
벌써부터 아빠의 신나는 얼굴이 상상된다. 기분이 좋을 때는 꼭 머리를 쓱 쓸어 넘기며 부끄러운 듯 한 미소로 웃는데, 그럴 때는 ‘기분이 굉장히 좋고 어깨가 으쓱한 상태’임을 알리는 것이다.
엄마는 하루 늦게 전화가 온다. 항상 엄마는 꼭 하루가 늦는다. 엄마의 날짜는 이상하게 하루씩 늦다.
최근에는 다니고 있는 절이 이사를 하면서 굉장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절에 오는 사람들 식사를 준비하고 청소를 한다고 하며 봉사활동을 하시고 있다.
‘딸, 엄마가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전화했네. 생일 축하해.’
절에 다니며 열심히 나를 위해 좋은 인연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다고 한다.
모든 일은 인연을 통해서 이뤄지기 마련이라, 하는 일이 잘 되는 것도 좋은 인연으로 될 일이며 건강한 것도 좋은 인연으로 스트레스 없이 행복한 일이 많아야 하는 거란다.
그래서 좋은 인연을 만나게 해달라고 매일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신신당부를 한다.
‘내 것 아닌 것에 욕심내지 말고, 베풀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라고. 모든 것이 내 것이 되고자 하면 내가 밀어내도 내 것이 될 거라고 한다.
나는 이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그래, 욕심내지 말고 내 할 일 열심히 하며 살자.’
그러면서도 ‘너무 욕심 내지 않고 살아서 아무것도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매일 매일을 나를 위해 기도한다.
40먹은 딸이 뭐가 그렇게 걱정이 되는지 부모님은 나를 마치 물가에 내놓은 애 마냥 챙긴다.
밥은 잘 챙겨 먹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더운데 어떻게 지내는지, 심지어 우리 집 고양이는 잘 크고 있는지를.
내가 먼저 안부 전화를 하기 전에 꼭 부모님이 먼저 한다. 죄송스럽고 미안하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해야지 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또 놓치고 말았다.
나를 위해 매일을 기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무슨 일이든지 다 책임질 수 있다는 보험 같은 느낌이다.
내가 뭘 하던, 내가 선택한 일이 실패를 해도 괜찮으니 해보라며 등을 밀어주는 것 같다.
생각지 못한 난관을 만나도 왠지 모르게 이겨낼 수 있을 것 같고, 길이 보이지 않던 일도 해결이 될 것 같다.
한없이 감사하고 고마울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부모는 이렇다.
자녀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하여 기도해주고 함께 손을 잡아주고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
어릴 적은 앞에서 끌어주고 자녀가 성인이 돼서 제 갈 길을 가고 있을 때는 뒤에서 밀어 줄 수 있는 존재.
이런 부모님 덕분에, 나는 늘 자신감이 있었나보다.
실패를 생각하기 보다는 도전하는 것에 행복해 할 수 있었다.
이번 주말에는 내가 먼저 꼭 전화를 해서 나도 부모님의 건강과 평안을 위해 기도한다고 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