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올해도 비가 새는군요

by 공기북

오늘 새벽, 요란한 천둥 번개가 연달아 치더니 어마어마한 양의 비가 내렸다.

이렇게 많은 비가 억수로 내릴 때면 누수경험이 있던 나는 심장이 쿵쾅된다. 거실 창문을 확인하고 방방마다 창문을 모두 확인해본다.

그러다 안방창문위로 빗물이 새는 걸 발견했다. 분명 장마 때도 빗물이 새지 않았는데 어째서 곧 절기상 백로가 다가오는 이때 비가 새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예전 같으면 갖은 짜증을 내며 들리지 않을 원망 섞인 소리를 뱉었을 테지만, 부지런히 핸드폰으로 현장을 촬영해둔다. 관리소에 증거물로 보여주고 수리 요청을 하는 게 현명하다.

여러 장의 수건을 창틀과 바닥에 깔아놓고 하염없이 떨어지는 빗방울, 아니 빗줄기를 보는 방법밖에 없다. 줄줄 흐는 걸 보니 빗줄기다 분명.

게다가 지금은 새벽시간, 주말이다. 관리실 직원도 출근하기 전이겠지.

이 비들은 왜 외벽수리를 몇 번씩 했는데도 자꾸만 새는지 알 수 없다. 끈질기다.

작년 비가 샐 때 관리소에서는 복불복이라 했다. 다른 집도 그런 곳이 있다고.

게임 벌칙 중 복불복 게임이 있다. 복불복은 왜 불과 복이 다 들어있는데도 부정적으로 들리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나는 복불복중 불불불에 당첨된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건 거실이나 다른 방은 멀쩡하다는 걸까. 비새는 거야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싶어 수건 몇 장 깔아두는 게 나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고는 나는 또 내 할 일을 한다.

집이 무너지거나 부서진 것도 아닌데. 됐다. 내가 외벽을 탈 수는 없다.

그저 비가 어서 그치기만을 기다려야지.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리면서 피식 웃음이 난다. 나라는 사람은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다 겪는구나.

건조한 집이 조금 촉촉해졌을라나, 월세라면 이사라도 갈 텐데. 내 집이니 어디 가지도 못하고 발이 묶였다.

그냥, 비가 새는 것이고 조금 놀랬고 곧 있을 약속을 위해 부지런히 씻고 준비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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